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아라비아 항공을 이용, 이란 남부의 쉬라즈에서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가는 도중입니다.
여행 중에 다음 날로 변경된 암만행 비행 스케줄을 연락받지 못했던 우리는
경유지인 아랍에미레이트의 샤하르 공항에서 항공사의 1박 2일, 호텔과 식사를 제공받으며
뜻밖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일도 있습니다.
요르단은 남한 크기의 국토 4/5가 사막으로 이스라엘과 이라크, 시리아의 중간에 있으면서
석유 같은 천연자원도 없이 생존을 위하여 중립외교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작은 나라.
10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수도, 암만은 BC 259년 알렉산더 시대부터
필라델리아로 불리며 발전했지만 해상 실크로드가 등장하면서 쇠퇴한 도시입니다.
암만 구시가, 요르단 국기가 펄럭이는 언덕에는 모랫빛 사각형의 낡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섰습니다.
이 나라 인구의 절반이 암만에 살고 있답니다.
잘 정돈된 느낌의 이란과 달리 다양한 유색인종과 원색 히잡의 여자들을 보면서
'이슬람 국가 맞나?'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거리에는 스타벅스에 까르프도 보이고 우리나라의 중고차들이 많이 돌아다닙니다.
구시가 중심, 산정에는 '암몬성'이 있는데
그 입구에는 무너진 헤라클레스 신전의 남은 기둥 6개가 보입니다.
그 뒤쪽의 우마이야 궁전은 원래 고대 로마의 아크로폴리스가 있던 곳으로
로마, 비잔틴, 이슬람의 지배를 거치는 와중에 파괴와 복원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옛 모습을 잃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을 따라 저 비탈길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경비원에게 쫓겨 내려왔지요.
표를 사고 입장하는 문은 따로 있었네요.
구시가, 원주가 늘어선 길로 들어가면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 전통옷을 입은 남자들이 몇 안 되는 여행자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지요.
이란에서는 꼭 써야 했던 히잡을 벗어버린 해방감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이 나라의 대표적인 로마 유적지, 제라쉬입니다. 암만에서 51km.
자가용 영업을 하는 카시미 아저씨를 만나 제라쉬 왕복에 대기하는 3시간을 포함, 그의 차를 대절하면서
내일 다녀올 마다바와 느보산, 사해 투어도 그 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지요.
서기 129년, 당시 로마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의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하드리안 개선문'을 지나면
눈앞에 거대한 유적 도시가 나옵니다.
전차 경기장, 히포드롬에
남문을 지나면 열주로 둘러싸인 커다란 광장과 포럼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원주가 늘어서 있는 사진, 왼쪽의 건물에는
이 도시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고
그 신전 뒤쪽, 터만 남아 있는 비잔틴 시대의 성 코스모스 교회 바닥에는
모자이크 그림이 많았습니다.
아고라를 거쳐
코린트 기둥이 있는 서 있는 계단을 지나면
이 도시를 관통하는, 800m 긴 열주 끝에
북문이 있었지요.
북쪽의 작은 원형 극장과
물의 요정을 위한 공중 분수대, 님페움도 보입니다.
남쪽에도 작은 원형 극장이 있습니다.
계속 복원 중인 유적들 사이로 순서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코린트 양식의 기둥도 많았으니
언제일지 복원이 끝나는 날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로마 유적지가 될 듯합니다.
다음날 아침, 동네 산책에 나섰다가 찻집에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가판대 위에 걸린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요르단의 작가, 핫산 아부달리와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네요.
그가 국왕 압둘라 2세에게 훈장을 받는 장면과
왕비 라니아 품에 안긴 왕자를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이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는 그의 작품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암만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을 다녀오거나 와디럼, 페트라 등 지방을 다녀왔을 때에도 숙소 근처,
Al Hazzar St.에 있는 이 과자가게, 'Habibah'에는
늘 사람들로 붐비었지요.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나도 긴 줄에 서 있다가
드디어 구입,
밑에 치즈가 듬뿍 깔린 후식, 크나페를 먹어 봤습니다.
와, 달고 고소하고........
이 과자를 한 입 넣은 내 옆 친구의 감동적인 표정, 그걸 보는 그 옆 친구의 얼굴도 기대에 차 있습니다. ㅎㅎ
국왕도 다녀갔다는 하심 식당의
동글동글 고로케 같은 팔라펠과
삶은 병아리 콩에 올리브유와 요구르트를 넣어 만든, 빵 찍어먹는 후무스 들은
우리가 좋아하던 음식이었지요.
우리의 이번 여행지는 이란, 요르단, 이스라엘.
우리가 이용했던 터키항공은 이스라엘에 취항하지 않아서
이란-요르단-이스라엘-요르단의 일정을 잡고 테헤란 인, 암만 아웃의 이스탄불 경유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암만에 큰 짐을 놓고 작은 배낭 하나로 4박 5일 동안 다녀왔지요.
지방을 여행할 때도 이곳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암만은 우리가 여러 번 들고나던,
익숙하고 편한 도시였습니다.
허름한 구시가에서는 가난하지만 친절한 사람과 사연도 많았네요.
낡고 불편했던 우리 숙소와 자가용 택시 기사 카시미 아저씨에 얽힌 이야기,
와디럼으로 가던 또 다른 자가용 운전자에
암만 구시가의 아주 큰 시장 순례도 생각납니다.
갓 구운 코브즈를 거저 주던 동네 빵집 아저씨는 다음날, 립스틱을 선물도 들고 간 나에게
그걸 받을 아내는 시리아에서 죽었다고 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리아 난민이었습니다.
암만을 떠나던 날, 인사 차 다시 들렀을 때는 가게에서 그를 볼 수 없었지요.
시리아 내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아저씨와 여기저기 떠도는 그 나라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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