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더미어를 떠나 에든버러에 왔습니다.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웨이벌리 역입니다.
시계탑 꼭대기에는 스코틀랜드의 국기, 파란 바탕에 하얀 십자가의 깃발이 보입니다.
이 도시에 입성하면서 맨 처음 눈에 띈 것은 역 앞 프린세스 거리의 높이 60m인 고딕 건물인
월터 스콧(1771~1832) 기념관.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아이반호'의 작가, 월터 스콧은 스코틀랜드 인들의 자랑이었지요.
앵글로 색슨의 잉글랜드인들이 트라팔가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의 동상을
런던 시내 트라팔가 광장에 만들어 세우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쫓겨나 오랜 세월 동안 대립하던 켈트 족의 스코틀랜드 인들은 공동모금을 통하여
그보다 5m 높은 60m의 월터 스콧 동상을 에든버러 한복판에 세워 맞대응,
그들의 자부심을 표현하였답니다.
에든버러 인들은 '올드 랭 사인'의 시인 로버트 번스,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 로열 마일에 동상으로 서 있는 '국부론'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 등
수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는 긍지가 높습니다.
에든버러의 중심가, 'Royal Mile'은
도시 서쪽 언덕 위의 에든버러 성과 동쪽의 홀리루드 궁전을 잇는 1.6km, Victory 스트릿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고색창연한 건물과 토산품 가게, 백파이프며 타탄 스커트, 머플러를 파는 가게와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 번화가로 수많은 골목으로 이어진 올드타운의 중심에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이 거리에서는 타탄 킬트 스커트를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동상도 보이네요.
거기에 종교개혁의 선구자 존 녹스가 사제로 봉직했던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도 있습니다.
이곳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며 게일어 강좌 등으로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오늘은 플루트 연주가 있어서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그 거리의 끝에 있는 에든버러 성은
잉글랜드와의 수백 년 전쟁 기간 동안 파괴된 것을 복구하면서 여러 건축 양식이 뒤섞인,
투박하고 견고한 모습으로 캐슬 록 위에 세워진 요새입니다.
에든버러는 세계적인 예술 축제, 국제 페스티벌과 프린지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문화도시입니다.
그중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8월의 축제 중에는 이 성 앞에서 킬트를 입은 병사들이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는 군악 퍼레이드, 60년 역사의 '밀리터리 타투'가 있습니다.
지금의 여러나라의 군악대가 참여하면서 내용이 더 풍성해졌다네요.
6월인 지금은 그 행사 준비로 성 앞 광장 양옆에 스탠드를 세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에
박물관에서 그 자료화면을 찍어왔습니다.
웨이벌리 역 근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뜻밖에도 고흐의 1888년도 작품, 'Orchard in Blossom'과
모네의 'The Church at Vetheuil',
드가의 'Before the Performance'를 보면서 횡재한 느낌이었네요.
시내에 있는 조앤 롤링이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를 썼다는 카페, 'The Elephant House'는
소설의 성공과 함께 이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이 작은 카페 안, 에든버러 성이 보이는 한쪽 구석에서 하루 종일 소설을 썼답니다.
카페 안은 온통 '조앤 롤링이 글을 쓰는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코끼리 두 마리가 맞이하는 인도풍에 중국의 분위기가 뒤섞인, 성격도 애매하고 허름한 곳이지만
손님으로 꽉 찬 카페 안에는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하나의 작품, 작가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을 새삼 실감합니다.
신시가지인 뉴타운 동부의 중심, 110m 높이의 'Calton Hill'에 올랐습니다.
이곳에는 미완성의 전사자 기념탑, 그리스 스타일의 'National Monument'와
망원경을 세워놓은 듯한 형태의 상부에 배의 돛을 얹은 특별한 형태의 넬슨 기념탑이 있습니다.
언덕 정상에 서면 멀리 에든버러 궁전과 북해까지 보입니다.
해 질 녘의 시가지 조망이 좋다 하여 저녁을 먹고 천천히 나왔지만
밤 10시에도 아직 훤하기에 내일 일정 때문에 더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한국보다 위도상으로 북쪽에 가까운 이 나라의 여름은 낮이 아주 깁니다.
시차는 서머타임일 때 우리나라와 -8시간.
다음날은 드물게도 맑은 날씨에 즐거워하면서 아침 일찍 홀리루드 공원에 갔습니다.
무너진 성터를 지나
1시간 정도 걸어 해발 251m의 정상에 올라가면
바위 위에 하얀색 아더 왕의 자리, '아서스 시트(The Arther's Seat)'가 있습니다.
전설 속의 아더 왕이 여기에 꽂혀 있던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고 퇴각하는 적군을 지켜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가까운 칼튼 힐과 홀리루드 궁전과
멀리 녹색에 둘러싸인 멋진 시내가 내려다 보입니다.
에든버러는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의 하나랍니다.
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른 홀리루드 궁전은 지금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체류하는 여름궁전으로
왕족의 피서기간에는 여행자들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에든버러의 마지막 일정, 스털링에 왔습니다.
스털링 역은 의도적인 듯 스코틀랜드의 국기 색깔인 파랑과 하얀색이 조합이 두드러집니다.
도처에서 이 지역인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도 보았던 전투,
윌리엄 월레스가 이끄는 스코틀랜드인들이 막강한 잉글랜드 군대를 격퇴했던 '스털링 전투'의 중심, 스털링 성입니다.
이 성을 장악하면 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던 군사요충지로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곳이지요.
성 안으로 들어가면 요소요소에 중세 복장의 가이드가 있어 그들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역사화와 그 속의 전통 복장이 인상적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Great Kitchens'.
왕과 초청 손님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던 대규모의 부엌과
여기저기 바쁘게 일하는 요리사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현실감 있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 The Castle Exhibition'에서는 이 지역의 1000년 역사를 동영상으로 보여주었지요.
단체로 온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멀리, 스털링 전투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를 기념하는 'National Wallace Monument'도 보입니다.
뺏고 뺏기던 치열한 전쟁터였지만 이 성에서 바라보는 지금의 주변 풍경은 평화로웠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잉글랜드와 다른 화폐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처칠 수상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있는 5파운드 지폐는
잉글랜드를 비롯한 전 영국에서 사용되지만
그 밑의 것은 스코들랜드에서만 쓰이는 그들만의 5파운드 지폐.
스코틀랜드의 지폐를 발행하는 은행은 세 군데, 모두 다른 도안으로 만들었더군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Clydesdale Bank'와 'The Royal Bank of Scotland' 두 은행에서 발행한 10파운드 지폐입니다.
대영제국에서 독립하기를 염원하는 스코틀랜드 인들의 역사에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 내부의 분열이었으니
지폐를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도 그들 독립의 첫걸음이 아닐까 염려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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