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정원에 왔습니다.
서문에 주차, 관광안내자료를 참고하여 먼저 스카이 왕복권(스카이큐브 + 갈대열차 승선권)을 구입,
서쪽 정원의 'WWW(Wildfowl and Wetland Trust) 습지'와 주변을 구경하고
스카이큐브(편도 15분, 정원역 ~ 문학관역)와 갈대열차(편도 5분, 문학관역 ~ 순천만) 왕복으로
국가정원과 습지 전체를 조망한 다음
동문 구역으로 가서 순환 관람차(25분)로 전체 윤곽을 파악한 후 원점에서 내려 중요한 것을 다시 둘러보기.
점심 후에는 '순천만 생태공원(순천만 천문대)'으로 이동 주차,
억새길을 걸어 '용산 전망대'에 올랐다가 일몰을 맞은 순천만의 하루입니다.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권장 코스만 돌아다닌다 해도 바쁘지만
2023년의 국제국가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여기저기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람이 차단된 곳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박람회 준비관계로 아예 휴장을 한다네요.
그렇지만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이 풍경은 좋았네요.
습지와 여기에 사는 야생 조류 보호를 위한 세계적인 시민 단체의
'순천만 WWT(WWW Wildfowl and Wetland Trust) 습지'에도 가을이 내려앉았고
홍학의 무리도 여전히 고운 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스카이큐브를 타고 가는 길에서는 동쪽의 '꿈의 다리'와
동천의 물줄기가 보입니다.
문학관역에서 내리면 습지로 가는 갈대열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학관역에서 떠나 정원역으로 가는 큐브의 막차는 16시 5분.
갈대열차로 습지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는 그 옆의 '순천문학관'에 들렀습니다.
'소설가는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며
세태를 살피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글을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었지요.
'무진기행' 이후 '누구나의 가슴에 무진은 있다.'던 말에 공감합니다.
소설가 김훈이 '바다에 관하여 서술할 때 가장 명징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고 했던 김승옥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아름다운 문장 속에 작가의 삶에 대한 무력감, 슬픔이 배어있는 작품.
무진으로의 탈출을 꿈꾸지만 결국은 비루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생활인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지요.
작가는 여행자들에게 소설 '무진기행' 모티브의 공간이었던
'갈대 우거진 순천만에서 무진기행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모과 열매가 탐스러운 한쪽에는 이제는 고인이 된 아동문학가, 정채봉의 문학관이 있습니다.
집필실에는 그의 초상화에
작품들이 나옵니다.
5세 아이를 두고 암자를 떠났던 스님이 쌓인 눈 때문에 20여 일 만에 돌아갔더니 아이는 부처가 되어 있더라는
'설악산 오세암'의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동화, '오세함'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지요.
법정스님과의 한때도 보입니다.
큐브의 정원역에서 내려 동쪽 정원으로 넘어가는 '꿈의 다리'는
어린이들의 장래 꿈을 모아 다리의 양방향 벽을 장식해 놓았습니다.
순천시에서는
순천만습지의 항구적인 보전을 위하여 정원을 조성하고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지요.
이후 순천만 국가정원이 우리나라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자
내년에 다시 국제정원박람회를 계획하면서 순천시 도심 전역을 박람회장으로 조성,
세계적인 정원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정원을 순환하는 관람차는
꿈틀정원 - 메타세콰이어길 - 네덜란드 정원 - 해룡언덕 - 한방체험센터 - 중국정원 - 도시숲 - 동문 출구 - 꿈틀정원으로 되돌아오는데 중간 '메타세쿼이아길'과 '해룡언덕'에서 하차, 근처를 돌아보고 다시 승차할 수 있습니다.
스카이큐브와는 별도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네요.
이 국가정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8경은
'꿈의 다리'와 동쪽의 '호수정원', '메타세콰이어길', '네덜란드 정원', '야수의 장미정원'과
서쪽의 '한국 정원', '아바타의 숲', '순천 WWW습지'랍니다.
순천호수공원은 국가정원의 중심 공간으로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만든 곳으로
순천의 지형과 물을 흐름을 잘 살린 정원입니다.
호수는 순천의 도심, 호수를 가로지르는 긴 데크는 동천, 중심 언덕은 봉화산,
작은 언덕 5개는 순천 도심을 에워싼 난봉산과 인제산, 해룡산과 앵무산, 순천만을 의미한다네요.
평일인 오늘도 나선형의 길을 따라 정상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근처 '한방체험센터'에서 족욕과 쌍화차 한 잔을 즐기며 잠깐 쉬었다가
세계정원을 돌았습니다.
13개 국가의 정원이 있다지만 지금은 꽃이 드문 시기인데다가 관리가 미흡한 곳이 있어 서운했네요.
베르사유 궁전의 뜰을 표현했다는 프랑스,
'양산백'과 '추경태'의 슬픈 사랑을 담은 조각의 중국과
화려한 색의 멕시코, 풍차의 네덜란드,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미국,
장식이 화려한 의자와 조각에 싸이프러스 들이 들어선 이탈리아와 '아야 소피아'의 그림 휘장으로 벽을 덮은 튀르키예,
때늦은 장미들만 조금 남아 있는 영국의 정원과
왕실과 평민의 집들이 보이는 태국의 이국적인 모습은 좋았지만
내년에는 좀더 내실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흑두루미의 '꾸르르' 우는 소리와 조합한 이름의 국가정원박람회 마스코트, '꾸루꾸미'와 대면하고
메타세쿼이아의 숲길을 걸은 후에는
'순천만 자연생태관' 근처의 식당에서 순천을 대표하는 음식, '꼬막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지요.
생태관 안에 주차, 세계 5대 연안습지의 하나인 순천만습지로 들어갑니다.
여기는 국가정원과 달리 유료주차장입니다.
동천 위의 '무진교'를 지나면
무수한 억새의 군락!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은 볼 만하고 여행자도 많습니다.
곳곳에 내걸린 멋진 시들을 감상하면서
전과 달라진 길로 올라온 용산전망대에서
썰물 때의 습지를 만났습니다.
억새 군락 사이로 수로가 보이고
멀리 억새 사이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습지 사이를 돌아다니는 관광선도 석양에 물드는 일몰의 시간.
수로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가창오리와 갈매기들이 모여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