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은 시간에 아란 훼스에서 열차를 타고 도착한 Cuenca입니다.
하루 5회 운행에 요금은 7.40유로에 2시간 10분 거리.
터미널에서 시내를 돌아가는 버스 대신 왕궁 쪽으로 걸어서 지름길로 구시가에 들어왔지요.
다음날 아침, Casa Corcadas, 지금은 갤러리로 쓰이는 14세기 왕족들의 여름 별장인 '매달린 집'들을 구경하면서
언덕 꼭대기까지 걸었습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 제일 높은 곳에는 별 한 개 붙은 아담하고 예쁜 펜시옹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시내버스 1, 2, B1번이 다닙니다.
머물고 싶은 편안한 느낌이 좋아서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이곳은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깊은 골짜기의 양안, 그 가파른 땅에 집을 지은 특별한 동네입니다.
마요르 광장에 있는 꾸엥까 대성당에서 내 어머니께 드릴 묵주를 산 다음
건너편 언덕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다가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지금은 호텔로 쓰이는 파라도르에 왔습니다.
두 지역을 잇는 다리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스페인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이런 파라도르에서 한 번쯤 숙박할 생각이었지만
일반 숙박비의 서너 배가 넘는 금액을 따지면서 포기했었지요.
아쉬운 마음에 여기 딸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오픈 시간이 늦어지기에 그것도 포기,
위치 좋고 편안해서 한동안 쉬었다 갑니다.
오후에는 꾸엥카의 Auto Ros에서
버스를 타고 살라망카로 갔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제설차가 다니는 눈 쌓인 고원지대를 넘어서자
곧 맑은 날씨의 넓은 평원이 나타났지요.
내내 서쪽의 도시로 가면서 긴 시간 아름다운 석양에 마음 설렜던,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은 하루입니다.
Salamanca입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크다는 사각형의 마요르 광장에는 아치 위에 세워진 시청 건물과
그 맞은편으로 화려한 왕실 별관이 있습니다.
이 광장은 한때 투우 경기장으로도 쓰이는 등 주민들의 생활중심지가 되면서 '살라망카의 거실'로도 불렸다지요.
88개의 아치 양 옆에는 역대 스페인 왕들의 두상이 걸려 있습니다.
근처의 '까사 데 라스 꼰차스',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외벽을 장식한 '조개껍데기의 집'은
16세기, 성지 순례에 나선 사람들을 보호했던 이 교단의 기사인 로드리고 말도나도의 집입니다.
조개 껍데기는 '산티아고 교단'의 상징으로 지금도 여전히 순례자의 길안내 표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두 개의 교회,
작은 광장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12세기에 지은 비에하와
오른쪽이 1513년에 시작해 1733년에 완공된 누에바 성당입니다.
누에바 성당은
고딕에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섞인 아름다운 건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퍼사드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옛날의 조각가들이 정교한 작업 중의 일탈로 재미있는 조각을 만들어 작품 속에 숨겨 놓았다면서
여행자들은 그 앞에서 숨어 있는 조각을 찾으며 즐거워하고 있었지요.
우주인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사자며 토끼들이 있다는데 글쎄요, 나는 못 찾았네요.
근처의 스테판 수도원도 정교하게 양각된 화려한 퍼사드가 많습니다.
대학가 광장의 유럽 최초의 대학, 살라망카 대학교 건물도 역시 섬세한 퍼사드가 일품입니다.
정문의 퍼사드에는 추기경들과 담론을 나누는 교황의 모습도 보이고 그 밑으로 왕가의 문장이 나옵니다.
'우니베르시다드'라는 메달에는 이사벨 여왕과 뻬르난도 왕이 등장했네요.
중앙 기둥의 왼쪽 중간에 해골 위에 앉아 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음욕을 상징하는 개구리를 보며 대학 시절, 방탕에 빠지지 말라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경고라지요.
이렇게 섬세한 조각의 화려함은 '은으로 만든 세공품같다'는 의미에서 '뿔라떼레스크 양식'이라고 한답니다.
은 세공사를 '뿔라떼로'라고 하는데서 유래했다지요.
살라망카의 누에바 성당, 대학 건물, 스떼판 수도원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완벽한 쁠라떼레스크 양식의 대표작으로
조각을 새기던 장인들의 장난스러운 파격은 후세에 많은 즐거움을 안겼습니다.
또르메스 강에는 1세기에 건설된, 고색창연한 석조의 로마교(뿌엔떼 로마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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