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에서 우르겐치로 이동, 국내선 비행기로 타슈켄트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 출발, 근처의 성모승천 대성당을 둘러보고
두 개의 지하철이 만나는 Ming Orik(지하철 초록 라인), Oybek(지하철 파란 라인) 역에서 제톤(코인)을 사서
한 정거장 거리인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지하철 요금은 1인 1000 솜, 약 250원.
지하철 역사 안에 들어가니 거기 근무하는 경찰이 우리의 여권을 검사합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지금도 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외국인은 여전히 감시의 대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이 나라 지폐 1000 솜에 있는 그림, 티무르 왕관 모양의, 외관이 독특한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에는
사마르칸트의 비비하눔 모스크에서 보았던 대리석 쿠란 받침대의
모조품이 한가운데에 설치되어 있고
뒤쪽으로는 아미르 티무르가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화려한 색채의 대형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아미르 티무르의 초상화와 그와 관련된 기록화,
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는 외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며 선물 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그 당시 궁정의 풍속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이었네요.
박물관 건너편의 공원(Amir Timur Maydoni)에는 500 솜 지폐에 나오는 티무르 승마상이 있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초르수 바자르, 초록빛 돔의 대형 시장에서
화덕에 구운 둥근 빵, 논(non)을 먹어 보라던 인심 좋은 빵집 아저씨도 한 장 찍고
이 나라의 대표적인 문양, 석류가 그려진 쿠션이며 침대커버를 파는 가게 등
활기찬 시장을 구경하면서,
택시를 타고 나보이 공원으로 가서 호숫가에 앉아 잠시 더위를 식히는 시간입니다.
이제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코스,
볼쇼이 침간(Bolshoy Chimgan, 3309m) 아래에 있는 인공호수, Charvik으로 갑니다.
자가용 기사 슈릭을 만나 그와 협상, 차르빅에서 타슈켄트로 돌아가는 날의 픽업까지 계산해서 차를 대절했지요.
고원의 이 호수에서
우리 숙소는 Charvak Oromgohi.
피라미드 형태의 아름다운 호텔로 세 끼 식사를 제공하는 리조트입니다.
스키 시즌도 한 여름의 피서철도 아닌 한적한 시기여서 느긋한 휴식의 장소로 참 좋았습니다.
모터보트를 타기도 하고 호숫가를 걸으며 느긋한 2박의 시간을 보냈지요.
여행의 끝을 잘 마무리하고
호텔 안에 걸려 있는 그림 그대로인 이 호숫가 풍경을 두고 가기 못내 아쉬워하면서
다시 타슈켄트로 돌아가는 길.
도중에 있는 고려인 마을에 잠깐 들렀다가
길에서 만난 분에게 초대를 받았습니다.
우리말에 능숙한 남편은 작은 아들이 블라디보스톡에 있는 한인 회사에 근무 중이고
결혼한 큰 아들 내외는 우리나라 안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였지요.
넓은 집에 60대 내외 두 분의 생활은 벤츠 승용차에 전기오븐이며 세탁기 들이 있는 여유로운 생활.
부인은 직접 구웠다는 빵이며 과일들을 내주셨고 우리도 늘 가지고 다니던 선물을 드렸네요.
일제 식민 시절, 겨우 자리를 잡았던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할아버지 세대는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이분들은 교육도 받으면서 완전히 이 사회에 적응되어 잘 살고 계셨네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종점, 블라디보스토크.
꽃을 사들고 찾았던 조명희 문학비 앞에서는 마음이 아팠는데
여기 두 분이 이루고 사는 모습은 보기에도 참 흐뭇했습니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 우리는 한동안 머물렀던 타슈켄트의 호텔, 'Hotel Grand Tashkent'를 나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넘어가 환승, 귀국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알마티 공항의 긴 환승 대기 시간을 이용, 택시로 시내에 나와서 콕토베 언덕에 올랐지요.
처음 도착했을 때 미뤘던 이곳의 비틀스 동상과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설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알마티의 석양을 보면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걸친 32일의 여행을 정리했습니다.
가지 못한 카자흐의 악수자바길리와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에 대한 미련,
키르기스와 우즈벡에서 좀 더 여유 있는 일정이었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늘 새롭고 즐거운 날을 보냈습니다.
오랜 세월, 기쁨을 같이한 이런 여행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
그러나 지금 여기서, 우리는 여전히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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