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보프 CBT의 매니저, 하얏트의 주선으로 미니밴을 대절, 비슈켁으로 갑니다.
중간의 휴식 시간까지 모두 10시간의 거리입니다.
우리는 북쪽의 카자흐 케겐에서 이식쿨이 있는 키르기스의 동쪽으로 내려와
나린에서 얄랏 아밧까지 동에서 서로 횡단한 다음,
북쪽의 수도 비슈켁으로 가는 일정을 진행하면서 이 나라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웃한 산유국 카자흐 덕택에 저렴한 요금으로 자가용을 대절한 편한 여행이었지요.
그러나 아슬란보프에서 가까운 우즈벡의 오시와 페르카나에 들렀다가 타슈켄트로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비슈켁으로 가는 길 초반에는 카라카라 강과 협곡을 양 옆에 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Doktogul 저수지 옆길로부터 Ala-Bel(3184m) 고개와 Otmek(3330m) 고개를 넘어 Kara-Balta에 이르는
설산과 초원의 환상적인 길이었지요.
이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은 순수 그 자체!
그림 같은 산과 계곡, 들판과 호수, 거기에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까지 모두 키르기스의 보석입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슈켁에서는 한인 GH '로뎀'에 짐을 풀었지요.
넓고 쾌적한 실내, 호텔 수준의 깨끗한 침대 시트며 화장실, 맛있는 커피에
우리말을 잘하는 현지인 스태프들로 아주 기분 좋았던 곳입니다.
다음날,
알라메디 계곡을 가기 위하여 현지인에게 묻고 물어 버스를 탔지만 도착한 곳은 알라메딘 시장.
다시 근처 가게의 젊은이 도움으로 택시를 잡아 목적지에 가까운 광천수 수영장, '토플리예 클류치'로 갔습니다.
트레킹의 3시간을 대기하는 조건입니다.
알라메디 계곡은 수영장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라고 했지요.
맑은 날씨, 비슈켁의 배경이 되는 설산 최고봉, 코로나(4860m)를 바라보며
알라메디 강을 옆에 둔 계곡 트레킹은 기분 좋았지만
설산 밑 평원, 메도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에는 가시덤불 길에서 길을 잃고 잠깐 헤매기도 했습니다.
비슈켁 3일째,
로뎀에 큰 짐을 맡기고 국립공원, 알리아르차로 갔습니다.
등산로의 시작점, 알플라게르에 있는 A자 형의 알리아르차 호텔.
지붕 밑 넓은 방에 체크 인 하고
알라메디 강변을 산책하는 중입니다.
우리 방의 창문으로 멀리 정상 코로나가 어제와는 또 다른 방향에서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요.
1층 카페는 전망도, 분위기도 좋습니다.
공원 안에 있는 안내판에서 세 개의 트레킹 코스 사진을 찍으며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6시부터 등정 시작,
오늘은 설산 코로나 아래, 그 빙하를 조망할 수 있는 라체크 오두막(3370m)까지 올라갈 예정입니다.
9월의 산 아래에는 벌써 단풍이 들었네요.
초반부터 치고 올라간 길은 곧 평탄한 초원으로 이어지면서 사진 왼쪽의 동굴 속, Ak-sai폭포를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또 한동안 가파른 너덜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거대한 코로나 빙하!
그 아래에 라체크 산장이 있습니다.
잠깐 들여다본 산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설이 괜찮아서
어제 오후에 올라와 이곳에서 숙박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네요.
왕복 9시간의 산행,
힘은 들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빙하를 보면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키르기스 국기가 휘날리는 다음날의 알라투 광장입니다.
국민 영웅, ' 승리의 마나스' 동상 앞에서 경비병들이 교대식을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그 외의 계절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매시 정각에 진행됩니다.
그 앞의 오페라 극장은
대칭인 두 개의 건물을 장식한, 이 나라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그린 벽화가 시선을 끌었고.
광장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입니다.
거리에서 이들의 전통모자, '칼팍'을 쓴 아저씨도 만났습니다.
가운데의 높은 부분은 알라토우를, 아래 테두리의 접은 부분은 이식쿨을 상징한다니
이들의 알라토우와 이식쿨에 대한 자부심은 아주 대단합니다.
현지인들로 붐볐던 '오시 바자르'는
빵집이며 과일, 옷을 파는 가게가 많은 아주 큰 시장.
가게에서 일하던 한 젊은이가 '라그만' 맛집을 가르쳐 주었지요.
지금까지 먹었던 볶음국수에 매운 국물이 들어 있는 것이 영락없는 우리의 짬뽕으로 110 솜, 약 2200원 정도.
옆 테이블의 젊은이들이 먹던 스테이크는 100 솜으로 아주 푸짐했습니다.
이 나라에는 치안에 문제가 없고 학비며 체재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배우러 오는 한국 유학생이 더러 있답니다.
옛 소련 연방에 속했던 나라여서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가 같이 쓰이기 때문이지요.
골프 투어며 사진 동호인들의 출사 여행도 많은 듯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음식을 파는 가게도 있는 듯 했네요.
삼겹살에 떡볶이와 김치, 라면과 김밥을 파는 곳이 있었거든요.
이제 우리는 키르기스 일정을 마치고 실크로드의 나라, 우즈벡으로 들어 갑니다.
스위스 못지 않은 순수하고 멋진 풍광의 이 나라에 많은 미련을 두고 떠납니다.
설산을 바라보며 계곡과 초원을 느긋하게 걸어 다녔던 나날,
아, 행복했습니다.
'24. 카자흐스탄, 키르기스, 우즈베키스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크로드의 도시, 부하라 (0) | 2015.10.30 |
---|---|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사마르칸트 (0) | 2015.10.27 |
나린에서 타쉬라밧, 나린에서 알랏라밧, 아슬란보프까지의 국토 횡단 (0) | 2015.10.23 |
바다 같은 호수, 송쾰 (0) | 2015.10.19 |
키르기스스탄 카라콜과 알틴 알랴산, 이식쿨 호수의 도시 촐폰아타까지 (0) | 2015.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