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란,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의 수도, 테헤란

좋은 아침 2014. 12. 12. 19:00

작년 가을, 이란과 이스라엘, 요르단에 다녀왔습니다.

2년 전, 남부 터키의 요새도시인 마르딘의 찻집에 앉아 멀리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내려다보면서

다음 여행은 그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 

옛 페르시아 영광을 가진 이란에 가자고 일행들과 의기투합했었지요.  

그 세 명과 같이 2013년 5월 30일 출발, 7월 1일에 돌아온 33일 일정이었습니다. 

그중 이란은 미국이 몇 나라에 규정해 놓은 '악의 축'.

많은 사람들이 하필이면 왜 거기냐고 말리던 곳이었네요.

 

남한의 16 배 정도로 넓은 땅, 이란은 

이란족(페르시아인)이 과반수, 사용언어는 페르시아어(파르시)로  다른 중동국가와 비교할 때

그 태생과 인종 구성, 언어가 다릅니다.

그 옛날,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 중 인도-유럽계 아리안의 일부가 이란 고원으로 이동,

이란족의 원조가 되었답니다.

이란족은 그후 이란 남부 파르스로 진출했고 그 파르스에서 페르시아의 명칭이 나왔다지요.

기원 전, 728년 키루스가 등장, 이란 민족의 부족국가 메디아를 통일한 후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하고 리비아와 신 바빌로니아로 진출하면서 이집트까지 정복. 

흑해, 나일강, 인더스강까지 진출하는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와의 세 번에 걸친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되고 

알렉산더의 동방정벌에 패하면서 기원 전 330년에 멸망.

이후 알렉산더 제국을 지나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하는 사산조의 페르시아로 부활했다가 

7세기, 아랍인들의 사라센 제국에 정복당하면서 이슬람화 되었고 이어 셀주크 투르크와 티무르 제국 등 

외세의 지배를 겪은 후 이란 민족으로 이루어진  '사파비 왕조', '카자르 왕조', '팔레비 왕조'를 거쳐서 

호메이니가 중심이 된 지금의 엄격한 이슬람 국가, '이란이슬람공화국'으로 탄생하였습니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이라는 정체성과 긍지를 오늘날까지 지켜온 나라입니다.

이런 장황한 설명은 주변 아랍국가와는 또다른 나라, 이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요.

 

이란 외무부의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 이란전문여행사에 의뢰,

출발 직전에야 겨우 비자를 받아들고서 마침내 이란의 테헤란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안에 있던 모든 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히잡을 쓰고 자켓의 단추를 채우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지요.

외국여자들도 머리 수건, 히잡을 써야 합니다.

몸매가 드러나지 않게 엉덩이를 가리는 긴 상의를 입지 않으면 관광경찰에게 고발을 당한다네요. 

 

핵개발 등의 외교갈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율은 불안정.

은행의 공식환율(1달러=26800 리알=2680 토만) 보다

사설 환전소의 환율(1달러=32400 리알=3240 토만)이 더 좋다기에 

테헤란 바자르에 가서 환전부터 했습니다.

화폐에 쓰인 숫자가 많다 보니 이들은 공식적인 리알 보다 거기에서 0을 하나 뺀 단위,

토만을 주로 사용합니다. 인플레가 심하니 환전은 조금씩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길가, 공원의 아침 풍경. 

검은색 히잡에 차도르를 걸친 여자들이 많이 보였지요.

 

 

혼잡한 시장 안에는 이런 마차도 돌아다닙니다.

 

 

 

 

사람들이 줄지어 사던 빵집에서 우리도 점심을 해결한 다음

 

 

그 시장 안 환전소에서 100달러 당, 3240000 리알(324000 토만)에 환전한, 

부피가 꽤 되는 이란 돈을 받아 들고는 정말 큰 돈이라도 지닌 것처럼 조심스러워서

복잡하고도 거대한 그 바자르에서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길가에서 바나나 1개를 집어 들었다가 20000 리알이라는 바람에 놀라서 돈을 돌려받은 일도 있었지요.

그 숫자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네요. 

 

거리 곳곳에는 종교지도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제정일치의 사회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리에는 관광객용 꼬마 열차도 다닙니다.

 

 

우리는 이맘 호메이니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골레스탄 궁전으로 갑니다.

 

 

역에서 이맘 호메이니 광장을 지나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골레스탄 궁전에 왔습니다.

한때 보석처럼 화려했던 이 역사적인 궁전은 이제 역사 인류 고고학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꽃의 궁전'으로도 불리는 이 왕궁의 하이라이트는 대리석 옥좌 베란다로

 

 

이 건물은 역대 왕들의 대관식이나 접견실로 쓰였답니다.

 

 

내부 빛의 홀, 거울의 방들은 채색 타일과 거울 조각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아주 화려했습니다. 

 

 

벽을 꽉 채운 그릇들도 금빛으로 반짝반짝.      

        

 

골레스탄 궁전에서 가장 높은 6층 건물, '태양의 궁전'과 

 

 

리셉션 홀, 

 

 

천연 에어컨인 '바람의 탑'에

 

 

역대 왕들의 휴식처였던 

 

 

'카림한 베란다'까지 모든 건물의 타일 장식이 아름답습니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렇게 꽃과 풀들을 소재로 하는 섬세하고 

예쁜 타일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본 건물 관람은 15000 토만이지만 몇 개의 중요한 건물은 각각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여성들의 복장이 거의 검은색 일변도인 히잡과 차도르의 풍경에서

 

 

정말 드물게도 자유로운(?) 복장을 한  '신여성'도 있었지요.

 

 

이란의 시내 어디를 가도 일정한 간격으로 자선함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의 왼쪽, 노란 기둥에 두 손으로 감싼 자선함이 궁전 안에도 있더군요.

무슬림의 5대 덕목인 자선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알라)을 유일신으로 믿는 것, 하루 다섯 번의 기도, 라마단 지키기, 메카 순례, 자선하기가

모든 무슬림의 의무랍니다.

 

 

지하철 역사 벽에는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수호신, 호마와 조공 사신의 행렬을 복제한 장식이 있습니다.

남녀 칸이 분리된 지하철의 1회 요금은 우리 돈으로 200원 정도.

우리는 그 안에서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 섞인 시선을 받으며 자리 양보까지 받았지요.

손님이니까 앉아야 한다고, 극구 사양해도 굳이 자리를 양보해주신 할머니 한 분은

우리와 같은 역에서 내렸는데 무릎이 안 좋은 듯  난간을 잡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네요.

감동이었습니다.

 

 

다음 행선지인 마술레에 가기 위하여 버스표를 예매한 터미널에는 대형 이란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지요. 

 

 

 

근처 페르시아 개국 2500년을 기념하여 1971년에 건설한 테헤란의 상징,  '아자디 타워'에서

이란 아주머니들과 어울려서  한 장 찍었습니다.

'악의 축'이라는 주홍글씨를 단 나라이어서 긴장되었던 나라.

그러나 이란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드물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드라마와 아이돌 가수들이 전한 한류 탓인지

우리 일행에게 아주 호의적이었지요.  

드라마 '주몽'이 이 나라 TV에서 방영된 후 주인공이었던 탤런트 송일국이 이란을 방문했을 때에는 

국빈 대접을 받았답니다.

 

 

다음 날에는 테헤란 시내의 북쪽에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 토찰산에 다녀왔습니다.

입구에서 케이블카인 텔레캐빈의 티켓 구입을 도와준 예쁜 아가씨와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출발합니다.

 

 

이 돌산의 정상 바로 아래까지 7418m의 거리에 세계 최장의 텔레캐빈이 운행됩니다.

편도 35분 소요, 금요일은 휴무입니다. 

 

 

구불구불 황량한 그 길을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종점에는 스키 리프트와 토찰 호텔도 있습니다.

이 건조한 사막의 나라에도 겨울에는 눈도 오고 스키를 즐길 수 있다니 참 뜻밖이었네요.

 

 

해발 3962m의 정상에 오르니 테헤란에서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황량한 알보르즈 산맥이 보입니다. 

 

 

그러나 정상의 날씨는 변화무쌍.

더웠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면서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거칠어 서 있기도 힘든 추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날씨로 추위에 떨다가 신혼의 이란인 부부를 만나 

그들이 알콜 버너로 즉석에서 만들어준 차와 음식을 먹으며 몸을 녹였던 감동적인 일도 있었지요.

 

 

후에 알고 보니 이란에도 사계절이 있어  여름에는 37도까지 오르면서 덥고

겨울에는 최저 영하 5도 정도의 기온에 눈이 많이 온다했습니다.

여행 적기는 봄의 3월 하순부터 5월, 가을의 10~11월이랍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테헤란 시내는 매연에 싸여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타즈리쉬 광장의 케밥 가게를 지나서 

 

 

1950년에 오픈했다는 유명한 아이스크림가게, 'Akbar Mashti Bastani'에 왔습니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손님은 바글바글합니다.

 

 

 

거기서 우리나라 '슈퍼주니어'의 열광적인 소녀 팬들과 사진을 찍었지요.  

우리 일행이 마치  '슈퍼 주니어'라도 되는 듯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환영해 주었네요.  

아이들의 반짝이는 저 눈을 보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