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도착하여 곧 다음 행선지인 마드리드행 열차표를 예매한 후
한인 민박에 들어가 짐을 풀었습니다.
한동안의 휴식 끝에
에스빠냐 광장과 몬주익 언덕에 있는 '스페인 빌리지(뽀블레 에스빠뇰)'에 들렀다가
지하철을 타고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로 이동,
초입의 보케리아 시장과
거리 예술가들을 구경하면서
대서양을 가리키는 60m 높이의 콜럼버스 동상까지 갔지요.
작가 섬머셋 모옴은 바르셀로나의 이 거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네요.
가우디의 예술적 역량이 집대성되었다는 아파트 건물, '카사 밀라'에 왔습니다.
그동안 보아오던 우리 주변의 건물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지요.
물결의 부드러운 곡선과 해초를 나타낸 테라스의 장식, 옥상의 재미있는 버섯 모양 굴뚝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내부는 입주민들이 살기 편한 완벽한 주거 공간으로 만들었답니다.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도시, 지중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여유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예술가들을 우대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지요.
건물 또한 자연의 일부이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그의 건물들을 보면서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획일적인 사각형의 건물이 갑자기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네요.
그 앞에는 가우디의 또하나 원숙기 작품인 '카사 바트요'가 있습니다.
여기 역시 지중해를 테마로 물결 같은 곡선의 테라스와 색색의 모자이크 타일,
다양한 색깔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을 끌었지요.
그 옆에는 스페인의 또다른 건축가 카다파르크의 개성이 엿보이는 채색 타일의 '카사 아마뜨예르'가 있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시티 투어 버스를 이용해서 하루 종일 바르셀로나 탐방에 나섰습니다.
구시가의 피카소 미술관을 들러 후안 미로의 그림으로 장식한 멋진 길을 달립니다.
'카탈루냐 음악궁전'에서는 1층 티켓 오피스에서 영어를 선택, 제한된 시간 50분으로 가이드 투어를 했습니다.
입장료는 6.40유로.
이곳은 그 당시 가우디와 쌍벽을 이루었던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조각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뒤덮은 화려한 천장, 연주하는 요정을 나타낸 타일 모자이크의 무대 정면 등
휘황찬란한 내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당이 되어 수준 높은 연주회가 자주 열린다 했지요.
안타깝게도 촬영 불가라서 남긴 사진이 없네요.
외벽의 장식도 화려합니다.
서로 다른 무늬가 새겨진 화려한 장식 기둥 끝에는 장미꽃이 새겨 있고
그 위에 바흐, 베트벤을 비롯한 유명 음악가들의 흉상과 섬세한 조각이 보입니다.
드디어 대망의 '사르라다 빠밀리아 성당' 앞입니다.
1883년 착공 이후 43년 동안 계속 이 성당 건축에 몰두했던 가우디는 192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그가 죽은 후에도 성당 건축은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입장료와 후원금만으로 짓고 있는 이 성당의 완공연도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네요.
가우디는 현재 이 성당의 지하 납골묘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성당 건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롭고 다채로운 현재의 모습이
완공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가 컸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작품 중에서도 색채가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답니다.
입구에 설치된 두 개의 정자와 색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세상에서 가장 긴 의자'가 보이네요.
돌로 쌓은 100여 개의 기둥이 서 있는 동굴 같은 산책로를
돌아다니는 사이에 일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망대에 서니
사그라다 빠밀리아를 중심으로 석양에 붉게 물든 시내가 보입니다.
동화, '헨델과 그레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요정의 집처럼 재미있게 생긴 가우디의 정자도
같이 물들었지요.
지하철 발카르카 역에서 하차, '호스피탈 데 밀리터리' 쪽 출구로 나가면
공원의 정상 가까이 가는 무료의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여기는 그 반대편인 공원 정문입니다.
다음날은 몬쎄랏 관광에 나섰습니다.
야간열차로 마드리드에 갈 계획이어서 일찍 체크 아웃 후, 산츠 역의 락카에 캐리어를 넣어두고
맥도널드 앞에서 100번 버스에 승차, 에스파냐 광장에서 카탈루냐 철도로 갈아탔습니다.
열차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됩니다.
까마득한 바위산,
'산 호안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갑니다.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위 덩어리였는데
올라오니 생각보다 넓은 자리에 성당과 부속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산타 마리아 광장으로 들어가면
예수의 12제자를 퍼사드로 장식한 본당이 나옵니다.
성당 제단 오른쪽으로는 12세기 경에 만들어진 몬쎄랏의 보석 같이 영험한 존재,
유리로 덮은 작은 '라 모레네띠(검은 피부를 가진) 성모자' 목상이 있습니다.
이 성모자상의 피부가 검은 것은 나무에 칠한 니스가 오랜 세월 동안 변색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전합니다.
매일 낮 12시 15분 일반에게 공개됩니다.
오후 1시에는 소년합창단의 해맑은 성가를 들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길다는 이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은
내 영혼까지도 순결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했지요.
구내 기념품가게에서 수도사들이 만들어서 파는 초콜릿과 성서 엽서를 사며 시아스타 시간을 보낸 다음
'산타 코바 예배당'으로 가기 위하여 로프웨이를 타고 산 중턱에 올랐습니다.
거기서 왕복 40분 거리의 산길을 걸어 찾아간
'산타 코바 예배당'은 원래 검은 성모가 있던 자리였습니다.
작은 예배당 앞뜰에는
이 성모의 법력으로 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이 놓고 간 목발이며 감사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요.
성모자상은 이제 본당으로 옮겨지고 지금 놓여 있는 것은 복제품이랍니다.
다시 돌아온 바르셀로나에서는 마드리드행 야간열차를 타기 전까지 남은 시간에
다시 사그라다 빠밀리아로 가서 그 야경을 보고 왔지요.
완공이 되는 날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이제 우리는 마드리드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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