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시내 중심광장인 레스푸블리카 알라니 거리입니다.
아침 일찍 비가 온 후의 싱그러운 대기 속을 걸어 나가
이 나라를 상징하는 '골든 맨'이 눈표범을 딛고 서 있는 독립기념탑을 지나서
옥상의 왕관 장식이 아름다운
카자흐스탄 호텔을 지나
이 도시를 상징하는 사과 조형물을 보며
벽면을 역시 사과와
풍속 그림으로 장식한
아바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판필로프 공원으로 갔습니다.
'알마티'는 '사과의 아버지'라는 뜻, 사과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과일입니다.
여기는 소련의 스탈린 시절, 수많은 고려인들이 극동지역에서 강제 이주되어 고난의 삶을 보내야 했던
가슴 아픈 땅입니다.
특유의 머리 수건을 쓴 현지인들이 많이 보이는
판필로프 공원.
그 안에 있는 젠코프 성당은 성화며 벽화도 화려했지만
거대한 기념비와 '꺼지지 않는 불꽃' 등
러시아 내전과 2차 세계대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순국한 카자흐 병사들을 추모하는 동상과
비석들이 줄지어 있어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네요.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가 됩니다.
나무가 울창한 공원, 맑은 공기 속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동.
알마티의 남쪽, 자일리스키 알라타우 계곡의 메데우와 침블라크로 갑니다.
시내 길가에 이 나라의 수도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개최되었던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 경기장 사진이 보이기에 한 장 찍고
메데우 경기장까지 택시 이동.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의 모형이 서 있는 길을 지나면
아이스링크가 나옵니다.
그 메데우에서 입장권을 구입, 케이블카를 타면
콤비 1의 침불라크를 거쳐
콤비 2의 3200m, 탈가르 봉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일 년 내내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스케이트나 스키, 자전거를 타면서 산악스포츠를 즐긴다는 곳입니다.
케이블카 요금은 3500텡게였지만 60세 이상은 2000 텡게, 65세 이상은 무료!
여행비 절약했습니다! ㅋㅋ.
체력 좋은 서양인들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일주일 여정의 알라타우 트레킹을 떠나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지요.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다니면서 언뜻언뜻 보여주는 아랫마을 풍경도 아름다웠고요.
이 마그네틱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도시입니다.
여행 전, 예약했던 2박의 알마티 아파트는
레스푸블리카 알라니에서 가까운
전망이 좋은 집이어서 알라타우(톈샨)의 설산에 둘러싸인 쾌적한 이 도시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 앞에서 79번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사야하트로 이동,
거기에서 인상 좋은 택시 기사, 아호마스의 차를 대절했습니다.
목적지는 카자흐의 국경마을 케겐.
중간, 차린 협곡에서 2시간 대기하는 조건입니다.
'차린 협곡'은 카자흐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별명이 붙은, 깊이 150에서 300m에 이르는 대협곡으로
알마티 동쪽의 200km 지점에 있지만 직접 가는 대중교통은 없습니다.
협곡 입구 매표소에서는 운전기사의 이름과 차량 번호, 우리의 여권 번호까지 모두 기록한 다음
입장료 1인당 500 텡게를 받았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약 2500원, 주차비는 별도.
아호마스와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고
협곡 속으로 들어갑니다.
입간판을 따라 그 아래로 내려가면
나타나는 차린 강.
이 차린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침식과 풍화 작용이 '성들의 계곡'이라는
거대하면서도 다양한 붉은 바위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한적한 여행지입니다.
협곡에서 나와 아호 마스가 데려다준 한적한 국경마을의
작은 호텔, '케겐'.
이 오지의 하나밖에 없는 호텔로 외관이 엉성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침실은 생각보다 따뜻해서 하룻밤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아호마스의 택시로 국경을 넘으려던 우리의 계획은 그가 아침 일찍 알마티로 떠나면서 틀어졌지요.
서로 의사 소통이 안 되었던 듯했네요.
오랜 시간 걸려 자가용택시를 수소문한 끝에
이제 우리는 케겐을 떠나 키르기스로 넘어갑니다.
멀리 띠를 두른 것처럼 길게 이어지는 검은빛의 알라타우와 그 허리에 낮게 깔린 흰색의 뭉게구름,
파란 하늘과 수확을 앞둔 노란 밀밭, 사이사이의 초록색 초지, 잘 자란 가문비나무의 검푸른 빛깔.........
보이는 풍경은 온통 자연이 만들어낸 색의 향연입니다.
이 코스는 여름철에만 열리는, 키르기스로 넘어가는 루트.
카자흐의 케겐에서 키르기스의 튑에 이르는 그 길의 풍경은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있을
환상적인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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