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두물머리(양수리)에 왔습니다.
여기는 한강 8경 중 제1경으로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개의 강물이 만나 하나의 강, 한강이 되어 흐르는 곳입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 잔잔한 강물 위의 황포돛배 한 척,
강 안의 작은 섬과 강을 둘러싼 부드러운 능선의 산 풍경이 아늑하고 평화롭습니다.
두물머리의 상징인 이 보호수는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로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도당 할아버지 나무’라 부르며 해마다 제사를 지낸다네요.
느티나무 밑에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크고 작은 둥근 홈이 파인,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고인돌 1기가 있습니다.
한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 앞에는
아기 호랑이 다섯 마리가 놀고 있어 고 귀여운 녀석들 한 장 찍고
남한강을 따라 운치 있는 담장길로 들어서서
팔당댐으로 수몰된 우천리 마을의 흔적인 소내섬을 보며
노란 창포,
향기로운 찔레꽃 옆을 걸었습니다.
저 건너, 연꽃이 피는 8월에 다산의 '배다리'로 연결되는 세미원이 보입니다.
2019년 경기도 지방정원 제1호로 지정된 전통 정원입니다.
이 두물머리는
일교차가 심한 초가을 새벽녘의 멋진 물안개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멋진 여행지입니다.
돌아서서 이번에는 합수지점인 두물경으로 갑니다.
도중에 '남한강 수운의 마지막 정박지이자 남한강 물류의 집합지였으며
옛 양근 지역의 광주 분원과 생활권을 이루었던 두물머리의 나루터'였음을 알리는
두물머리 나루터 비석이 서 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보랏빛 엉겅퀴,
무성한 냉이꽃도 즐거운
봄날,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수필가 피천득은 그의 시, '오월'에서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반갑다'고 노래했었지요.
그 표현에 공감하면서
신록 사이를 걸어
두물경에 왔습니다.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이라는 구절이
가슴을 저리게 만듭니다.
두물경 앞에는 175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회화식 지도책, 해동지도의
경기도 광주부 일부를 옮겨 놓았습니다.
두 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 양수두(兩水頭) 표시에 운길산의 예전 이름인 수종산, 용진과 양근계 등의 옛 지명,
파발 역참이 있던 곤지암 주막도 보입니다.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한시가 급한 파발꾼을 먹이기 위해 예전부터 있었던 음식인 듯했네요.
지도 한쪽에는 다산의 5언 절구가 보입니다.
긴 유배생활 끝에 고향땅에 돌아온 늙은 선비의 안식이 느껴집니다.
汕濕交流處 산습교류처 산수와 습수가 합쳐 흐르는 곳,
村名二水頭 촌명이수두 그 마을 이름이 바로 이수두라네.
當門一店叟 당문일점수 마을 앞 점방의 한 늙은이가
堅坐送行舟 견좌송행주 가만히 앉아 가는 배를 보고 있구나
이제 오늘의 숙소, 산음휴양림으로 갑니다.
모내기를 끝낸 작은 논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산음휴양림의 '산음'은 봉미산, 소리산, 싸리봉 등의 준봉들로 둘러싸여 늘 산그늘 속에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
다른 휴양림과 달리 반려견과 같이 입실할 수 있는, 수련장이라 쓰인 객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산음휴양림 입구의 아띠울 펜션 앞에서 왼쪽 길,
다리를 건너 삼림 관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임도로 2.8km 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그 길이 아주 멋지다기에
드라이브 겸 차를 타고 들어갔지요.
아! 그러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숲길,
걸어야 더 좋을 산길이어서 차에서 내려 한동안 걸었네요.
아까시꽃이 향기로운 봄의 숲길이었지요.
되돌아 우리의 휴양림으로 들어오니
'여기, 지금, 우리는 순간의 기억을 남긴다'는 구절이 맞아줍니다.
그 글을 보며 내가 '지금 여기서 즐거운 기억을 남기기 위하여' 다시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맑은 바람과 햇빛, 신록에 둘러싸인 침잠의 시간입니다.
여기저기 야생화들이 만발한, 행복한 산책이었지요.
전나무 여린 새 잎의 담록이 아주 싱그러웠고
국도에서 4km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휴양림, 우리 숙소 또한 좋았습니다.
귀갓길에 들렀던 가평의 호명호수입니다.
경의중앙선인 상천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셔틀인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갑니다.
호명 호수 쪽으로 가면서 제1, 제2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아주 좁기 때문에 여기 주차하는 것이 편합니다.
호명호수의 개방시기는 3월 15일~11월 30일. 그 외의 시기에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관람시간은 09:00~18:00. 걷거나 노선버스(요금 1300원)를 이용하여 입장하여야 하며
개인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들은 호수까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노선버스는 코로나 19 이래 잠정적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가
올 4월 29일부터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길입니다.
운행 문의는 가평터미널 031 582 2308, 청평터미널 031 585 7242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올라온 호명호수는
1980년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
호명산의 해발 538m 지점에 조성한 인공저수지로 가평 8경 중 제2 경이라는 설명이 보입니다.
심야의 저가 전기를 이용, 물을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예비 전력을 확보하고 있답니다.
적상산에도 이런 양수발전소가 있었지요.
여기는 가평 둘레길의 22코스입니다.
찻집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호수를 조망한 다음 1.63km의 둘레길을 돌았습니다.
산 아래 계곡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멀리 양수 시설을 이용한 미로공원과
하부댐인 청평호가 보입니다.
호명산(虎鳴山)을 상징하는 포효하는 호랑이와
기념비, 그 뒤쪽으로 또 다른 전망대인 팔각정을 거쳐
녹음이 무성한 길에서
호수 안의 백조를 바라보며
한수원에서 조성한 '순직 영령 위령탑' 앞을 지나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2인승부터 다인승까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돌 수도 있습니다.
호명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에 미련을 두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곳에는 지금 영산홍이 만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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