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의 북쪽에 있는 귀네미 마을로 가면서 산길을 이용, 건의재를 넘었습니다.
첩첩한 백두대간의 봉우리 아래
드문드문 산촌이 보이는,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풍경입니다.
건의재에서 내려와 도착한 귀네미 마을의
구부구불한 밭 사이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풍력발전단지와 고랭지 채소단지가 한눈에 들어왔지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차마고도에 빗대어 '배추고도'라 부르기도 한다네요.
포기가 들어앉는 배추밭 둘레에는
농부들이 이용하는 차도가 잘 연결되어 있어 그 예쁜 길을 따라 돌았습니다.
태백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황지, 빗물이 서해와 남해, 동해로 흘러가는 분수령인 삼수령까지
강물의 발원지가 많습니다.
귀네미 마을에서 출발, 삼수령 터널을 지나
먼저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 되어 빗물이 삼면의 바다로 흘러간다는 삼수령에 왔습니다.
삼수령은 태백시 적각동에 있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으로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분기되어 나오는 해발 935m의 분기점으로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을 따라 서해로, 동쪽으로 흘러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분수령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랍니다.
길가 주차장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세 개의 물방울로 표현한 삼수령 기념탑과
정자가 보입니다.
이곳에 오면 세 갈래의 물 흐름이 보일 줄 알았는데 땅속의 일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네요.
삼수령 건너편에는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있습니다.
여기 역시 귀네미 마을처럼 풍력발전단지와 고랭지 채소단지가 조성되어 있었지요.
산 아래에서 정상 부근까지 펼쳐진 40여 만평의 이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네요.
바람을 타고 저 풍경 속으로 날아다니고 싶었습니다.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배추는 서늘한 날씨 때문에 8월 초부터 추석까지 수확, 판매하는 1 모작 농사라 했네요.
농번기철인 5~10월 사이에는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제한될 수도 있답니다.
작년의 싼 배추값이 놀라 올 배추 농사를 포기했다는 휴경지에
더러 치커리를 심어 놓은 밭도 보입니다.
길가 주차장에서 매봉산에 오가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니지만
아래 동네에 서기 때문에 여기 바람의 언덕까지 오려면 경사면을 걸어 올라와야 합니다.
바람의 언덕까지 가는 대절 택시는 1대에 2만 원.
태백 시내로 나왔습니다.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황지연못입니다.
황부자의 전설이 담긴 황지는
태백산과 함백산, 백병산과 매봉산 들의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물이 용출되면서 만들어진 연못.
이 물은 구문소를 지나 낙동강이 되어 경북과 경남, 부산의 을숙도에서 남해로 유입됩니다.
황지의 전설에서
노승의 조언대로 아기를 업고 마을을 나섰던 며느리는
집이 연못으로 변하는 굉음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대로 돌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해마다 '한강, 낙동강 발원지 축제'가 열립니다.
이제 옆 마을, 정선의 만항재로 야생화를 구경하러 갑니다.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함백산 일대에서 함백산 야생화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거든요.
이슬비 내리는 날씨를 걱정하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라는 해발 1330m의 만항재 정상에 왔습니다.
여기서는 만항재를 중심으로 함백산 일대에 조성된 하늘숲 공원, 산상의 화원, 바람길 정원, 야생화 공원에서
다양한 들꽃을 볼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빗속에서는
시계도 흐릿했지요.
빗방울 맺혀 있는 둥근이질풀,
하늘나리와
호박벌이 내려앉은 꼬리조팝나무의 꽃,
궁궁이와
노루오줌꽃들......
그러나 수많은 꽃들이 모여 있던 '하늘숲 정원'에서는 고원의 추위와 더 거칠어진 비를 피해 일찍 돌아서야 했네요.
가보지 못한 '산상의 화원', '바람길 정원', '야생화 공원'과 '운탄고도'에 대한 미련으로
내년에 다시 찾아갈 것을 생각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