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림에서 북대촌, 북대촌에서 뤄핑, 뤄핑에서 씽이를 거쳐 만봉림까지 왔습니다.
뤄핑에서 씽이로 이동하는 도중, 윈난성과 구이저우 성의 경계를 알리는 비석 앞에서
버스기사는 사진을 찍으라고 일부러 차를 세워주었지요.
센스 만점이었네요.^^
귀주(구이저우)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땅으로
산과 구릉이 전체 면적의 97%로 '평평한 땅이 세 척 이상 되지 않고, 3일 이상 맑은 날도 없으며
그 맑은 날에도 겨우 3시간 정도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국에서도 오지랍니다.
버스 요금에는 여전히 보험료가 더 붙었습니다.
굵은 비가 쏟아지는 밤, 씽이에서 1번 버스를 타고 만봉림 매표소 앞에서 하차,
마을까지 걸어 들어가 초입의 민박에 방을 잡았습니다.
현판의 이름이 멋진' 峰林有閑居', 씽이에서 45km의 거리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던 버스 기사는 나를 매표소가 있는 어두운 광장에 내려놓고 마을 쪽으로 가버렸지요.
늦은 밤이어서 매표소가 문을 닫았기에 입장료는 굳었지만
비가 오는 컴컴한 밤길에 캐리어를 끌며 마을까지 걷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네요.
잠시 일행과 떨어져 혼자 들어온 길이었거든요.
이곳은 3억 년 전에 해저에서 솟아오른 땅, 하롱베이와 같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동글동글한 수많은 봉우리가 마을을 감싸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잡지에서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5대 봉우리' 중의 하나라지요.
작은 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논에 초록빛 벼들이 싱그럽습니다.
예쁜 지형에 아담한 마을.
봄의 유채꽃, 여름의 녹음, 가을의 황금빛 들판, 어느 때라도 좋을 여행지입니다.
마을의 수호목, 반얀트리는 이 지역의 토속신앙이 깃들어 있습니다.
폭넓은 강에는 이런 징검다리가 있어 걸어 다니는 일도 즐거웠지요.
동네 맞은편, 산길에는 3층 높이의 정자가 있고
그 길에는 관광객용 전동차가 다니고 있어서 주변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 봉우리 아랫길을 따라간 뒤쪽 마을의 소박한 장날도 구경하며
보낸 느긋한 2박.
주인 할아버지를 졸라서 벽에 걸려 있던 얼후 연주도 들었네요.
숙소 앞 공터에는 동네 사람들의 모여 밤낮으로 마작을 하고 있었지요.
아침마다 수탉이 잠을 깨워주던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집 앞까지 들어오는 1번 버스로 다시 씽이로 나가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인 동차참까지 이동.
거기 가게에 캐리어를 맡긴 후 버스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마령하 협곡에 왔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걸어 갈 만한 거리입니다.
입구를 지나 산길로 내려가서
천성교까지 1.7km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곳은 전체 거리 75km에서 개방된 곳이 겨우 15km 정도이지만 그나마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협곡입니다.
100m 높이의 양쪽 계곡에서 쏟아지는 13개 폭포의 소리와 수량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길을 따라 걷습니다.
흐린 날씨, 물안개가 끼면서
시계도 좋지 않고 사진 화질도 엉망이지만
마음만은 흐뭇!
우기에 계속 내린 비로 엄청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덕분에 마음속까지 시원해진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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