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날 예매한 버스를 타고 동 티베트의 깊은 산속 마을, 캉딩(강정)에 왔습니다.
청뚜를 출발한 버스는 야안으로 들어서면서 몇 군데 도로 공사 현장을 만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신두차오(新都橋, 신도교)를 거쳐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8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네요.
야안 입구에 실물 크기의 조형물, '일단의 마부와 짐을 실은 말'이 서 있어
우리가 차마고도에 들어섰음을 실감했지요.
이쪽, 쓰촨의 서부인 장족자치구는 동티베트이라고도 부릅니다.
거리에는 장족의 전통옷을 입은 강인한 인상의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물동이를 멘 장족 여자 조각상을 지나
시내를 가로지르는
물결 거센 캉딩하를 따라 걷기 20여 분.
장족이 운영하는 민속풍의 게스트 하우스, '블랙텐트(헤이 짱 퍼)'에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가 꼬치에 꿴 재료를 뜨겁고 매운 양념물에 익혀 먹는 '훠거'로 특별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따오청으로 가는 길입니다.
거기에서 하루 자고 야딩으로 갈 예정이지요.
중간, 얼량산의 터널 속을 거의 10분 이상 달린 일도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의 초록색 풍경이 아름답고
이웃해 앉은 중국인들이 친절해서 그들과 필담으로 대화를 이어가느라 긴 시간도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운전기사는 해발 4412m의 고이사산 타르초 앞에서 잠깐 정차, 기념사진을 찍게 하는 서비스에
깊게 패인 진흙탕길도 잘 빠져나오고 낭떠러지의 좁은 길에서는 반대편의 차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숙달된 운전 솜씨로 모든 승객의 박수를 받았지요.
달리는 도중의 최고점은 4718m.
고산증에 대비하여 준비한 약, 다이아막스를 먹는 게 싫어서 보온병의 담아온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며
적응훈련을 했습니다.
비포장의 높은 산길을 오르내리며 제 속력을 내지 못하는 버스 안에서 지낸 시간은 거의 14시간.
외국인에게는 개별적으로 버스표를 팔지 않는다 하여 한참 실랑이를 했던 캉딩에서
왜 버스요금 외에 별도의 보험료를 받는지 그 길의 험난함을 몸으로 체험한 날입니다.
따오청의 장족 호텔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캐리어를 후론트에 맡긴 다음 배낭 하나로 야딩에 갑니다.
캉딩에서 만난 한국인 청년과 어울려 야딩을 오가는 현지인의 차를 대절했지요.
네 사람에 300위안, 90km 거리입니다.
우리의 고물차는 어제보다도 더 깊은 산속, 아찔한 천 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2시간 반을 달렸습니다.
중간 르와(샹그릴라쩐)에서 150위안으로 3일 유효한 입장권을 구입한 후,
37km 더 들어가는 지점에서 개찰. 주변 풍경은 모두 절경, 절경입니다.
야딩 입구, 엉성한 가건물인 장족 게스트하우스에 체크 인.
운전기사가 다음날 오후 3시에 픽업 나오기로 하고 돌아간 뒤
오후에는 풍경구 입구를 거쳐 충고사(총구쓰, 3880m) 아래쪽을 지나
낙융목장(루어롱무창, 4198m)에 간 다음 우유해(뉴나이하이, 4500m)까지 올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맑은 날씨에 최상의 컨디션이었지만
풍경구 입구인 롱동패(롱롱빠, 3780m)까지 걷는 일로도 고산증세가 나타나면서 벌써 숨이 차기 시작.
그래서 걷는 일을 포기, 입구에서 충고사까지 말을 타야 했네요.
현지 동네 사람들이 나와 고삐를 잡고 순서대로 여행자를 태웁니다.
상행은 40위안,
야딩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충고사 밑에는 오색 타르초와
각 지점의 높이, 거리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거기서 하마, 왕복 70위안의 전동차로 갈아 타고
6.5km의 거리에 있는 낙융목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 개의 설산으로 둘러싸인 이 분지에는 활짝 핀 야생화들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지요.
야딩은 이런 멋진 자연 풍경 때문에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여행지이고 깊은 산속의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서 오가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러나 관광지로 개발되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여기도 많이 훼손되겠지요.
낙융목장에서 선내일산의 비탈까지 200m쯤 걸어가면
우유해를 오가는 또 다른 마부와 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유해까지 6.5km 거리를 걷는 일에 자신 없어 다시 말을 탔습니다. 왕복 300위안.
올라갈 때는 2시간, 내려올 때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립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구름과 안갯속에 숨어 있던 풍경이 잠깐잠깐 보입니다.
말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달랐습니다.
오색해까지 걸어 다녀오는 씩씩한 트래커들도 있었지만
비가 내렸다가 개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질퍽한 급경사의 오르막길에는
자신이 없어 계속 말 등에서 흔들리며 갑니다.
고산증세가 심해지면서 두통도 심해졌지요.
그러나 우유 해를 앞둔 지점에서는 안전을 위하여 걸어가라는 안내표지가 있어
할 수 없이 하마, 천천히 걸어야 했습니다.
좁은 길 저 아래로
아득한 계곡이 보입니다.
그렇게 조심조심 걸어 도착한 우유해 역시 인간 세계의 모습이 아니었지요.
진공 상태의 적막,
숨이 멎을 정도로 눈 부신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우유해에서 100m 높이의 마지막 산정 호수, 오색해(우써하이, 4600m)까지는
가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야 했습니다.
티벳 여행에서 고산증세를 심하게 겪은 기억이 있어서
여행 초기인 지금은 무리하지 않기로 생각을 바꿨거든요.
그러나 야딩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햇빛에 따라 물빛이 다양하게 빛난다는 그 오색해를 포기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쓰라렸네요.
아쉬움을 남기고 되돌아 나오면서 바라본 선내일산은 석양 속에서 선명하게 빛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우비를 입고 오늘은 다시 충고사에 올라
이 작은 티벳탄 사원을 구경하고
그 뒤편, 30분 거리의 진주해(쩐주 하이, 3960m)까지 걸었습니다.
어제 신비롭게 빛나던 선내일산은 구름과 안개에 싸여 그 모습을 감추었네요.
낙융목장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이제 우리는 윈난 성(윈난성)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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