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란,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 야즈드 - 알리와 보미의 추억

좋은 아침 2014. 12. 26. 11:00

이스파한을 떠나 완행버스를 타고 도착한 야즈드, 역시 카비르 사막에 둘러 싸인 오아시스 도시입니다.


밤에는 중심광장의 야경을 보러 나갔습니다.

불빛 속에 아미르 '차크마크 콤플렉스' 건물과 'Ashura'에 쓰이는 거대한 수레, '나클레'가 보입니다.

서기 680년에 있었던 시아파 지도자 '후세인'의 순교를 기념하는 행사, '아슈라'를 치른 직후라서

거리는 온통 그를 추모하는 글과 그림으로 도배가 된 듯했지요.

이 기간에 야즈드의 남자들은 검은 옷에 이 나클레를 메고 마을을 순회하면서 사람들과 그 슬픔을 나누고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면서 후세인의 순교 고통을 체험하기도 한답니다.

 

 

예언자이며 이슬람교의 창시자였던 '무함마드'가 후계자 없이 죽으면서 이슬람 세계는

'시아(Shia)파'와 '수니(Sunni)파'로 나뉩니다.

무함마드의 후손으로 이맘의 적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시아파의 이란, 이라크, 레바논,

혈연과 관계없이 투표로 칼리프를 선출, 이슬림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수니파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들의 두 견해가 첨예하게 맞섰던 것이지요.

무함마드의 외손인 3대 이맘, '후세인'이 수니파에게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날은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

이슬람역으로 1월 10일, 올해는 태양역으로 10월 9~12일의 추모 행사가 끝나면서

이 도시에는 그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지요.

 

                 

낮의 더위를 견딘 사람들이 시내로 몰려나오는 밤.

우리도 길가 카페에서 

 

 

이란인들이 좋아한다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얹은 당근 주스를 마시고

선선해진 거리로 나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유명 빵집에 들어가 

 

 

 

이들의 달디단 후식을 먹어 보았네요.

 

 

다음 날 아침에 찾아간 마을, '카르나크'는 

'야즈드' 북동쪽에 있는 1000년 역사의 어도비(붉은 빛깔의 흙벽돌) 마을로

한때 대상들이 쉬어 가던 오아시스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입니다.

마을 높은 곳에 오르면

 

 

멀리 황톳빛, 바위산 밑으로 수로와 조그만 밭들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다리와 

 

 

모스크가 보입니다.

 

 

농촌 풍경이 편안해보여서 그 오래된 다리를 건너 작은 모스크까지 걸었습니다.

 

 

모스크 안에는 단란한 모습의 가족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지요.

그 안을 구경하는 우리에게도 같이 먹자 권하기에

 

 

같이 앉아서 음식을 얻어먹은 후 친구들이 카르나크 마을에 남아 있어서 가야 한다는 뜻을 전했더니

그들 몫의 음식도 접시에 담아 주었지요.

우리도 늘 가지고 다니던 기념품을 제일 어른인 듯 보이는 할머니와 어린 꼬마들에게 전했고요.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정이 오간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장미꽃이 그려진 그 예쁜 접시는 지금 내 기념품 진열장 안에 그날의 추억과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어 찾은 근교 '메이보드' 역시 황톳빛, 오아시스 마을로

메소포타미아의 '우르파(지금의 터키의 산느 우르파)'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랍니다. 

 

 

오래된 성채, '나레인'은 이슬람 이전의 국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첫 사원이었다지만

 

 

황토로 지은 건물은 세월 따라 무너져 내렸습니다.

 

 

 

 

얼음을 보관하기 위하여 흙벽돌로 만들었던, 복원해 놓은  얼음집도 보입니다.

 

 

야즈드 시내에 있는 '아테슈카데 사원'은 고대 페르시아의 국교, 조로아스터(배화교)의 본산입니다.

르시아 왕조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는 왕조의 몰락 이후 국교가 이슬람으로 바뀌면서

정부의 심한 탄압을 받았고 지금도 그 차별로 많은 신도들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그 교세가 많이 줄었답니다.

 

 

건물 중앙의 지붕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인 '날개 달린 아후라 마즈다' 상이 있습니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언제나 선이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했네요.

 

 

사원 안에는 470년 이후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꺼진 일이 없다는

불꽃이 지금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불은 선의 상징으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원소입니다.

 

 

모임을 앞두고 해외로 떠났던 신도들이 찾아온 이 날,

 


우리는 또 하나의 조로아스터교 흔적을 찾아 '착착'으로 떠났습니다.

 

 

야즈드 북쪽 황량한 사막 속,

 

 

바위산 중턱에 있는 또 하나의 성지, '착착'입니다.

 

 

'착착'은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의성어로 나타낸 것으로

적에게 쫓기던 페르시아의 마지막 공주가 이곳에 찾아와 아후라 마즈다에게 도움을 청하자

이 바위산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그를 숨겨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입니다.

동굴에서 착착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방울은 이 산이 공주를 기억하며 흘리는 눈물이라지요.

이곳에도 선성한 불꽃이 타고 있었습니다.

 

 

즈드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성지로 '침묵의 탑'도 있습니다.

입장 티켓에 그 탑이 보입니다.

 

 

시내에서 15km 거리,  2개의 언덕에 있는 이 '침묵의 탑'은 왼쪽이 남성용, 오른쪽은 여성용인 조장터.

그들은 물과 불, 흙을 신성시 여겼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이를 오염시키는 화장이나 매장을 하지 않고

조장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남성용 조장터로 올라가는 중.

 


독수리가 망자를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었던 그들은 가운데 원형 제단에 안치한 시신을

독수리들이 다 처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골을 수습,  봉안당에 모셨답니다.

 

 

이란에서 가장 높은 50m의 미나렛이 있는 '자메 모스크'의 입구에도

 

 

히잡을 쓰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벌집 모양으로 천장을 장식한 이슬람 양식은 어디를 가도 아름답습니다.

 

 

천연 에어컨, 바람탑이 서 있는 야즈드의 

 

 

                                           

황톳빛  골목을 지나면

 

 

전설 같은 '알렉산더의 감옥'이 나오고

 

 

우리 숙소, 전통가옥인 호텔 '로즈'도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아라비안 스타일의 카페가 있고 

그 가장자리에 침실이 있는 구조입니다.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인 현지인들처럼 물담배 피워 보기.

 

 

드디어 날을 잡고 홀에 앉아서 시도하는 중입니다. 

모두들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쳐다보고 있었지만 알리는 우리의 부탁대로 순하게 조제한 탓인지 

특별한 맛과 기분이 나지 않아 싱거웠습니다.ㅋㅋ

 

 

야즈드에 있던 3일 동안 숙소를 관리하는 성실한 남자 '알리', 그의 예쁜 아내 '보미'와 친해졌지요.

'보미'는 자신의 이름이 페르시어로 '봄'을 뜻한다기에 우리가 지어준 우리말 이름.

보미는 친정어머니가 보내주셨다는 콩죽도 우리에게 나눠 줄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였습니다.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바지런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우리도 그들에게 선물을 많이 건넸네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떠나는 시간이 되자 눈시울이 붉어진 보미.

알리는 우리가 골목을 돌 때까지 문간에 서서 오래오래 배웅해 주었고.

그래서 야즈드는 정 많고 친절했던, 알리와 보미가 사는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