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밴으로 만달레이 숙소에서 아침 5시 30분 출발, 선착장까지 30분 이동.
곧 승선하여 7시 출발, 다음 목적지인 바간으로 갑니다.
배 안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사가잉 언덕의 탑을 바라보며 이야워디 강의 주변 풍경을 즐기는 보트 여행입니다.
그 옛날, 현지인과 섞여 마을마다 들렀던 서민적인 풍경은 사라지고
이제는 비싼 요금, 42달러에 직행으로 달리면서 외국인 여행자들만 보입니다.
출발 직후 삶은 달걀과 바나나 1개, 크로와상이 나오는 아침,
오전 11시 40분의 닭고기 볶음밥 점심, 오후 3시의 커피와 과자 제공.
괜찮은 조중식과 간식, 넓고 편한 의자가 있는 선실에 탁 트인 옥상도 있어 배 안에서 보내는 9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지요.
한가로운 뱃놀이였습니다.
그러나 도착 후 하선하면서 배와 연결된 다리 사이의 틈에 빠지는 사고 발생.
어떻게 이 선착장의 모습은 2002년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그 후진성에 화가 나고 놀라서
바간 입성 기분은 최악이 되었습니다.
바간(Bagan)은 천년 고도로 불교 문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의 하나로
올드 바간 곳곳에 흩어져 있는 2500여 개의 파고다(탑)와 유적은 미얀마 최고의 볼거리입니다.
왕과 귀족, 재력가들이 내세를 기원하거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용도로 이 많은 탑을 세웠다지요.
2016년 8월, 6.8의 강진으로 70%의 파고다가 파손되어 현재 복구 공사중.
탑에 올라 일몰을 감상하던 쉐산도, 쉐구지, 쉐락뚜 파고다 등 대부분 파고다는 현재 출입통제 중입니다.
상륙 후 외국인은 곧 바간 입장료 지불. 25000짯, 약 2만원.
5일간 유효한 올드 바간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가성비 좋은 호텔, 'Zfreeti'에 숙소를 잡고
매니저에게 부탁하여 미니 밴 대절, 다음날 아침부터 올드 바간 구경에 나섰습니다.
쉐지곤 파고다 - 틸로민노 - 아난다 사원 - 탓빈뉴 사원 - 부 파야 - 고도팔린 - 밍글라제디 - 민 카바 구바약지
- 담마양지 - 담마야지카 파고다 - 탐불라 - 술레마니의 순서입니다.
입구에 흰색의 거대한 친테, 반은 사자, 반은 용을 닮은 미얀마의 전설적인 동물이 사원을 지키고 있는
쉐지곤 파고다입니다.
긴 회랑을 따라 들어가면
높이 48.7m의 황금빛 쉐지곤 탑이 나옵니다.
동쪽 불단 뒤로 지름 10cm 정도 물이 고인 곳에 파고다의 상부 모습이 되비치는 점이 특별했지요.
건설 당시 측량의 용도로 사용했던 흔적이라네요.
이곳에는 사원 건축 과정에서 희생된 아버지와 아들의 영혼을 기리는 사당, 낫당도 있고
수많은 작은 탑과 사원이 있습니다.
아난다 사원은 바간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큰 사원이 그러하듯 이곳도 탑을 둘러싸고 승려가 참배하던 제일 안쪽과 왕이 참배하던 가운데,
일반 신도들의 바깥쪽 등 세 겹의 사각 통로가 있습니다.
그 회랑에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을 담은 벽화가 보입니다.
동서남북 출입구에는 각각의 불상이 있고
그중 남쪽의 가섭불 앞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커다란 발자국이 새겨 있어
여기에 시주하며 기도하는 신도들도 많았습니다.
승려들의 점심 공양도 공개적입니다.
탓빈뉴 사원은 바간에서 제일 높은 63m의 높이로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리고 겉에 회칠을 해 놓은 사원.
'탓빈뉴'는 '전지전능한 왕'의 뜻으로 내세에 부처가 되기를 원했던 알라웅시뚜 왕이 건설했지만
그 회칠은 세월 따라 검게 변하면서 지금은 우중충한 모습이 되었네요.
그 옆에는 탓빈뉴의 엄청난 벽돌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하여 만 장당 한 장씩 쌓아 놓은 작은 탑,
'가요초'가 있습니다.
'고도 팔린 파고다'는 사원 뒤로 이야워디 강이 흐르면서 그 강과 흰색의 탑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담마양지카 사원은 왕권에 눈이 멀어 아버지와 동생, 아내를 죽인 나라뚜 왕이 참회의 의미로 세운 사원이지만
건설 당시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벽돌과 벽돌 사이에 바늘을 꽂아 틈이 보이면
노예와 책임자를 죽이거나 팔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전하면서
사원 한쪽에는 그 형틀이 실제로 남아 있었네요.
그러면서 백성들의 원한을 산 왕은 재위 3년 만에 피살되고 이 사원은 미완으로 남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사원, 담마야지카 파고다입니다.
관광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조용한 사원의 여유가 좋아서 오래 시간을 보낸 곳이지요.
붉은 전탑, 지붕에는 미소 짓는 붉은 사유상과 든든한 수호신 친테가 있습니다.
이곳은 기존의 과거불인 석가모니불과 구나함모니불, 가섭불과 구류손불,
네 분에 미래불인 미륵불까지 안치한 오각형의 탑이 보입니다.
탑을 장식한 섬세한 조각과
이런 소박한 부조가 정감 있는 곳이었지요.
부처의 설법 장면 벽화가 많이 남아 있는
술레마니 사원을 마지막으로
그 옆 언덕에서 일몰을 즐기는 시간.
해가 넘어가면서 만들어진, 꿈같은 풍경입니다.
다음날 아침,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호수 뒤 언덕에서 뜨는 해를 보는 순간,
환상처럼 열기구들이 떠올랐습니다.
오후에 다녀온 뽀빠산은 버간 남동쪽 70km 거리에 있는 해발 737m, 낫 신앙의 성지.
나선형 계단으로 큰 바위산에 올라가면 부처를 중앙으로 좌우에 낫신이 예불을 드리는 형태의 낫 사당이 있습니다.
괴력을 지닌 장사, 마웅띤데과 그 여동생이 왕의 속임수로 죽임을 당하자 사람들이 그 원한을 위로하기 위하여
뽀빠산의 낫당에 그 영혼을 모시면서 마하기리라는 이름으로 숭배되었고
그는 토속 신앙인 37개 낫의 우두머리가 되었답니다.
이후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와 낫 신앙이 융합, 미얀마의 불교로 자리 잡게 됩니다.
정상에서는 산간의 오밀조밀한 마을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사원 주변에는 원숭이들이 많아 배설물로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곳이 많습니다.
신발 넣은 검은 비닐봉지를 낚아챘던 한 녀석이 먹을 것이 아님을 확인, 그 자리에 내버리면서
겨우 되찾은 일도 있었지요.
사원 참배객의 꽃다발을 빼앗아 꽃잎을 뜯어먹는 광경도 보았습니다.
예의 깍듯했던 우리 기사와 기념사진 한 장 남기며
이제 바간 일정을 끝내고 내일 다음 목적지인 깔로로 떠납니다.
2002년 1월 이 나라에 처음 왔을 때 버간의 숙소, 샨 옌녜익 GH의 심성 고왔던 사람, 쓴외예를 찾았지만
이제 그 자리에는 새 호텔인 로열 바간이 들어서면서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요.
꼭 찾으려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 해서 선물까지 준비했던 마음은 서운했습니다.
이 나라 어디쯤 그런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그 추억을 안고 떠납니다.
..
'31. 라오스와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레 호수 (0) | 2019.03.06 |
---|---|
깔로 트레킹 (0) | 2019.03.05 |
만달레이 2 (0) | 2019.03.03 |
미얀마의 만달레이 1 (0) | 2019.03.02 |
루앙프라방 (0) | 2019.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