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출발,
향기로운 유칼립투스 숲길은 걷기도 쾌적했습니다.
수도원
담장에 붙여 놓은
격려의 말에 격려를 받으며
알퐁소 무하 풍의 레스토랑 광고판에
순례자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샘을 지나
예쁜 스탬프를 지났습니다.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 이 길 위에서 운명을 달리한
순례자 위령비 앞에서 잠시 묵념도 드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길을 '잘' 걸었지요.
19.4km 거리의 페드로우스 도착은 12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모은 의견은
여기에서 다음 첫마을, 산 빠이오까지 조금 더 걸어 내일의 22km 거리를 줄이자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시작된 사달입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이 이어지는데'
산 빠이오는 알베르게며 호텔이 없는 작은 마을로 순례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네.
실망하는 우리에게 한 외국인이 5km를 더 가면 큰 마을, 몬세도고소가 있다 알려줬지만
한낮의 땡볕 속에 그 거리는 너무 멀었습니다.
별 수 없이 마을 외곽 공장 지대, 재미없는 아스팔트 길의 열기를 간신히 견디면서
무거운 걸음으로 오버한 거리는 13.6km.
배낭 속, 여벌 옷 한 벌과 속옷, 양말 몇 개인 최소한의 물건도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지요.
나무판에 볼펜으로 '환영합니다' 한 마디 써 넣고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산 마르코의
공영 알베르게, 몬세도고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9시간 30분 동안, 한낮까지 모두 33km를 걸었으니 모두들 녹초가 되었습니다.
한국어 몇 단어로 친절하게 맞이해준 매너저에게 따뜻한 답례인사도 못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가서
모두들 늘어져 버렸지요 ㅠㅠ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잘 걷다가 막판에 너무 욕심을 부렸네요.
그러나 이곳에서 산티아고까지는 5km 거리입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 뜨거운 물로 '목욕재계'.
세탁기를 돌리면서 '의관을 정제'하여 산티아고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길에서는 드물게도 방마다 라디에이터가 있어 실내는 훈훈합니다.
오늘 월요일은 동네 슈퍼도 휴일이라기에
알베르게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생수와 마말레이드 몇 개 사다가 간단히 저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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