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란, 요르단, 이스라엘

장미의 도시, 쉬라즈

좋은 아침 2014. 12. 29. 12:00

야즈드를 출발, 파사르가데, 락쉐 로스탐과 페르세폴리스를 돌아보고

밤늦게 도착한 쉬라즈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이란 여행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시작한 쉬라즈의 바킬 바자르 구경에 나섰습니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주 화려하고 규모가 큰 시장입니다.

 

 

특히 카펫 구역은 어마어마할 정도.

 

 

페르세폴리스에서 보았던 조공 사신들의 모습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 이전의 일상생활이며

 

 

아비야네에서 보았던, 초르각 입은 여자들이 나오는 민속화도 모두 카펫이랍니다.

한 올 한 올, 손으로 엮은 그 섬세함이 대단합니다.

 

 

시장을 돌다가 만난 사가르-오른쪽 끝-는 그 안에서 나를 두 번이나 보았다며 반가워하더니

쉬라즈의 명물이라는 단 맛의 차가운 푸딩, 팔루제도 사주고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지요.

남편과 친구, 셋이서 시장에 나왔다가 우리 일행을 보고 즉흥적으로 제안했던 것.

갑작스러운 제안에 잠시 당황했던 우리는 신이 나서 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장미꽃 바구니를 사들고

외곽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따라갔지요.

우리의 현대 엘란트라에 거실의 각종 가전제품까지 모두 우리나라 제품입니다.ㅣ

우리나라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있는 듯했네요.

 

 

남편 나리몬은 뜰에서 샤슬릭을 굽고 아내 사가르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뜰에서 따온 과일까지 곁들인 푸짐한 음식을 차려 주었습니다.

 

 

식사 후의 여흥시간에는 나리몬이 스커트에 스카프를 쓴, 여장한 모습으로 춤을 추어

분위기를 돋워 주면서 모두들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싹싹하고 친절한 그들의 호의로 우리는 이 집에서 여행의 한 때를 특별하게 보냈네요.

헤어지는 시간, 나리몬은 근처에 있는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하페즈의 영묘'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서비스로 멋진 마무리를 해주었지요.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메르씨(감사합니다)^^

 

 

이란에서 가장 추앙을 받는다는 시인, 하페즈의 영묘에서

그의 무덤은 정자 안에 있습니다. 

 

 

이란 가정에서 꼭 비치하는 책 두 가지는 코란과  하페즈의 시집이랍니다.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릴 만큼 그 표현력이 뛰어났던 시인의 작품 속에는 강대국에게 억압당하는

피지배 국민의 슬픔과 독실한 신앙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지요.

대리석에 새겨져 있는 그의 시, 그 속의 운율을 느껴 보고 싶어서 한 청년에게 낭송을 부탁했지만

그 리듬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구내매점에서 하페즈의 흉상 조각을 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하페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시인들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장미의 원산지는 이란으로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지요.

그중에서도 이 장미의 도시, 페르시아 스타일의 장미정원 '에람'은 박공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과 

 

 

물 위에 비치는 그림자가 아름다운 곳이지만

 

 

 

지금은 장미철이 아니어서 그 꽃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빈 뜰은 소풍 나온 꼬마들이 채웠네요. 

 

 

혼잡한 바자르를 지나 도착한 곳은 쉬라즈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슬람 건축물, '샤 에체라그' 영묘입니다.

정문에서 여자 출입구로 들어가 몸수색을 받은 후 짐을 맡기고 차도르를 빌려 입어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특별대우인지 사무실에서 다과를  대접받고 

영어가 능숙한 여대생 자원봉사자의  안내도 받았습니다.

영묘 건물 입구에서도 남녀 각각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면서 신발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야 하는 등

입장이 아주 까다로웠지요.

 

 

그러나 내부에 들어서면서 벽부터 천장까지 아주 작은 거울 조각으로 모자이크를 해 놓은,

눈부시게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과 그 큰 규모에 놀라서 입구의 까다로움에 대한 불평도 잊었습니다.

8대 이맘 레자의 형제 두 사람이 쉬라즈에서 반대파의 박해로 순교를 당한 후 조성된 이 영묘는 

시아파 무슬림의 3대 성지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영묘가 모셔져 있는 실내는 기도를 하거나 코란을 읽고 있는 사람들로 분위기는 아주 경건합니다.

 

카메라는 입구에서 보관, 휴대전화 촬영만 허용하는데 

 

 

반사되는 불빛 때문인가 화질이 안 좋군요.

 

 

 

우리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얀색 차도르를 빌려 입고 몸을 가려야 했습니다. 

 

 

다시 찾아갔던 밤 풍경입니다.

 

 

 

쉬라즈에서 가장 우아하다는 다음날의 '나시르 올 모스크'는

 

 

분홍색 장미꽃과 

 

 

 

 

글씨를 이용한 캘리그래피도 멋스럽고

 

 

천장의 장식도, 

 

 

 

섬세한 아라베스크 채색 타일도 아름다웠습니다.

 

 

 

남쪽 한 벽면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는 이 기도실에는 실내로 들어오는 빛이

색유리의 화려한 컬러 그대로를 바닥에 투사하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적의 시간은 햇빛이 머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잠시, 동화 속 같은 풍경에 빠져 보세요.

 

 

 

 

 

 

 

 

밤에는 지진의 여파로 피사의 사탑처럼 망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카림 한' 성을 한 바퀴 돌고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쉬라즈의 맛있는 전통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성의 입구에서 정면을 보며 오른쪽으로 돌면 우측에  두 개의 아이스크림가게가 있으니

쉬라즈에 가시는 분은 꼭 이 아이스크림을 맛보세요.

 

 

17일간의 이란 여행이었습니다.

비자받기도 까다롭고 중동사태에 대한 불안 때문에 모두들 걱정했지만 

막상 돌아본 이란은 크고 화려한 모스크와 예스런 시골 동네, 소박하고 친절한 사람들과 싼 물가며

여러 가지 맛있는 과일, 깨끗한 거리와 치안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안전한 나라,

거기에 황량한 사막의 아름다움도 곁들인 나라,

무엇보다도 페르시아 문명의 화려함과 그 영광이 곳곳에 남아 있는 감동적인 나라였습니다.

다음 여행지였던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는 늘 이란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여행자들의 천국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