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중남미 7개국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좋은 아침 2014. 6. 10. 15:00

중남미 여행의 끝, 쿠바입니다.

쿠바는 1492년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래, 노예가 된 원주민들이

전염병과 고된 노동 끝에 거의 전멸하면서 대체 노동력으로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과

그 후손, 백인과의 혼혈인 물라토들이 전체 인구의 50%가 넘는 나라,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경제봉쇄, 다른 중남미 국가와의 외교단절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여권에 쿠바 방문 출입국 스탬프가 찍히면 미국에 입국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처럼 25달러를 내고 별도의 쿠바 비자 겸 여행자 카드를 구입했습니다. 

 

15시 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 'Cubana'를 타려고 깐꾼 공항에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보딩패스를 받으면서 들은 말은 3시간 출발 지연. 

창구직원은 놀라는 나에게 어제는 12시간이나 지연되었다 했지요.

로비에서 기다리는 중에도 계속 출발 시간은 줄었다가 늘어나고, 늘어난 끝에

8시간이 지나서야 탑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깐꾼의 화려한 야경을 보면서 출발, 1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쿠바의 호세 마르틴 공항은

불빛 드문 어둠 속.

그러나 여직원들의 화려한 손톱 장식을 보면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경직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지요.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가 가장 환율이 좋다 해서 준비했던 캐나다 달러로

이 나라에서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게 되는 돈, CUC(뻬소 꼰베르띠블레, Peso Convertible)와

내국인이 사용하는 돈, CUP(뻬소 꾸바노, Peso Cubano, 또는 Moneda Nacional의 뜻으로 MN으로도 불림)으로

환전했습니다.

CUC는  예전 미국 달러화를 대신하는 것으로 여행자들이 쿠바 국내에서 쓸 수 있는 돈으로

700 캐나다 달러는 608 CUC, 1 CUC는 24 CUP(24MN)였지요.

MN은 물이나 길거리 음식을 사기 위한 소액환이 필요할 것에 대비해서 조금 바꾼 것이고요.

미 달러화는 환율도 나쁘지만 추가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불리합니다.

 

쿠바의 상징, 말레콘입니다.

카리브해의 파도가 이 방파제를 넘어 차도까지 들어오네요.

멀리 보이는 곳은 그 유명한 호텔, 나시오날이 있는 베다도 지역.

 

 

이쪽은 모로 요새 공원입니다.

말레콘에서 바라보는 이 요새의 모습은 쿠바, 아바나를 대표하는 풍경이었지요.

16~17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카리브의 해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건설했답니다.

 

 

 

요새 앞에는 시몬 볼리바르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을 위하여 스페인에 맞섰던

미란다 장군의 동상이 보입니다.

 

 

쿠바와 함께 떠오르는 인물, 체 게바라의 얼굴이 보이는 건물은

쿠바 내무성, 공항을 오가는 길목인 혁명광장에 있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강인하게 표현된 체의 모습  아래에는

그의 어록 'Hasta Victoria Siempre-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가 보입니다. 

 

 

이 광장에서는 시인이면서 독립운동가였던 호세 마르틴의 기념탑과 

 

 

그의 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

 

 

시내 아바나 중앙공원에도 

 

 

그 호세 마르틴의 동상이 서 있고

 

 

 그 뒤에는 천사상이 서 있는  아바나 대극장과 

 

 

 미국 국회의사당을 본떠 건설한 구시가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 건물, 까삐똘리오가 있었지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대성당과

 

 

쿠바를 '미국인들의 놀이터'라고 했다던 그 화려한 시절에 세워진 많은 건물은 

 

 

미국과 단교 이후, 오랜 궁핍의 세월 속에서 많이도 낡았지만

아직도 고칠 여유가 없다 했습니다.

 

 

 

 

시가가 만들어지는 아바나의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

 

 

안에는 다양한 가격의 시가가 전시되어 있는데

 

 

오른쪽 벽에는 

 

 

애연가였다는 처칠의 모습도 보입니다.

시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최고로 꼽힌다는 이 쿠바 시가는 여행자들이 꼭 구입해가는 기념품이랍니다.

가장 좋은 품질의 시가는 한 대에 370유로에 거래된다네요.  

길거리에는 비품을 팔려는 호객꾼이 많습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인상적인 쿠바음악을 주제로 한 다큐영화, 'Buena Vista Social Club'이 '체 게바라'와 함께

나를 쿠바로 이끌었습니다.

이 땅에 아프리카와 유럽의 음악이 접목되어 '아프로 쿠반'이라는 쿠바 재즈가 만들어졌지만

1959년의 쿠바 혁명 이후 뮤지션들에게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었답니다.

50여 년이 지난 후 미국인 음악프로듀서, '라이 쿠더'가

그동안 흩어져있던 쿠바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찾아내어 단 6일의 녹음으로

 '부에나비스타쇼셜클럽'이라는 옛이름의 앨범을 만들었고

이들의 음악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 빌보드 차트 1위의 찬사를 받으면서

수백 만장의 앨범이 판매되는 기적을 만들며  카네기 홀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담은 것이지요.  당시 다섯 명 멤버의 나이는 평균 70대.

부드러운 목소리의 이브라임,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군도와 피아니스트 곤잘레스는

참 인상적인 뮤지션이었네요.

                

그들의 무대였던 '오텔 나시오날' 방문은 내내 센뜨로 아바나 지역에 머물다가 기회를 놓쳤고

겨우 그 후배들이 출연한다는 작은 극장식 레스토랑,  '과하리또'에 들렀지요.

영화에 등장했던 원년 멤버들은 모두 오래전에 죽고 없지만 

향수에 젖은 관광객들은 같이 늙어가는 후배 출연자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세월을 잊었습니다.

 

 

일요일의 쁘라도 거리에는 길거리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보입니다.

 

 

 

쁘라도 거리는 울창한 나무들이 서 있는 보행자용 직선거리로 

카리브의 말레콘까지 길게 뻗어 있는데

 

 

운동장이 없는 듯, 근처 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쿠바를 대표하는 춤, 살사 공연장입니다.

여행자를 위한 잠깐의 공연이었지만 흥겨운 리듬에 맞춘 빠른 동작이 경쾌해서 즐거웠고 

 

 

또 하나의 명물, 명품 올드 카들이 시내를 돌아다니는 풍경도 이색적이었습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그들이 철수하면서 가져가지 못했던 차들은 50여 년 세월 동안 많이 낡았지만

쿠바인들이 페인트 칠을 하고 기름칠에, 부품도 만들어 쓰는 등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아직은 그런대로 잘 굴러간답니다.

그러나 그 차들이 내뿜은 매연 탓에 이제 올드 카는 서서히 퇴장하면서 그 자리에 

우리의 현대차가 들어서는 중이라 했습니다.

 

 

 

 

생맥주를 마시는 쿠바인들로 가득했던 술집 분위기는 자유로웠으며

 

 

많은 차들이 달리는 그 와중에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던 자전거 택시는 재미있었지요.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 근처에는 큰 규모의 차이나타운도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직된 분위기를 예상했었지만 거리는 활기에 차 있었습니다.

 

 

 

대성당 앞의 시가를 입에 문, 모델 아주머니들과 같이 한 장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