아침 7시에 출발,
안개비 속에서 이정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날씨는 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걷기 얼마 후 외곽의 성당 알베르게를 발견하면서
조금 더 걸어 숲 속의 이 고풍스러운 숙소까지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또 남았지요.
흐릿한 시계 속,
이런 재미있는 이정표를 보면서 걷습니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112.444km.
이슬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 비가 많은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왔음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낮이 되면서
날씨는 다시 맑아졌지요.
도중에 우리나라 라면에 과자까지 파는 가게를 만났네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아니지만 그 인연이 반가웠습니다.
이 길에서는 드물게도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껍데기에 각 나라 국기와
각각의 축원과 격려를 담아 파는 가게입니다.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우리 과자를 사들고 옆 뜰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지금은 신발도 잠시 쉬는 시간입니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길에는
중간중간에 개인이 만들어 놓은, 유료의 예쁜 스탬프가 많았습니다.
라벤더 꽃이 화사한 길을 지나고
빗자루 마녀가 사는
돌집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오늘의 목적지,
포르토 마린.
마을로 들어가는 저 긴 다리를 건너면서
오늘은 사리아에서 시작, 포르토 마린까지 23km를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잠시 쉬었다가
긴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오늘의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오늘의 완주 자축!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흐뭇한 시간입니다.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맥주로도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아침 6시~7시쯤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나와 초반에는 천천히 걷습니다.
이후에는 50분 간격으로 휴식.
첫 마을 카페에서 카페 솔로, 또는 카페 콘 레체에 크로와상이나 피자 한 조각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은 전날 저녁을 먹으면서 만들었던 샌드위치로 해결.
같은 순례자들과 '부엥 까미노' 인사로 격려를 주고받으며 오후 1~2시 정도 오늘의 걷기를 끝낸 다음에는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어 줍니다.
숙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빨래, 동네 산책과 장보기 후 이른 저녁을 먹고 잠자기.
걷는 일에 익숙해진 단순한 일상입니다.
생각도 단순해졌습니다.
산티아고 직전, 100km를 반드시 걸어야 순례증명서를 받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사리아부터의 5일 거리에서는 한국인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나 짧은 구간을 걷는 화려한 복장의 떠들썩한 단체객들은 이 길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길은 그런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