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스페인, 남프랑스, 이탈리아 북부

Camino de Santiago 4. 나헤라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22km. 부르고스 →레옹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로 이동

좋은 아침 2017. 3. 9. 10:46

어젯밤, 한바탕의 난리를 치른 끝에 잘 자고 일어나 다시 시작합니다.

잘 돌봐준 동료들에게 고마우면서도 민폐가 되었으니 마음은 불편.

이제 시작인데 끝까지 몸이 잘 버텨줄 것인지 걱정이 됩니다.  

 

다시 시작하는 아침, 기념 사진 하나 남기고 출발합니다.

 

 

길은

 

 

넓은 평원으로 이어집니다.

 

 

 

 

 

도중, 아침의 카페 콘 레체를 마신 작은 식당의 부조가 재미있어서 한 장 찍고

 

 

순례자 조형 속에서도 사진 한 장 남기며  

 

 

 

 

씩씩하게 잘 걸었습니다. 

 

 

 

 

가끔 발의 피로로 풀어주면서 

 

 

오늘도 기분 좋은 날!

 

 

 

그러나 마을에 도착하면서 한 친구가 다리 아파 더 못 걷겠다기에 택시도 없고하여 

시아스타로 문 닫은 근처 병원의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 그의 차로 한 사람을 붙여서

환자를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의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달라 부탁을 해야 했습니다.

거기서 오늘의 목적지인 부르고스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었거든요.  

누구인가 터미널까지는 앞으로 4km를 더 가야 한다기에  먼저 간 환자 일행과 합류하려고

남은 두 사람은 한낮의 땡볕 속에서 3km 거리를 빠르게 걸었지요.

그러나 그 지점에서 마을 경계표지를 보는 순간,  좀 전의 마을이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그러면서 그 마을로 다시 되돌아 갔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현지인과 영어 소통이 잘 되지 않은 데다가 우리가 마을 이름을 확인하지 않아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네요.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터미널에서 부르고스로 가는 버스는 하루 네 편.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간발의 차이로 오후 1시 버스를 놓치고는 다음 편의 6시까지 5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시간에 돌아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의 대성당. 

 

 

뜻밖의 여유로 느긋하게 마을을 산책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친구끼리 여행 중인 유쾌한 이 남자들처럼 

 

 

 

우리도 중세의 순례자가 되어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기념품 가게도 기웃거리다가    

성당 앞, 파라도르를 개조한 호텔 로비에서 밀린 일기도 쓰며 시간을 보냈지요.

 

 

오후 7시 10분, 드디어 부르고스 도착. 

버스 터미널에서 내일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하는 레온 행(하루 두 편, 아침 10시와 오후 5시 20분) 버스표를

예매한 후 숙소를 찾았지만 대성당 뒷편의 강추인 알베르게에는 이미 빈 침대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성당 앞 일반 호텔에 들어왔습니다.

네 사람이 한 방을 쓸 수 있는 스위트 룸으로 1박에 100유로,

1인당 5~9유로인 알베르게의 몇 배 요금이지만 오래간만에 따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뜨거운 물을 자유롭게 쓰며 우리끼리 오붓하게 잘 쉬었지요.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대형의 남녀 혼실인데다가 샤워실의 수도꼭지는 물 절약형이라 

계속 눌러가며 씻어야 하는 불편이 있었거든요. 

 

 

창가에 앉아 대성당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도 흐뭇했네요. 

 

 

저녁 식사는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추천으로  '라면과 공깃밥'의 메뉴가 있는 근처 식당,

'Do Nuno'에 가서 뜨거운 국물로 속을 풀었습니다. 7.9유로였네요.

순례길에서, 알베르게에서 많은 한국인을 만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대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똘레도, 세비야 대성당과 함께 스페인의 3대 성당입니다.

고딕양식의 걸작이라는 이 성당을 두고 어느 시인은

'피라밋처럼 거대하며 여인의 보석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곳'이라 했다네요.

성당 개방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미사는 아침 9시, 10시, 11시와 오후 7시 30분에 있습니다.  

 

 

성당 입장권을 사려고 순례자 여권을 내밀었더니 차를 타고 이 도시로 들어온 순례자는

50%의 할인 대상이 아니랍니다.  

겨우 1유로 경로 할인을 받아 6유로에 표를 사고 입장하니

 

 

정말 거대하고 

 

 

보석처럼 섬세하며  

 

 

우아하고  

 

 

또 화려한 성당입니다. 

 

 

 

성가대의 목조각도 대단했지요.

 

 

성당 밖에는 순례자 상도 있습니다. 

가리비 껍데기를 목에 건, 긴 지팡이의 지쳐 있는 남자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괜찮습니다.

 

 

오래간만에 문화생활도 즐겼습니다. 

산골에 살다가 대도시에 막 나온 사람처럼 도회의 풍경이 낯설었네요.

 

 

재미있는 모양으로 전지 당한 가로수들이 

 

 

새순을 내밀고 있는 거리를 지나 

 

 

부르고스 출신의 스페인 영웅, 엘 시드의 동상이 있는 로터리를 돌아서 

 

 

버스터미널로 이동,

 

 

레온으로 갑니다.

레온 터미널에서 보도 바닥의 '가리비 껍데기'를 따라가면  

 

 

레온 대성당이 나옵니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의 목적지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로 다시 이동합니다. 

계속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계획을 수정,  저녁 늦은 시간에 떠나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