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진주

좋은 아침 2022. 12. 1. 07:29

전남의 순천에서 경남의 진주로 들어오자 확 달라진 현수막의 정치구호가 혼란스러웠네요.

이런 정쟁이 좀 더 건설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먼저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남강변의 진주성을 찾았습니다. 

북공문에서 오른쪽에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삼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장군(1554  ~ 1592) 동상과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진주성을 포위하자 성 안의 김시민 장군과 성 밖의 곽재우 의병장을 중심으로 

군, 관, 민이 똘똘 뭉쳐 대응, 10전 10승을 이루면서 장군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1차 진주대첩 만화 설명이 보입니다.  

 

 

진주 유등축제의 마스코트, '하모'를 지나,

 

 

왼쪽으로 돌았습니다. 

 

 

성벽을 따라

 

 

조선시대의 대형 총통과 

 

 

'김시민장군 전공비'가 있는 비각,

 

 

'호국종각'을 지나

 

 

'촉석문'에 왔지만

 

 

그 앞의 '촉석루'는 때마침 공사 중.

 

 

그 대신 등장한 촉석루의 사계에 서운해하며 

 

 

성벽 너머로 의기,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든 바위, '의암'을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네요.

 

 

                           저 바위도 지금은 내려갈 수 없습니다. 

 

 

그 시대의 사연을 간직한 평화로운 강 위에는 

 

 

이제 유람선이 돌아다닙니다. 

 

 

촉석문 밖에는 시인 변영로의 '논개' 시비가 있어 그 절절함이 마음에 다가왔네요.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름답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촉석루 옆에서는 '진주성 옛 사진전'이 열리면서

1915년의 진주성과 남강 배다리,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린 논개 영정과 

 

 

그 당시의 촉석루, 의암 들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1592년 1차 진주성 전투의 대패를 만회하려던 왜군은

다음 해인 계사년  6월, 2차로 10만의 주력부대와 강력한 화력으로 다시 이 성을 공격,

6천 명의 조선 군사와 백성들은  명과 의병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에 9일간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결국 패배하면서 왜군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성안에 있던 6만여 명이 모두 학살을 당했습니다. 

그 시신들로 남강은 피바다를 이루었다네요.

그때 숨진  의로운 영혼을 위로하는 기념탑, '계사순의단' 벽에는 

 

 

백성들이 왜적에게 끓는 물을 퍼붓거나 돌을 던지는 장면 등

군과 민이 합심하여 왜병에 맞서 싸우는 장면의 부조가 있습니다. 

 

 

 

성을 반 바퀴 돌아온 광장에는 복원된 당시의 우물도 보입니다. 

 

 

한국전쟁의 '전주지구 전승비'와

 

 

'서장대',

 

 

'호국사'도 있습니다. 

그 위쪽의 선조 40년(1607년)에 건립된 사액사당, '창렬사'는

김시민 장군과 창의사 김천일, 충청병사 황진과 경상우병사 최경회 등 39분의 신위를 모신 사당입니다. 

 

 

북장대에 오르니 

 

 

그 안쪽에는 '진남루'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현판이 달려 있었지요.

여수의 '진남관'이 생각났네요.

 

 

                         거기에서 국내 유일의 임진왜란 관련인 '진주성 박물관'으로 내려가면 

                         '대항해시대' 시대의 아시아 상황,

 

 

일본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 4월에 계획적으로 일으킨 7년 전쟁의 시작과

일찍부터 서양과의 교류로 접했던 무기, 조총으로 공격한 왜군의 전투 능력,

의병의 봉기와 조선의 수군, 명의 지원 등으로 반격에 나섰던 전투의 변화 양상과 

명의 지원 아래 맺은 강화 협상에 대한 왜 막부의 불만,

그러면서 다시 시작된 1597년 왜의 재침략(정유재란)과  히데요시의 죽음에 이은 종전, 

임진, 정유의 7년 전쟁이 담긴 '난중일기', '징비록' 등의 기록물에

이순신, 김시민, 곽재우 , 논개 등 영웅들의 이야기,

1, 2차 진주성 전투의 환호와 죽음으로 맞섰던 의열, 

불패의 신화였던 이순신과 그의 죽음,

전쟁 중에 일어났던 문화 전파와 다시 시작된 왜와의 교류, 

전후 개편된 동아시아와 조선 사회의 모습들이 자료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1597년 울산왜성에서 조, 명 연합군이 왜군과 전투하는 장면의 그림, '왜성 전투도'와

 

 

임진왜란의 일등공신인 거북선의 모형,

 

 

그 거북선을 이용한 '학익진'의 해상전투도와 

 

 

이순신장군의 영정,

 

 

의병대장 '권응수'와 명의 제독인 '마귀'의 초상화도 보입니다.

 

 

 

임진왜란을 숫자로 정리한 도표와 

 

 

양측의 각종 무기도 전시하여 놓았습니다.

왜의 전리품으로 교토 코무덤에 묻힌 조, 명 연합군의 코 갯수가 무려 214,752개라는 항목에서는

왜군의 잔혹함에 가슴이 서늘해졌네요. 

 

 

역사문화관에는 이 지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을 볼 수 있는 도자기 전시도 있습니다.

 

 

왜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중에는 도공도 많았고

그들은 일본 각지에 정착하여 일본의 도예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그중 '이삼평'은 일본 자기의 시조가 됩니다.

 

 

야외전시장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 일부와  

 

 

김시민 장군의 전의를 새긴 비석도 보입니다. 

 

 

다시 공북문으로 나오는 길에는

조선 광해군 10년( 618년)에 신축하여  관찰사 청사의 관문으로 쓰이던

'영남의 정사를 선포하는 행정중심지'의 뜻을 가진  '영남포정사'가 있었지요.

 

 

그 앞길을 지키는 유등으로 만든 병사들의 갖가지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비봉산, 선학산에 진주성과 남강 주변의 수변자원을 연결하는 문화생태 탐방로인 '진주 에나길'이

여기  공북문에서 시작한다는 안내판도 있네요.  

 

 

진주의 숙소가 중앙시장과 진주성 사이에 있어 

밤에는 중앙시장의 야식 골목을 돌다가 조명으로  둘러싸인 진주성의 북공문에 다시 왔습니다. 

낮과는 달리 무료, 산책 나온 시민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잠정 중단되었던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올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진주성과 남강변 일대에서 다시 시작한답니다. 

진주성 전투에 사용되었던 유등을 핵심으로 소망등 달기, 유등 띄우기 등의 프로그램들로

그 우수정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면서  세계축제협회의 '올해의 세계축제'로 선정되었다네요.

그 축제를 정리하고 남은 유등들로 성 안을 장식해 놓아 미진하지만 그 대단했을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모'와

 

 

초가집, 두루미와 소나무도 보입니다. 

'유등'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강을 건너 진주성을 공격하려고 하자

조선군이 강물에 유등(기름으로 켜는 등)을 띄워 저지하는 한편

성 밖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하여

이제는 남강과 진주성 일대의  화려한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불 밝힌 촉석문 쪽에

 

 

오늘 아쉬움을 남겼던 촉석루와 

 

 

'영남포정사' 앞의 물고기 유등,

 

 

여전히 육모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술을 마시고 군것질하는 포졸들 속에서 진주의 밤이 즐겁습니다. 

 

 

진주 태생으로 재불화가였던 '이성자 특별전'이 열리는 신도시의 '진주시립 이성자 미술관'에는

작가의 그림과 판화, 도자기와 자료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작품은 다섯 개의 공간,  

① '짧은 행복, 긴 이별' ② '빛의 도시 파리로' ③ '중복, 도시, 자연' ④ '골든과 미야' ⑤ '은하수를 건너서'로  나뉘어

작가가  살아온 인생을 설명하고 그의 그림 세계를 보여 줍니다. 

이번 전시회는 1922년 방정환이 만든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으로

어린아이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일러스트레이션을 곁들여 그림 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화가의 캐릭터도 재미있게 등장했네요.

 

 

① '짧은 행복, 긴 이별'에서는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결혼과 출산, 전쟁과 이혼을 겪었던 젊은 날의 작가 사진이 보이고

② '빛의 도시 파리로'에서는 당시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들과 교류하면서 

    고갱과 모딜리아니 들이 다닌 '그랑드 쇼미에르' 미술 학교에 입학하여 그림을 배우던 시기의 작품이 나옵니다.

 

               캔버스의 유채인 '조지라르 가의 방',

 

 

종이에 그린 수채화, '까르팡트라의 계곡' 같은 구상화는 이후 

 

 

           ③ '중복, 도시, 자연'의 시대에서는  종이에 수채로 그린 '엠파이어스테이트의 붉은 밤',

 

 

           목판화인 '기억의 숲' 같이 원을 그려 놓고 그 안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 음과 양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도형으로 넘어갑니다. 

         

 

도자기와 실크스크린, 오브제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합판에 아크릴릭을 사용하고 나무를 붙인 '시간의 초월' 같은 작품도 등장합니다.  

                             

 

④ '골든과 미야'에서는 이성자 캐릭터를 이용한 일러스트레이터 김송미의 개인작업을 소개하고 있었고 

⑤ '은하수를 건너서'로 넘어가면 작가의 그림 세계는 지구를 떠나서 우주로 넓어집니다. 

    '우주를 떠도는 행성 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만년설과 황홀한 오로라를 보면서 '대척지(지구 반대편)로 가는 길'  연작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7월의 도시'입니다. 

 

작가는 파리에  '7월의 도시'에 등장하는 도형과 같은 형태의 작업실을 만들어

그림 1,300여 점, 판화 12,000여 점, 도자기 500여 점을 완성합니다.  

그 중 고향인 진주에 작품 376점을 기증하면서 '이성자미술관'이 만들어졌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1918 ~ 2009)에게

사후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지요. 

고향과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작가에게 영원한 테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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