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돌아온 다음날
암만 터미널에서 와디럼 행 버스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큰 도시, 아카바, 페트라로 가는 Jett 버스는 와디럼에 들르지 않는다 했습니다.
그때그때 사람이 차면 떠나는, 출발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미니버스뿐.
그래서 자가용 택시를 대절,
모래 속의 금속이 산화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있다는 '붉은 사막', 와디럼에 왔습니다.
오래전, 바다가 융기하면서 풍화와 침식이 만들어낸 거대한 기암과 사막이 경이로운 절경입니다.
이 땅은 유네스코 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관광 적기는 4~5월, 9~10월.
나바테안 베두윈 마을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던 가이드 겸 운전기사, 이드를 만나
8시간의 사파리 짚 투어와 6끼 식사에 2박 중 1박의 사막 캠핑 가격 협상 후
넓은 거실에 화려한 카펫이 깔린 그의 집에서 1박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사막으로 갑니다.
와디럼에는 트레킹을 하거나 낙타와 4WD 짚을 이용한 다양한 투어가 있습니다.
입구의 방문자 센터에는 기본적인 가격이 제시된 안내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동네 사람들끼리 순서를 정하여 관광객을 받으면서 투어 가격은 제각각인 듯했지요.
마을과 가까운 '로렌스의 샘(Rawrence's Spring)' 옆에는
그가 머물렀다는 요새의 흔적도 있습니다.
로렌스가 말을 타고 다녔던 이 사막을 우리는 걷거나 짚을 타고 돌았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조국과 아랍 양쪽의 이익을 도모하며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영국의 고고학자이며 장교였던 로렌스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휘말리면서
결국 아랍인들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배신자가 되었습니다.
영화 '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그는 절망과 분노 끝에 오토바이를 몰고 나갔다가 사고로 죽습니다.
'로렌스의 샘' 옆에서 우리는 이드가 준비한 점심을 먹고
모래 언덕(Red Dune)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서 신나게 놀았네요.
이드 친구의 사막 가게에서 터번을 한 장 구입하여 돌아가며 써 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이 광활한 붉은 사막 속에서 보냈습니다.
바람이 만들어낸 '움 프루트 다리(Umn fruth Rock Bridge)'에 올라
사진도 찍고
바위산에 오르거나
뜨겁게 달궈진 모래를 밟으며 돌아다녔지요.
입구에 큰 나무가 서 있는 카자리 캐년(Jebel Khazali)으로 들어가
나바티안 베드윈들이 그려놓은 암각화를 보면서
이드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사막의 찻집에 들러 작은 나뭇가지로 끓인 차도 얻어 마셨네요.
사막에서 염소를 방목하는
장총에 짧은 칼을 옆에 찬 그의 아버지까지 만났습니다.
그 분이 내게 총을 넘겨 주며 한 번 쏴 보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아주 진땀 뺐습니다. ㅠㅠ
사막 속, 우리 숙소인 베두윈 캠핑장.
전망 좋은 곳을 찾아 한 잔 술로
황량하면서도 멋진 이 붉은 사막을 즐기고 있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사막에서 맞이한 밤.
이드 부부가 준비한 저녁 식사는 간소했고 이부자리는 사막의 밤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지만
마침 보름날, 하얀 달빛 아래 적막한 사막 속을 걸어 다녔던 추억은 오래오래 남을 듯합니다.
다음 날 아침, 캠핑장 뒤편 바위에 올라 아침의 와디럼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막의 아침을 아주 춥습니다.
검은 옷의 이드와 그의 친구가 만들어낸 풍경까지 한 장 남기며
이제 우리는 2박 3일의 와디럼을 떠나 와디 무사에 있는 페트라를 보러 갑니다.
와디럼의 입구, 미니버스 정거장에서 차가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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