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키르기스를 떠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로 항공 이동합니다.
석양빛을 받은 천산의 풍경이 장엄합니다.
실크로드는 중국과 지중해 동안, 흑해 연안을 연결하는 통상로.
이 길은 중국 중원에서 시작하여 천산 산맥의 북쪽 기슭, 스텝 지역을 횡단하는 천산 북로와
천산의 남쪽,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 오아시스를 동서로 연결하는 천산 남로에
서역 남로, 해상로 등 수많은 갈래가 있었지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헬레니즘, 인더스, 황하 문명을 연결해주던 길이고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이슬람교, 불교들이 전파된 길,
동서 문화를 이어주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서역이라 불렀던 중앙아시아 지역의 실크로드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시가바트, 메르프,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히바, 우르겐치, 부하라, 사마르칸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들이 있습니다.
우즈벡은 남한의 다섯 배 정도 크기.
남동 지역에 텐샨과 파미르 고원, 알라이 산맥이 자리 잡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에
중앙아시아 고유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나라입니다.
수도는 타슈켄트. 우리나라와는 4시간의 시차.
은행의 공식환율은 1달러에 2298 솜이지만 암시장에서는 4500 솜 정도로 거의 두 배였습니다.
우즈벡 현지에서 발급하는 초청장이 첨부되어야 비자가 발급되고
입국 때에는 지니고 있는 돈을 모두 사실대로 신고해야 하며
여행 기간 내내 투숙한 호텔의 숙박 증명서를 여권에 붙여야 하는 등 까다로운 나라였지요.
그래서 여행사에 비자 발급과 호텔, 교통편을 의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세 나라 여행의 마지막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인접한 국경지역 트레킹 때의 허가증 지참은 카자흐, 키르기스와 같습니다.
타슈켄트 도착 다음날 아침.
콜택시를 타고 테르미 율 바그잘, 열차역으로 이동, 쾌적한 고속으로 사르마칸트에 갑니다.
마드라사 사진이 담긴 이런 간식도 받으면서 달렸던 2시간 30분.
창 밖으로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경작을 지시했다는 목화밭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이 목화밭은 그 수원인 아랄해를 황폐하게 만든 원흉이 되었답니다.
우즈벡에서 가장 번성했던 실크로드의 핵심 도시, 사마르칸트의 명소인 레기스탄(중앙광장)입니다.
사진 왼쪽은 1460년에 지은 울루그벡 마드라사, 중앙은 1660년 완공된 틸리칼리 마드라사,
오른쪽은 1636년의 쉐르도르 마드라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들 마드라사(신학교)는
계속되는 복원공사로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마드라사를 졸업한 무슬림은 현자를 뜻하는 '뮬라' 칭호를 받는답니다.
울루그벡 뒤편의 모스크는 화려한 금빛 장식이 눈을 끌었고
쉐르 도르 마드라사의 전면 상단에 있는 사자 그림은
살아 있는 동물 묘사를 금하는 이슬람의 율법에 어긋난 것이어서 특이했지요.
이런 묘사는 부하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는 이 마드라사 안은 기념품 가게들이 가득했습니다.
이국적인 장신구에 예쁜 천,
각종 장식품에
전통 악기도 많았지만
건물 안의 잡다한 상가들은 밖으로 철수시켜서 이런 우수한 문화재가 오래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안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아주머니들과 같이 사진 한 장!
우즈벡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말을 잘하는 현지인을 많이 만났지요.
외국에서 온 근로자가 연변이나 동남아 출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쪽에서도 많이 왔더군요.
상대적(?)으로 차별을 덜 받았을 이들은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대한 감정도 좋은 듯했습니다.
보는 사람들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거든요.
탤런트 아무개가 밭을 매고 또 다른 아무개가 나무를 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이 나라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남미녀가 많습니다.
왕비 비비하눔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대왕, 티무르에게 지어 바쳤다는 비비하눔 모스크 중앙에는
아라비아에서 선물로 받은 '거대한 돌로 만든 코란 받침대'가 보입니다.
아프로시압 언덕 끝에는 7세기, 이 지역에 이슬람을 전파한 쿠사마 이븐 압바스의 무덤이,
그 앞쪽으로는 티무르와 그의 손자 울루그벡 시대에 만들어진 영묘 단지, '샤히진다'가 있어
이 나라의 성지가 되었지요.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신성한 순례지입니다.
경건한 예배가 진행되는
그 안의 내부 장식은 아주 화려합니다.
비비하눔 옆에 있는 Siob Bazaar은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견과류의 집합지로 근처에 버스터미널까지 있어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간식으로 아몬드를 사 들고
이제 티무르의 탄생지이며 그의 무덤이 있는 샤흐리삽스로 가는 길.
고개 위에는 '사마르칸트' 기념탑이 서 있고
각종 견과류와 말린 치즈를 파는 가게가 많습니다.
돌산을 넘다가 만난 작은 가게에서
닭꼬치도 사 먹으며
저 아래 멀리
샤흐리샵스까지 내려 왔습니다.
여기 있는 티무르의 여름 별궁 '악사라이 궁'은 세월따라 무너지면서 38m의 탑, 피슈타크가 남아 있지만
그도 훼손이 심해서 이제는 출입 금지가 되었답니다.
궁전 앞에는 티무르의 입상이 복원되어 있고
그 앞에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넓은 광장이 있습니다.
멀리 쿡굼바즈 모스크, 영묘 단지인 하즈라티이맘과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이 보입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많은 인부들이 조경작업에 붕괴된 모스크, 영묘 등을 복원하고 위락시설을 짓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이곳은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 못지않은 큰 관광지가 되겠지요.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인부들의 옷차림은 화려했네요.
우리도 준비했던 것을 나눠 먹으며
놀러 나온 할머니들과
잘 자려입은 신혼부부,
키르기스의 깔팍처럼 이 나라의 전통모자를 쓴 분들과 기념사진도 한 장 찍고 다시 사마르칸트로 돌아갑니다.
우즈벡을 비롯한 카자흐나 키르기스는 이슬람의 다른 국가들보다 종교적인 속박이 약한 듯했습니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티무르와 그의 두 아들에, 손자인 울루그벡이 잠들어 있는 구르아미르 영묘에 왔습니다.
중앙에는 티무르 무덤이, 그 뒤에 그의 스승인 마호메트의 후손, 셰이흐 세이드 우마르의 묘가 있습니다.
우마르의 묘 앞에는 긴 장대가 있고 그 끝에는 '위대한 스승'의 표시라는 말 갈기를 매달아 놓아
스승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고 있었지요.
아미르 티무르의 초상이 있는 그 옆에는
그가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하며 건설한 국가,
서로는 터키, 남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 동으로는 키르기스까지 대제국의 지도가 보입니다.
티무르 왕조는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칭, 몽골제국의 부흥을 내걸고 사마르칸트에 수도를 정하면서
15세기 초에는 이렇듯 크게 번성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전장으로 가던 티무르가 재위 36년 만에 갑자기 죽으면서 이후 오스만 튀르크에 점령당했고
그 후손들은 인도 북부의 이슬람 국가, 무굴제국에서 세워 100여 년 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결국 멸망하게 됩니다.
그 인도는 힌두와 이슬람의 종교 분쟁으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분리 독립하여 나갔습니다.
우즈베크 인들의 영웅, 티무르는 이 샤흐리샵스에서 입상으로, 사마르칸트에는 좌상으로,
타슈켄트에서는 승마상으로 서 있습니다.
레기스탄에서는 매일 밤 8시부터 레이저 쇼, '빛과 소리의 제전'이 벌어집니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가득한 이 광장에서 10분 정도 상영되는 화려한 이 쇼는 우즈벡어로, 영어로
이 나라의 짧았지만 영광스러웠던 역사를 보여 주었습니다.
'24. 카자흐스탄, 키르기스, 우즈베키스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크 로드의 또다른 사막도시 , 히바 (0) | 2015.11.03 |
---|---|
실크로드의 도시, 부하라 (0) | 2015.10.30 |
수도 비슈켁과 근교 트레킹 (0) | 2015.10.25 |
나린에서 타쉬라밧, 나린에서 알랏라밧, 아슬란보프까지의 국토 횡단 (0) | 2015.10.23 |
바다 같은 호수, 송쾰 (0) | 2015.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