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남양주

좋은 아침 2022. 5. 20. 20:21

남양주의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정약용(1762~1836) 유적지에 왔습니다.

강진에서 해배되어 18년 만에 남양주 마재마을(마현)의 집으로 돌아온 57세의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를 정리, '여유당전서'를 남기면서 75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양주시에서는 다산의 생가와 묘, 사당과 다산기념관, 서화관, 문화관에 실학박물관이 있는 '정약용 유적지'를 조성,

그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09:00~18:00, 무료.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월요일은 휴관. 

 

 

초입에는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가의 마량포구를 내려다보던 정자, 복제된 천일각이 서 있고

다산문화관의 

 

 

 

앞길,

 

 

오른쪽에는 다산의 저서로 장식한 '꺼지지 않는 (실학정신의) 불'탑이 있어 

 

 

지방관이 백성을 다스리는 바른 자세를 논한 그의 대표작, ‘목민심서’,

국가의 전반적인 체제와 경영 혁신 방안을 제시했던 '경세유표' 들을 보여 주었지요.  

 

 

바닥을 장식한 500여 권이 넘는 다산의 저서 이름에 

 

 

수원 화성을 쌓을 때 무거운 돌을 옮겼던 다산의 발명품, 거중기 모형도 있습니다.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 수원의 융릉으로 갈 때

한강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목선을 연결했던 '배다리'에서도 다산의 지혜로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실용적인 학문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실학자였습니다. 

 

 

왼쪽으로는 다산의 말씀을 새긴 글 비들이 있습니다. 

강진 유배 중 지방 탐관오리의 가혹한 수탈에 시달리던 백성의 참담함을 목격한 후

저술을 시작했던 목민심서의 서문 일부와 

 

 

1799년(정조 23년) 당쟁에 와중에서 형조참의를 그만두며 정조 임금에게 올린 글,

1819년 해배 후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 무덤 앞에서의 소회,

1801년 유배지에서 어린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마음을 담은 글에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경학 공부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학문에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당부글 들입니다. 

 

 

'실학연수' 현판의 유적지로 들어가면

 

 

 

생가인 여유당이 나옵니다. 

1800년(정조 24년)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살던 이 집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되었던 것을 1986년에 전통한옥구조로 복원하였답니다.  

다산이 자신의 성격적인 약점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며

노자의 글, '與여! 겨울의 냇물을 건너는 듯하고 猶여! 사방을 두려워하는 듯하여라'에서 택한 당호,

여유당(與猶堂)입니다. 

 

 

 

 

안채 처마 밑에는

 

 

1986년의 '여유당중건상량문'이 걸려 있습니다. 

대청마루에서는 초록빛 뒤뜰이 보입니다.

 

 

작은 굴뚝과 장독대들이 놓여 있는 소박한 살림이었지요.

 

 

옆의 쪽문으로 나오면

'다산정약용선생지묘' 비석과 

 

 

살아생전에 다산이 썼다는 그의 묘지명이 있습니다.

 

임금의 총애를 입어 근밀에 들어갔네

임금의 복심되어 조석으로 모셨도다

하늘의 총애를 입어 우충이 열리었네

육경을 정연하여 미묘한 이치를 깨치고 통했도다

소인이 해성 해치니 하늘이 너를 옥성 시켰네

거두어 간직하고 장차 훨훨 노니련다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온 그해, 다산을 아꼈던 정조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다음 해, 다산은 신유사옥으로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되었다가

황사영 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이배 되면서 18년의 긴 유배생활로 들어갔습니다.  

 

 

사후 그가 받은 시호는 문도공.

부인 풍산 홍 씨와 합장한 묘입니다. 

 

 

다산의 업적과 자취를 담은 기념관에는 거중기를 사용하여 화성을 축조하는 모습을 담은 디오라마와  

 

 

1762년에 태어나 1836년 75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좌절 속에서도 수많은 저서를 써냈던 대학자, 다산 일생의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한 연대기,   

 

 

다산의 저서인 경세유표, 여유당집, 다산서경첩 들이 보입니다. 

 

 

강진에서 썼던 그의 저서에

 

 

유배 초기에 머물렀던 사우재와 제자 이학래의 집,  보은산방에 머물다가

윤 씨 산장인 다산초당으로 옮겨간 기록도 있습니다. 

 

 

처음 유배지였던 장기곶에서 이배 되어

흑산도로 유배 가던 형, 정약전과 나주 반남정 주막거리에서 이승의 마지막 밤을 보낸 후

눈물로 이별하면서 강진으로 들어갔던 다산의 유배 길과

 

 

아내가 보내준 치마폭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시집가는 딸에게 선물로 주었던  '매화병제도',

 

 

스승을 뵈려고 강진의 제자들이 직접 만든 월산의 차를 가지고 왔을 때 그들에게 당부하던 글, 

'스승의 회혼례에 찾아온 제자에게 써주었던 글'도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념관은 미흡한 점이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문화관, 서화관, 사당 들도 계속 채워나가야 할 듯했네요.

 

 

해마다 5월과 9월에는 매일 저녁 8시까지 정약용 유적지와 생태공원을 잇는 '여유당 야행'이 진행된다는

흥미로운 소식도 있습니다.  전화 문의, 031 590 2591

 

 

유적지 맞은편, 

 

 

생태공원의

 

 

다산정원, 실학박물관 옆에는

 

 

해와 달, 오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관측기기, '혼천의'에 

 

 

조선 세종 때 처음 등장하였다는, 천체의 움직임과 모양을 나타낸 천구의, '혼상'도 있습니다. 

이렇듯 시대가 바뀌고 서양의 여러 문물이 들어오면서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정치제도와 현실의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한 비판의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납니다.  

그러나 실학파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성리학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공존에서 

왕조체제의 유지를 지향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개혁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통로와 능력을 갖지 못했던 실학자들은

한계에 부딪히면서 번번히 좌절합니다.   

 

 

 

정약용 유적지에서 두물머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운길산 중턱의 수종사로 왔습니다.

보수 중인 일주문을 지나

 

 

연둣빛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노라는 수인의 거대한 불상과

 

 

금강역사의 불이문을 지났습니다. 

 

 

이 지점에서 운길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수종사로 가는 길이 나뉩니다. 

 

 

긴 계단을 올라 해탈문을 거치면 

 

 

정갈한 사찰 저 아래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에서 시작하는 뒤쪽의 남한강, 두 물이 하나로 합쳐져 

도도히 흘러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 민족이 저 풍요로운 물길을 바탕으로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찼지요.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웅보전 앞에는 

 

 

양 옆으로 해태가 서 있고

 

 

 

대웅전 옆에는 1970년에 사찰의 동쪽 능선에서 옮겨온 팔각오층탑과 승탑이 있습니다.

조선 초기의 석탑인 이 팔각오층탑은

해체 수리와 이전 과정에서 여러 기의 불상과 함께 발견된 묵서명을 통해

1493년(성종 23년)에 건립되고 1628년(인조 6년)에 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네요. 

이 탑은 섬세한 조각과 품격을 갖춘, 지금까지 확인된 조선시대 석탑 중 유일한 팔각오층석탑으로 

그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답니다. 

왼쪽의 승탑은 1439년 조성된 태조 이방원의 딸, 정의옹주를 추모하는 사리탑이라지요.

 

 

응진전과

 

 

범종각을 장식한 화려한 단청, 섬세한 그림과 조각이 아름답습니다. 

 

 

범종각 옆의 

 

 

우람한 은행나무는 500년 수령의 보호수입니다.

 

 

산령각이 보이는 

 

 

경학원 앞의 삼정헌은 다산과 초의 선사, 추사의 추억이 담긴 茶房.

코로나 시국에 따라 문을 닫아걸어 수종사의 유서 깊은 이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실 기회를 잃었네요.

 

 

경내의 활짝 핀 수국과 

 

 

작약이 고즈넉한 이 사찰에 생기를 주고 있었지요

 

 

1459년(세조 5년)에 창건되었다는 이 수종사에는

고려의 태조 왕건,  조선의 세조, 성종과 인조, 다산과 초의선사 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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