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레나바께에서 안데스의 설산을 내려다보며
다시 라파스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구름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비행장은 해발 4000m에 있고 도심은 해발 3600m.
가장 낮은 아래 중앙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도시의 경사도는 30도 이상,
고도 차이가 700m인 분지형의 수도, 볼리비아의 라파스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 척박한 땅에서 농사지으며 살기가 어려워지자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저 꼭대기까지 힘겹게 올라갔네요.
40만 정도의 빈곤층이 이 도시의 맨 위, 붉은 빛깔의 벽돌 어도비로 지은 판자촌, '엘 알토(고원)'에서
돈이 되는 대로 집을 지어가며 미완성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분지에 고인 매연, 빽빽한 인구 밀도, 고산증으로 여행자들도 힘든 곳이었지요.
호텔 창문으로 원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 'Mercado negro'가 보입니다.
노점에는 빵을 파는 사람과
중남미가 원산인 다양한 종류의 감자를 파는 전통의상의 여자도 보입니다.
감자와 옥수수는 안데스 지역의 잉카 문명을 이끌었던 중심 작물이었습니다.
그 옆 '마녀의 시장'안, 허름한 가게에는 야마 태아의 미라, 말린 곤충, 동물의 박제와
여러 가지 약초를 파는 할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원주민들이 병을 치료하거나 부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랍니다.
낡고 어두운 가게 안, 무표정한 노인네들이 풍기는 느낌과 그들이 파는 물건들로
마녀 시장이라는 표현이 그럴 듯해보였습니다.
악기를 파는 가게도 많아 현지인들이 즉석에서 벌이는 수준급의 연주도 즐거웠네요.
산포냐, 께나, 차랑고 등 낯선 이름의 전통 악기를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사람들이 서로 물을 뿌리며 즐기는 놀이,
70년 전통의 '파세뇨' 축제를 맞아 여러 가지 용품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낮부터
늦은 밤까지 붐볐습니다.
다음 날, '파세뇨'축제의 거리는
물총이나 스프레이 들을 서로 쏘아대며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너 나할 것 없이 보이는 모든 사람이 공격 대상입니다.
가면을 쓰거나 다양한 분장으로 쏟아져 나온 라파스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면서
거리는 교통이 마비되었지요.
차에 탄 어린아이도 즐겁고
화려하게 가발로 치장한 어린아이도 즐겁습니다.
남녀노소 없이 모두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중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국민소득이 연 2300달러인 나라,
지하자원이 거의 없어서 백인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라,
상대적으로 아리마라 원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나라가 바로 볼리비아입니다.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순수 아이마라 인디오로
여자들은 양 갈래로 길게 땋은 머리에 챙이 짧은 중절모를 쓰고 주름이 풍성한 스커트를 입습니다.
등에는 화려한 색깔의 보자기를 메고 다닙니다.
그러나 꼬메르시오 거리에 들어서면 식민시대의 아름다운 건물과 현대식 고층건물에 대성당,
널찍한 가로공원과
칠레 건국의 영웅, 오히긴스의 동상이 서 있는 또다른 라파스가 나타납니다.
한 블로거가 극찬한 한국음식점, 삼겹살과 짬뽕, 된장찌개가 맛있던 '한국의 집'도 그런 거리에 있었지요.
오랜 여행에서 개운한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서 축제일의 교통혼잡을 뚫고 세 번이나 찾아갔던 한식당입니다.
라파스를 굽어보는 설산, 알리마니아 산은 뿌연 매연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아
호텔 안에 걸린 그림으로만 구경하고
황톳빛의 풍물과
인디오의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에
라파스와 융가스를 잇는 '죽음의 도로' 낭떠러지에서 환호하는 바이커들의 사진도 보입니다.
1935년 볼리비아 정부에서 죄수들을 동원하여 건설한 이 도로는 공사 중에 많은 죄수가 죽고
개통 이후에는 차량사고로 해마다 200~3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죽음의 도로'라 불린다네요.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한데다가 가드레일도 없는 이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로 알려졌지요.
지금은 우회하는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이 길은 자전거투어를 하는 사람들 차지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여정, '띠띠까까 호수'로 달려갑니다.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는 들판과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던 띠띠까까는 라파스의 혼잡과 비교되었지요.
띠띠까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800m의 호수로 잉카의 창조 신화가 태동한 신성한 지역.
잉카문명의 창시자인 '만코 카파크'가 이 호수 안에 있는 '태양의 섬'에 강림했다는 전설이 담긴 곳으로
안데스 고산족 아이마라인의 삶의 터전이고 잉카의 후예, 남미 인디오의 정신적인 고향입니다.
전체 면적 중 페루가 55%, 볼리비아가 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 빠블로' 항구에서
배를 타고
'티뀌나 해협'을 건너
'산 뻬드로 항구'에 도착하니
'만코 카파크'의 동상이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띠띠'는 이들이 숭배하는 동물 '퓨마를, '까까'는 호수를 뜻합니다.
이름 그대로 이 호수는 퓨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요.
여기에서 다시 국경까지 버스로 높은 산을 넘었습니다.
볼리비아 국경마을, '카사니'에서 간단한 출국 절차를 밟고
입국장을 거쳐 드디어 페루 입국!
처음의 중남미는 여행친구들과, 두번 째는 남편과 함께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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