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벚꽃철은 일본 도쿄에서 보냈지요.
도쿄의 벚꽃 삼대 명소라는 신주쿠 어원,
우에노 공원과
나카메구로의 화사한 벚꽃을 보면서
서울에서 이렇게 벚꽃이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궁금했었네요.
그래서 올봄에는 작심하고 우리의 벚꽃 명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먼저 4월 5일의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입니다.
벚꽃이 만개한 이 호반길은
서울대공원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랜드 앞으로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화려한 자목련과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라일락들,
멀리 관악산과 수변의 버드나무 연둣빛 싱그러운 새 잎에
청계산의 신록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길,
어디에 눈을 돌려도 화사한, 봄날의 산책길이었습니다.
서울대공원의 동물원과 식물원, 현대미술관과 그 앞의 조각 정원, 놀이 시설이 있는 서울랜드,
유월에 더 아름다운 장미원, 청계산 기슭의 삼림욕장과 대공원 둘레길, 캠핑장 등
즐길 거리, 볼거리가 다양하고
호숫가를 돌아다니는 코끼리 열차가 옛 추억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었지요.
수십 년의 서울살이에서도 벚꽃철의 인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석촌호숫길도 좋았습니다.
콘서트가 열리던 날,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동호와 서호 둘레를 걸었지요.
군데군데 배치된 요원들이 한 방향 진행을 안내하기 때문에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느긋하게 즐긴 산책이었네요.
야외무대 계단에 앉아 상춘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의 이런 여유도 행복입니다.
롯데월드에서는 놀이기구를 타는 젊은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들리고
거대한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뱃놀이하는 사람도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
호숫가에 만개한 벚꽃과 여기에 어울리는 주변 풍경을 보면서 와, 이름값을 하네 싶었습니다.
4월 8일에는 여의도 벚꽃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 1 출구로 나가면
영등포구 여의 서로 국회 후문을 중심으로 '여의도 봄꽃축제(3/29~4/2)를 알리는 깃발이 보입니다.
축제 기간이 지나면서 아쉽게도 5km 정도 긴 거리 양쪽에 활짝 피었던 벚나무들은 어느새 난분분,
꽃잎을 떨구고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샛강 강변의 이런 여유도 좋았지요.
여기 벚꽃은 명자나무꽃과
자목련에 황매화,
박태기나무꽃과
조팝나무꽃들이 섞여 여러 가지 봄꽃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니
여기 역시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벚꽃 명소였네요.
이 벚나무 가로수는 고목이 많아서 점진적으로 우리 토종인 왕벚꽃으로 수종을 바꾼답니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고 한강, 용산, 남산, 청계천, 서울숲, 한강으로 연결하는 서울 도심 녹지 축의 하나인 서울숲 공원의 벚꽃도 볼 만했습니다.
분당선 서울숲역 4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
입구에서 곧장 벚나무길로 들어서면
여기 역시 만개한 벚꽃의 터널이 이어집니다.
젊은 커플들이 많이 보이면서
꽃사슴 방사장까지 가는 길도 혼잡!
이 숲에서 가장 높은, 바람의 언덕과 연결되는 보행가교 위에서는
벚꽃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바로 눈앞의 이 경이로움, 또한 좋았지요.
많은 사람들이 봄날을 즐기는 수변 쉼터에는
다양한 색의 튤립이 활짝 피어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끌었네요.
4월 9일에는 철산교에서 금천교, 거기서 다리를 건너 광명대교까지 갔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서
철산교까지 1시간 반 정도, 안양천변에 조성된 벚나무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은 안양 석수역에서 가양대교 남단까지 총 18.2km, 4시간 30분 걸리는 서울 둘레길 6코스 구간의
일부입니다.
오늘은 모처럼의 맑은 날씨!
파란 하늘 배경의 벚꽃 터널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지요.
그러나 도심 외곽, 이 안양천 양쪽의 벚나무길에는 외부인보다는 산책 중인 동네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만개 시기를 며칠 지나면서 꽃비 쏟아지는 벚나무 아래로
조팝나무와
복사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길가에는 짧았던 삶의 시인, 기형도(1960~1989)의 시들이 보입니다.
기형도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 광명시에 그의 문학관이 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젊은 시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지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좀 더 일찍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꽃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보며 너와 함께 걷고 싶다'던 버스커버스커의 묘하게 중독성 있는 노래,
설렘의 '벚꽃 엔딩' 멜로디가 떠오르는 시간!
벚나무 단풍 고운 가을에는 기형도 문학관에 들렀다가 다시 예쁜 이 길을 걸어야겠네요.
이쪽에 올 때마다 들르는 일식집에서 꽤 괜찮은 생선 돈가쓰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길에는 '4월의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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