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란,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의 공예 마을, 카샨

좋은 아침 2014. 12. 16. 10:30

테헤란의 마지막 일정,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초라하게 만든다'는 '보석박물관'을 돌아보고

곧 카샨으로 출발했습니다.

'보석박물관'은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그것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공개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테헤란의 일정을 조정해야 했네요.

현지인의 열 배가 되는 15000 토만을 내고 가방과 카메라를 보관한 다음 

보안 검색대 한 번, 금속 탐지기 두 번을 거쳐 돌아본 보석박물관은 화려함의 극치!

경비원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관람객들이 조금이라도 보석에 가까이 다가서면

곧 경고벨이 울리는 삼엄한 곳이었지요.

팔레비 왕은 그런 어마어마한 보석이 눈에 밟혀 어찌 죽었을까요?

 

테르미널 주눕까지 데려다준 택시기사가 카샨 행 버스표를 파는 창구가 17번이라 알려 주었기 때문에

도착하면서 바로 차표 구입, 

출발하려던 버스에 승차할 수 있었지요. 

페르시 숫자를 익힌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샨은 기원 전부터 인류가 정착해 살았던 오래된 오아시스 마을로 테헤란  남쪽 260km 거리에 있습니다.

예부터 카펫, 타일, 도자기 들을 만들던 공예마을로 

이스파한의 모스크를 장식한 채색 타일은 모두 이 마을에서 생산한 것이랍니다.

마을 이름도 도자기를 뜻하는 페르시아어 '카시'에서 나왔다지요.

테헤란과 이스파한을 연결하는 요지가 되어 부자들이  많았고

지금 그들이 살았던 저택은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도착 다음 날, 보르제르디 저택을 시작으로 몇 개의 전통가옥을 돌았습니다.

카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집은

 

 

천장을 장식한 기하학적인 문양에  

 

 

아치형 회랑의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한 조각과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 좋습니다.

 

 

 

지붕 위에는 돔 모양의 환풍구와 높은 바람탑, 바드지르가 있습니다.

바람탑은 이 오아시스 마을의 천연 에어컨,

바람탑을 통해 들어온 더운 바람이 지하에 있는 수로, 카나트의 물과 만나면서 찬 공기로 바뀌어 

각 방에 순환이 되도록 만들어진 구조로 

이 바람탑은 조로아스터교의 신성한 6가지 원소인 불과 흙, 물, 바람, 해, 달을 이용한 주거 양식입니다.

아랍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기 이전의 페르시아에서는

국교가 조로아스터교(배화교)였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운 아메리하 저택은

 

 

현재 고급 레스토랑으로 쓰이면서 보존이 잘 되고 있습니다.

 

 

이란 옛집 내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요.

 

 

 천정의 꽃문양이 아름다운 아바씬 저택도  레스토랑.

 

 

입구의 태극기가 반가웠네요.

 

 

아라비안 평상에 앉아 

 

 

 

메뉴판을 보면서 저녁식사로 전통음식인 업구쉬트를 주문했지만   

 

 

먹는 방법을 몰라서 종업원을 불렀더니

그는 음식에 따라 나온 작은 절구에 건더기를 건져 내어 찧은 다음 얇은 빵, 넌에 싸 먹고

그릇에 남아 있는 국물에도 넌을 찍어 먹는다며 시범을 해 보였지요.

그렇지만 나는 양고기 누린내가 너무 역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우리 숙소, Ehsan도 호텔로 개조한 전통 가옥으로

 

 

안뜰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주변에 석류나무를 심은 다음 그 밑에 평상을 놓은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가장자리를 장식한 이국적인 풍경도 좋았고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 창문, 환기 구멍에 커튼을 드리운 안락한 침실도 좋았습니다.

 

 

밤의 정원도 분위기가 근사했네요.

 

 

다음 날은 사파비 왕조의 별궁인 페르시아 스타일의 '핀 가든'에 다녀왔습니다.

사막에 물을 끌어 들여 수로와 분수를 만드는 일은 그 당시에 대단히 사치스러운 공사였답니다.

 

 

지금 박물관으로 쓰이는 궁전 안은 호사스러웠고

 

 

 

사막 속에 조성된 이 울창한 숲은 산책하기에 쾌적하였습니다.

 

 

 

이 핀 정원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목욕탕, 하맘.

 

 

바로 이 안에서 이란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명 재상, 아미르 카비르가

그를 미워하던 반대파에게 암살당했다네요.

카자르 왕조의 신하였던 그는 아직도 많은 이란인들이 존경하는 분이라 했지요.

 

 

이 정원에서 만난 수줍은 표정의 젊은  여자와 

 

 

할머니까지, 모두들 친절한 분들이었네요. 

 

 

이란이 원산지인 석류는 제철을 맞아 가게마다 수북수북 쌓여 있고

즉석에서 짜주는 석류주스는 새콤달콤 맛이 좋았습니다.

 

 

싱싱한 과일들이 쏟아져 나오는 계절입니다.

 

 

여염집 대문에 매달려 있던 이것이 뭔지 아시겠어요?

이 집을 찾아온 손님이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내방객이 있음을 알리는 쇠고리로

왼쪽은 남자용, 오른쪽은 여자용입니다.

두드려 나오는 서로 다른 쇳소리를 듣고 손님의  성별에 맞춰 안에 있던 동성의 주인이 나와 

손님을 맞이했다네요.    

남녀유별이 만들어낸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풍속입니다.  

 

 

시장 안 빵집에서도 남녀유별이었네요.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생각 없이 남자 옆에 앉았다가 지적을 받고 여자의 자리로 옮겨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들고 있는 이 기다란 빵은 상각체.

이들이 주식으로 먹는 얇은 빵, 넌, 또는 난은 라바쉬<상각체<바르바리의 순으로 두툼해집니다.  

한 아저씨가 나눠준, 갓 구워낸 상각체의 고소한 냄새와 바삭바삭했던 식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카샨에서 이스파한으로 가는 길목, 네탄즈에 있는 모스크는

이 지역에서 발달한, 이란을 대표하는 푸른색 타일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건물로 

 

 

큰 길가에는

이곳이 도자기로 유명한 마을임을 알리듯 대형 화병을 세워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