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카자흐 국경을 넘어 키르기스의 카라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트레킹의 거점도시입니다.
알라타우 속의 팔랏카봉(4260m), 카라콜봉(5218m)을 중심으로 알라샨 계곡이나 카라콜 계곡,
총 키질수 계곡에서 시작하는, 하루에서 길게는 10일 정도 거리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번화가 독토굴에서 환전을 하고 레이스를 달아 놓은 듯 장식이 아름다운 호텔, 네오피드에 짐을 풀었습니다.
여기도 환율은 한국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10솜이 올라 1달러 당 63 솜.
이 나라에서도 환율이 흔들리고 있었지요. 1솜은 우리 돈으로 약 20원입니다.
키르기스스탄은 남한의 2.2배 크기이지만 농지는 전 국토의 7%로
알라타우와 그 지맥이 대부분이어서 80% 이상의 땅이 해발 1500m 위에 있는 산악국가이며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이지요.
수도는 비슈케크, 560만의 인구.
무비자로 우리나라와는 3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길 가던 현지인에게 물어 볶음국수, '라그만'를 잘하는 레스토랑 '아자리아'에서
키르기스 입성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값이 싸고 맛도 좋습니다.
시장을 돌다가 현지의 예쁜 아가씨를 만나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다음날은 1박 2일의 일정으로 짚을 대절, 알틴 알라샨로 출발했습니다.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한 이틀 간의 날씨는 계속 비.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화창한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일행은 빅토르가 운전하는 짚으로 올라가고
남은 두 사람은 Ak-Suu 요양원 앞에서 시작, 5시간 정도 14km의 알라샨 계곡을 걸었습니다.
가문비 숲이 이어지면서
양과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설산에서 내려 온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목자적인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계곡의 이 작은 마을이
바로 '황금 스파'의 뜻을 가진 '알틴 알라샨',
이런 소박한 이정표도 있는 마을입니다.
우리 숙소는 이 마을의 'Yak Tours Lodge'의 지붕 밑 방.
집 앞에 빅토르의 차가 보입니다.
걸어오는 도중, 산 길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간신히 나무에 걸려 있는 짚이 보이기에
차로 올라간 일행을 걱정했던 일이 있었지요.
그러니 우리 기사, 빅토르는 이 4륜 구동의 낡은 러시아 짚으로 돌투성이 험한 길을 잘도 올라온
베스트 드라이버였네요.
긴 시간 산길을 걸은 피로는 파란 지붕의 hot spring, 유황 냄새나는 온천물로 풀면서
동네 작은 가게의 시원한 발루치 맥주 한 잔으로도 오늘 나는 행복했습니다.
짧은 여름, 이 오지 마을을 찾아온 여행자가 많이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것은 4260m의 설산, 팔랏카 봉우리.
그 설산처럼 하얀 머리의 나이 많은 주인아저씨, 발렌틴은
태양열로 얻은 희미한 전깃불 아래, 작은 부엌에서 '아주아주 간소한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었지요.
차가운 밤기운에 검은 구름이 몰려들면서 기대했던 밤하늘의 별 볼 일은 없어졌고요.ㅠㅠ
다음날 아침, 계획에 없던 산정호수 알라 쾰에 오르기 위하여 새벽에 길을 나섰습니다.
아름다운 이곳의 산길을 더 걷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마을 끝에서 다리를 건너
물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나무다리를 건넌 다음 거기서부터
다시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전혀 없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산과 계곡에 감동하면서
즐거웠던 걷기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고산증이 나타나는 데다가
눈과 우박, 거친 비바람의 기상악화로 5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여행의 초반이니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는 생각,
오늘 안에 알틴 알라샨으로 되돌아가 거기에서 Ak-Suu 요양원까지 서너 시간 내려가고
카라콜까지 가는 차편도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을 계산했었지요.
온천마을에서 빅토르의 짚을 타고 카라콜에 먼저 내려갔을 일행이 호텔에서
우리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도 마음에 걸렸고요.
목표인 알라쾰 호수를 1시간 앞두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이 아름다운 산길을 걸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발길 서둘러 3시간 만에 알틴 알라샨으로 되돌아온 후
마을에서 카라콜 가는 트럭을 얻어 타는 행운을 만나 거친 돌길의 요란한 롤러코스터를 즐기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알틴 알라샨에 잔치가 있는 듯 짐을 잔뜩 싣고 왔던 차 주인이 시내로 돌아가면서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던 것이지요.
라흐멧, 고맙습니다!
다음날도 맑은 날씨!
카라콜 시내,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성삼위대성당'을 둘러보고
호텔에서 나와
호텔 매니저 세르게이의 차로 둔간족 모스크를 구경한 다음
터미널로 이동, 버스를 타고 이식쿨 호숫가의 도시인 촐폰아타로 갔습니다.
세르게이는 터미널에서 우리에게 '표를 사는 곳', '차를 타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센딩 비용은 자신의 서비스라며 환송을 해주었네요.
알틴 알라샨이며 시장, 거리 곳곳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여행이 더 즐겁습니다.
300번 미니버스는 정원 19명을 채워서야 겨우 출발, 2시간 30분 걸려 촐폰아타에 도착했습니다.
정원에 장미가 만발한 '발리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곧 알라타우로 둘러싸인 바다같이 넓은 호수, 수평선 아득한 이식쿨로 나갔지요.
알라타우, 그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진 해발 1600m의 이식쿨은
남미 티티카카 다음으로 큰, 길이 170km 폭 70km의 산정호수.
우리나라 제주도 넓이의 세 배 정도 크기랍니다.
호수 바닥에서 온천수가 솟아오르기 때문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라서 이름도
'따뜻한 호수'의 뜻을 가진 이식쿨입니다.
그러나 키르기스를 대표하는 이식쿨도 시즌이 지나니 호반은 한산.
마지막 여름을 즐기던 몇 되지 않던 사람들도 날이 어두워지면서 모두들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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