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했던 똘레도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문화가 혼재된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마드리드 이전의 스페인 수도였지요.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 5번 버스를 타고 알칸타라 다리를 건너서 구시가의 소꼬르도바 광장에 도착,
호스딸 'Marvavilla'에 숙소를 정한 후
똘레도 대성당에 왔습니다.
3세기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양식이 뒤섞인 웅장한 규모입니다.
중앙의 제단 벽에는 예수의 생애를 표현한 다양한 장면의 조각이 화려하고
그리스에서 온 사람, '엘 그레꼬'가 이 성당을 장식하기 위하여 그렸다는 성화 등
많은 그림과 조각은
스테인드 글라스를 거쳐 들어온 다양한 색채 속에서 그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똘레도는 엘 그레꼬가 만년을 보낸 이 도시로 그의 미술관은 현재 1년 기간을 두고 보수 중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타호 강변의 이 구시가는 작았습니다.
그러나 '비사그라 문'처럼 오랜 역사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석조 건물들, 돌담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반들반들 닳은 돌 포장길은 시간을 중세로 돌려놓은 듯했지요.
파라도르에서 바라본 구시가는 고풍스러웠습니다.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찾아온 까스띠야의 라 만차 평원에 왔습니다.
그 평원의 풍차 마을, 꼰수에그라의 언덕에는 열한 개의 풍차가 서 있습니다.
점심 무렵 도착했을 때는 마침 시아스타 시간이어서 이 작은 마을은 아주 조용했지요.
연중 300일 이상 햇빛이 강렬한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라네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자가용 차를 교섭, 풍차의 언덕에 올랐지만
벌판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 때문에 온전히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돈키호테(라 만차의 현명한 신사, 돈키호테)'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
이 풍차를 격투의 대상으로 여겨 그대로 돌진했고 그러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중세가 몰락하고 근대가 등장하던 대 변혁의 시기에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광인을 등장시켜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도 꿈을 지키고 싶어 했던 작가의 염원을 담아내었지요.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에는 작가 세르반테스, 애마 로씨난떼를 탄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 빤사의 동상이 있습니다.
로드리고(Rodrigo Joaquim)의 기타곡, '아란훼스 협주곡'을 들으며 찾아온 아란훼스입니다.
어려서 실명한 로드리고는 스페인의 역사와 풍경이 담긴 음악을 좋아했고
그러면서 만든 곡이 잔잔하면서도 스페인의 열정이 담겨 있는 이 '아란훼스 협주곡'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정한 다음,
그 음악의 배경이 된 아란훼스 궁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모방하여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건물은 섬세하고 화려합니다.
그 당시 중국의 도자기가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유행처럼 만들어진 '중국 도자기의 방'에
왕가의 화려한 결혼식 그림,
그들이 살았던 생활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강을 사이에 둔 크고 작은 왕실 정원 중에 조각과 분수대가 있는 '왕자의 뜰'도 있습니다.
그러나 넓은 정원을 도는 작은 관광열차는 지금 수리 중이어서
운행 재개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기에 초입에서 잠깐 산책하다가 나왔지요.
한겨울의 엷은 햇빛 속에서 궁전의 정원은 쓸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은 즐겁습니다.
로드리고를 기리는 사람들은 시내 번화가 길가에 그의 두상을 세우고
그 앞 보도에 멜로디가 담긴 오선지를 부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기에 한동안 찾아 헤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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