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길에 나서면서 처음 만나는 동네 카페의 '카페 콘 레체'는 아침의 즐거움입니다.
오늘도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
계속 걷고 또 걸어서
목적지, 팔라스 델 레이에 도착하였습니다. 27km. 7시간.
낮 1시 도착, 공영 알베르게의 청소가 끝나는 오픈 시간을 기다렸지요.
알베르게는 예약을 받지 않고 도착하는 순서대로 방과 침대를 배정해줍니다.
굳이 공영 알베르게가 아니더라도 순례길의 도시와 마을에는 뻰시온이나 까라 루랄, 오스딸 등
개인이 운영하는 숙소가 많습니다.
근처 음식점에서 갈리시아의 전통음식이 포함된 뻴레그리뇨를 먹고 있습니다. 1인 9.5유로.
음식은 나헤라보다 맛있고 스텝들도 친절했네요.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니 떨어지는 빗방울!
내일 날씨가 걱정입니다.
오늘은 아침 6시 이전에 나왔다가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거리에서 한동안 헤맨 일도 있었지요.
모두들 걷기에 이력이 났습니다. ^^
다음날, 새벽에 잠깐 쏟아진 비는 우리가 길을 나설 무렵 잠깐 멈추었다가 하루종일 오락가락.
그러나 비 끝의 산뜻한 공기가 좋았습니다.
이 마을의 초입, 우리말로 '문어'를 외치며 호객하던 남자의 레스토랑에서 삶은 문어를 사 들고
근처 공원에 앉아 한국에서 준비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중입니다.
서로 떨어져 말없이 걷던 우리를 보고 어떻게 한국인임을 알았을까 그의 눈썰미가 신기했지요.
오랜만에 색다른 음식, 대서양의 문어로 포식했네요.
이들은 우리네 식습관과 달리 문어 대가리는 먹지 않고 버립니다.
도시에서는 바닥에 설치해 놓은 가리비를 보고 방향을 잡습니다.
오늘의 목적지, 아루수아를 알리는 장승-'순례자의 길' 안내를 보며
와! 드디어 도착!
메인 도로를 걷다가 왼쪽으로 내려가면
아루수아의 공영 알베르게가 나옵니다.
갈리시아 지방의 알베르게에서는 똑같은 숙박 영수증을 주었습니다.
짐 풀고 거리를 구경하면서 조각품들로 가득한 공원을 지나
기념품가게에 들어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오늘은 일요 장터가 섰다고 그 위치를 알려 주었지요.
그 가게에서 본 멋진 이 사진 한 장!
그의 양해를 얻고 찍어 왔습니다.
순례길과 순례자를 그린 이 그림도 재미있어서 또 한 장!
걷거나 자전거, 말을 탄 순례자에 모닥불 옆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 왕궁과 성당에
우리가 지나온, 또 앞으로 걸어야 할 동네 이름들이 등장하는 그림지도입니다.
오후의 일요마켓은 이미 파장 분위기였지만 돼지갈비에 소시지를 굽던 포장마차는 아직도 성업 중.
그들의 전통주이라는 진한 술에 안주를 즐기는 이방인들이 궁금했는지
현지인들이 합석을 하였습니다.
이쪽에는 동양인이 드문 듯 그들과 같이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오늘은 싱그러운 대기 속, 맑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시작했지만
아르수아까지 끝무렵에는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27km. 8시간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었네요.
중간 리바디소 쯤에서는 더 걷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계획대로 걸어야 모레 산티아고에 일찍 도착하면서
오후에는 땅끝 마을까지 갔다 올 수 있기에 욕심을 냈던 것이지요.
많은 순례자들이 목적지를 앞두고 다리를 절거나 지팡이를 짚고 걷습니다.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거의 한 달 이상을 걷고 있었지요.
그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 짧은 거리를 걷고 있지만 그래도 내 발은 지금 상처 투성이입니다.
9일째 걷기.
현재까지 걸은 거리는 199.4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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