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보성

좋은 아침 2022. 11. 23. 15:22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의 몇 개 산에 걸친 광활한 차밭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보성 차밭도 돌아보고 싶었지요.

이제야 찾아가는 길입니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의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입구의 거대한 삼나무 숲길에 감탄하면서   

 

 

 

매표소를 거쳐

 

 

'우리나라 유일의 녹차관광농원'이라는 다원 안내도를 들고 4번 트레킹 코스를 걸었습니다.  

 

 

 1939년, 설립자가  해발 350m의 이 오선봉 주변에 다원을 열어

오랜 기간에 걸쳐 170여 만평의 면적에 50여 만평의 차밭을 조성하고 300여 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을 심어 다양한

산림식물과 여러 종류의 곤충에 노루 등의 야생동물과 각종 새들이 서식하는 자연생태지역으로 가꾸어왔답니다.

매스컴에도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사계절의 관광지가 되었다네요. 

 

 

광장을 지나 

 

 

약도를 보면서 가파른 계단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펼쳐지는 초록의 바다!

 

 

 

 

엄청난 규모의 녹색 향연에 눈이 시원해졌습니다. 

 

 

 

 

 

 

 

향기로운 차꽃이 피어 있는 옆에 까만 열매도 보입니다. 

 

 

 

제일 높은 지역의 바다전망대에 오르니

 

 

키 큰 소나무 두 그루 사이로 

 

 

멀리 득량만이 보입니다. 

 

 

차밭과 숲, 바다와 섬이 있는 멋진 풍경이었지요.

 

 

거기에서 뒤편의 편백나무 숲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야생차밭도 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아래쪽 전망대도 한 폭의 그림입니다. 

 

 

보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 산지로 

이는 산, 호수, 바다가 만나는 지리적 조건이 고급차 재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이라네요.

비탈진 자락에 뿌려진 씨앗에서부터 자라온 보성의 차는 관리자의 묵묵하고 고집스러운 정성을 닮아

진중하고 깊은 향과 맛을 지녔다지요.

봉로녹차는 채엽 시기에 따라  차 이름도 잘라지는데

 

 

'우전'은 곡우 전에 소량만을 정성으로 딴 그 잎이 매우 귀한 최고급차로

향이 깊고 그윽하며 부드럽고 달달한 맛으로 대한다원을 대표하는 차이고

'세작'은 곡우 즈음에 한 잎 한 잎 손으로 따는 고급차로

잎이 어려 부드럽고 향긋한 맛과 깊은 향이 느껴지는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차랍니다. 

'중작'은 곡우 이후에 딴 첫물차로

진한 감칠맛과 구수한 향미가 어울려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차이고

'입하'는 다량의 카테킨을 함유한 첫물차로

빛이 짙고 개성이 강한 맛과 향을 지니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라 했네요.

부설 매점에서는 다양한 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녹차가루를 사 들고 

 

 

벌교의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 왔습니다. 

조정래(1943~ ) 소설 중에서 1945년 광복 후부터 1953년의 한국전쟁 직후까지 전남 보성군 벌교읍을 배경으로 써내려간

 

 

소설,  '태백산맥'을 주제로 한 문학관입니다. 

 

 

 

건물과 벽화부터 남다른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은

'이 소설이 어둠에 묻혔던 우리의 현대사를 들춰냈음을 자연스럽고 절제된 건축양식으로 시각화하였다'면서

 

 

그런 이유로 제석산 자락을 파낸 지상 10m 아래에 문학관을 배치하였다네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북향에

옥상에는 새 역사의 희망을 상징하는 18m의 유리탑을 세우면서 

'이 건물이 사람들에게 역사의 어둠과 빛을 한꺼번에 체험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지요.

 

 

관람객들이 전시실에서 대형유리창으로 마주하게 되는 자연석 벽화는

한국화가 이종상의 작품, '백두대간의 염원'으로

 

 

길이 81m, 높이 8m의 거대한 돌 모자이크화입니다. 

이 또한 분단의 아픔을 종식하는 간절한 마음을 고구려 고분 벽화의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랍니다.  

그러면서 이 문학관은 문학과 건축, 미술이 조화를 이룬 특별한 건물이 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1층과 2층으로 나뉘고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작가의 문학관이 나옵니다. 

 

 

그는 태백산맥 출판기념회에서

'기나긴 소설을 써나가야 하는 막막함과 암담한 두려움을 이기고 결국 그 일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니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한테까지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라 했다지요.

 

 

그러면서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흔히들 '민족사의 매몰 시대', '현대사의 실종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곧 그 시대가 그만큼 치열했고 격랑이 심했으며 분단사 속에서 또 그만큼 왜곡과 굴절이 심했음을 의미한다.

그 시대의 진실과 참모습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복원하고 되살리느냐가 바로 분단극복이고 통일 지향일 것이다. 

그 시대의 복원은 바로 오늘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작업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현장을 찾아다녔다.

소설은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일 수만은 없으며 엄연한 역사적 사실 앞에서 소설을 쓰는 자는

제멋대로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증언을 토대로 하고 확인을 거친 것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소설로 엮으면서 나는 시대정신에 냉정하고자 했고 우리의 오늘을 투영하고자 했다.''고 했습니다.

'분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분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작가의 의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지요.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하여 오랜 세월 동안 가슴 아파했고 한국의 작가로서 그 역사의 비통함과 쓰라림을 작품으로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태백산맥'이다. 이 소설에는 단순히 한국인의 굴절 많은 슬픈 역사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속에는 세계열강들의 각축이 내포되어 있고 인류가 지향하는 평화가 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는 세계적인 숙제까지 담고 있다'면서  강대국의 패권주의, 제국주의를 경계하여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했고  이는 소설의 집필 동기가 되었습니다. 

 

 

4년간의 준비와 

 

 

6년간의 집필 과정에서 

 

 

쌓인 16500매의 어마어마한 육필원고 앞에서는 작가의 노고를 짐작할 수도 없었네요.

이렇듯 치열한 작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민족 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우리 문학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출판 이후, 이적성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11년 긴 세월의 수사와 재판 끝에 '국가보안법 위반'이 무혐의로 결정나면서

마침내 작가는 오랜 시간의 논란과 법적 소송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 기간의 소모적인 싸움에서 지칠대로 지쳤던 그는 

더 이상 글을 써 나갈 체력이 되지 않아 한동안의 휴식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각종 언론과 독자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으면서  

 

 

급기야 1200여 년 동안 발표된 전 세계의 소설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전문가 집단이 뽑은  '1001편의 위대한 소설'의 하나가 되었지요. 

박경리의 '토지'와 함께한 영광이었습니다.   

 

 

전시관 바닥에는 소설의 주무대인 벌교 시내 약도가 보이고

서로 투쟁하며 갈등과 협력으로 사건을 전개하여 나갔던 주요 등장인물,

그 시대 좌, 우 이념의 대립 와중에 고뇌하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했던 당대 젊은이들인

염상진과 정하섭, 김범우와 하대치, 염상구 들에 대한 소개도 있습니다. 

 

 

2층, '작가의 삶과 문학' 편에서는 단란한 3대 가족의 모습과

 

 

시인 김초혜와 같이한 부부의 젊은 날 사진도 보입니다. 

           

 

자유로운 독서와 토론의 장, '문학사랑방'의

 

 

'필사본 전시실'에는 독자들이 태백산맥을 필사, 문학관에 기증한 원고지 탑이 많았습니다. 

작가는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라 했지요. 

 

 

문학관 밖으로는 

소설에 등장하는 무녀, '소화의 집'과 

 

 

현부잣집의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만들어 놓았고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관광안내도는 빛이 바래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부잣집 옆으로 '조정래 등산길'이, 

 

 

작은 연못의 석가산 앞으로는

 

 

'소설 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있어 

문학의 힘, 예술의 힘이 인간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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