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카자흐스탄, 키르기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알타이 마을, 보피니치노이예

좋은 아침 2015. 10. 10. 10:30

여행 친구 4명과 동행, 2015년 8월 24일 출발, 9월 24일에 돌아온 32일의 일정으로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세 나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여행 기록입니다. 
이 여행으로 로마에서 중국, 장안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실크로드 여행을 종결하자는 의미도 있었고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 설레는 알타이 산맥과 톈산 산맥 속을 걸어보자는 욕심도 있었지요.

아시아 대륙 중심의 중앙아시아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하여 투르키스탄(투르크인의 나라) 또는 서역이라고 부릅니다. 

이 지역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여러 갈래의 교역로, 실크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컸기 때문에

동서 교역로를 장악하려는 주변 여러 세력의 침략과 지배가 잦았고

그러면서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가 유입되어 역사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중 카자흐에서 5일, 키르기스에서 14일, 우즈베크에서 11일, 모두 30일을 보냈지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개인이 발급받기 까다로웠던 우즈벡의 비자는 여행사에 부탁했습니다.

살라마 치즈 베?(안녕하세요?)
먼저 Kazakhstan입니다. 
이 나라는 남한의 50배,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나라,

중앙아시아 최대의 석유와 광물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이며
북동쪽에 알타이 산맥과 남서쪽으로 알라타우(톈샨 산맥)의 높은 산,

서부의 키질 사막과 크고 작은 많은 호수, 넓은 초원을 가진 나라입니다.
인구는 1700만 명, 수도는 아스타나.

우리의 카자흐 여행 시작은 알타이의 산간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인천 출발, Almaty 도착, 거기에서 북동쪽, 알타이 여행의 거점이 되는

Ust-Kamenogorsk에 가는 국내 선으로 환승했지요.
알마티 공항 로비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에어아스타나 기내에서 얻은 

눈표범의 눈 그림이 인상적인 카자흐 맥주, '이르비스'로 카자흐 입성을 자축하는 중입니다.

 

 

알마티 공항은 하얀 눈이 덮인 톈산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스트 카 메노고르스크에 도착한 다음날, 알타이 마을 트레킹을 위하여

현지의 전문 여행사, 'Altai Expeditions'를 찾았지만 

8월 25일 현재, 투어 시즌은 이미 지난주 18일로 끝났다고 했네요.
6월부터 9월 말까지가 시즌이라 했는데 카자흐에서도 북동쪽, 러시아 접경의 이 오지에서는

그 시즌도 일찍 끝나는 듯했습니다.

 'Altai Expeditions'에서 소개받은 여행사 'Avetis'로 이동, 

여직원 스베틀라나의 수배를 기다리며 은행에서 환전.
출국 직전에 확인한 환율은 1달러 당 210 텡게(T)였는데 어제 알마티 공항에서는 220 텡게.

오늘 이곳에서는 235 텡게를 넘고 있었지요.
이 나라 정부가 지난 21일 자로 자유 환율제를 도입, 카자흐 돈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율은 마구 흔들렸고. 
그러니 아예 환전업무를 일시 중지한 은행도 있었기 때문에

여행사에 지불할 비용이 필요한 우리는 시내의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환전을 해야 했습니다.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의 침체 속, 신흥 자원국의 생존전략입니다.

시즌이 끝난 시점에 우리 일행 만으로 트레킹 투어가 꾸려지면서 2박 3일의 비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러나 알타이 산맥 속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벅찼네요. 
우스트 카 메노고르스크에서 북동쪽 110km 거리의 작은 도시 Ridder로 출발.

자작나무 숲을 지나

 

 

벌써 가을에 들어선 들판을 만나고 

 

 


목조 가옥의 마을을 거치면서 

 

 

리데르의 외곽에 있는 작은 동네, 보피니치노이예에 도착했습니다.

집 앞에서 소젖을 짜는 아주머니와 

 

 

풀을 뜯는 돼지 가족도 보이는 시골 마을입니다.

 

 

 에코 투리즘 간판이 서 있고 

 

 

뜰에 영글어가는 해바라기가 있는 우리 숙소.

 

 

아침저녁으로는 꽤 추웠지만
1m 정도의 두꺼운 벽을 쌓아 지은 집안에는 취사를 겸한 난로도  있어  따뜻하고 아늑했습니다.

 

 

 

소박한 바냐는  느긋한 쉼터가 되었고

 

 

이 동네에서 음식 솜씨가 제일이라는 안주인 스베타가 

 

 

내놓은 음식은 이곳에 머무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했지요.

 

 

보드카에 러시안 팬 케이크 블리니, 그릭 샐러드에 볶음국수인 라그만, 닭고기와 가지를 이용한 갖가지 요리, 

과와 블루베리를 얹어 구워낸 파이들.
이 깊은 산속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웠을 여러 가지 과일 하며 다양한 차들로 가득했네요.

스베타, 아스보슌!(잘 먹었습니다)

 

 

 

다음날, 구름이 잔뜩 낀 날씨를 걱정하면서 가이드 티냐를 만나 수인사를 나누고

 

 

한바탕 준비 운동을 한 다음

 

 

타냐를 선두로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중국, 몽골로 이어지는 2000km의 알타이 산군 중에 서쪽 알타이의 한 봉우리인 

왼쪽의 뾰족한 이바노비치(2280m)를 향하여 

 

 

 

짙푸른 가문비 숲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

 

 

                 

키 작은 풀들의 스텝 지역을 걸으며

 

 

 

예쁜 꽃들 사이로

 

 

 

발걸음 가볍게 걸었지요.

 

 

간간히 이슬비가 내렸지만

냇가에 앉아 스베타가 준비해 준 런치 박스를 먹는 풀밭 위의 점심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습니다. 

 

 

가운데 노란 티를 입은 사람이 가이드 타냐. 

영어가 능숙한 분홍빛 티셔츠의 디나라와 그 친구인 카챠도 동행했습니다.

 

 

짧은 낮 시간에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목표했던 정상에는 못 올라갔지만 그 '알타이'의 산 속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우리말의 어원이 알타이 어족이라며 두음법칙이며 모음조화 등,

그 특징을 달달 외우던  학창 시절이 있었지요.
요즈음은 북방계열의 언어가 혼합된 것이라는 새 학설이 대세이지만 그때부터 각인이 되었던

'알타이'는 늘 궁금했거든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또 다른 즐거움.
부엌에서 점심 설거지를 마친 마리아까지 합류, 기타를 치며 

가스펠과 그 옛날의 팝송을 부르다가 급기야 막춤까지, 여자들끼리 모여서 한바탕 놀았습니다.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고 놀러 온 이웃 청년은 아주 작은 그들의 전통 악기를 불어 주었네요.

 

 

같이 일하고 돕던 사람들은 러시아 정교 신자와 무슬림이 일반적인 이 나라에서 극소수인 개신교도로
그들의 신앙심과 결속력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타냐가 준 명함 뒷면은  알타이의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흰 눈에 덮인 산과 붉은 사막, 노랗게 곡식이 익어가는  경작지와 초록빛 초지에 하얀 양 떼며

말을 탄 목동의 이  그림은 타냐의 강인하면서도 소박하고 순수한 인상을 닮았네요. 
영어를 조금 하는 타냐의 메일 주소는  butvilene@bk.ru.

 

 

2박 3일의 일정이 끝나면서 우리를 우스트 카메노고르스크로 데려다줄 여행사의 8인승 미니밴이 왔습니다. 

그동안 정이 든 그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알타이의 산속 마을,  보피니치노이예에서 만족스러운  일정을 보내고 돌아갑니다.

 



 

추수가 끝난 광활한 들판은 평화로웠습니다.

 

 

 

 

길가의 바자르에서 여행사 사장인 나타샤는 우리에게 버섯 통조림을 사서 안기며

여행이 잘 끝나기를 기원해주었지요.
높은 산과 들판의 멋진 풍경, 친절한 사람들로 카자흐 여행의 시작이 좋습니다.

락휴멧!(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