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끄리스또발 데 라스 까사스는 1994년 싸빠띠스따 봉기가 시작되었던 중심지로
스페인 후손과 지역 인디언 사이, 갈등의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반군이 정글로 도망하며 종전 협상이 체결된 후에도 계속 정부군이 주둔,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공항 검색도 심해서 뚜껑이 있는 컵이며 보온병도 모두 압수당했지요.
그런 것들까지 체크를 하는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온 해발 2300m의 이 도시는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좋았습니다.
아침부터 소깔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마침 오늘은 이 마을의 장날.
거리와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인디오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키에 검은 피부와 머리카락,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풍성하고 화려한 스커트를 입은 인디오 여자들은 영혼을 뺏긴다며 사진 찍히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카메라를 보기만 해도 화를 내거나 얼굴을 가리고 피했지요.
미안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네요.
소깔로 시청 앞에 전시된 그림에서는 평화롭게 사는 인디오의 다양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산 후안 차물라 성당에서의 느낌이 비 오던 날씨와 맞물려서 그러했는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콜럼버스 이전의 토속 종교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가톨릭, 그 문화와 혼합된 성당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너무 어두웠지요.
그러나 그림에 나오는 하나하나의 인물은 모두 행복한 표정입니다.
그들의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유추할 수 있는 자연과 일상, 가족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오늘은 나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작은 박물관에서 보았던 인디오 여자들의 행사용 복장은 화려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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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벌 빌려 있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들에게는 집집마다 화려하게 꽃과 성화로 장식한 '기도의 장소'가 있습니다.
그 앞에는 여러 가지 동물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토속 신앙과 가톨릭 신앙이 결합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대했던 또 하나의 여행,
국립공원 안에 있는 '수미데로 협곡 현지 투어'에 합류하여 깎아지른 듯한 협곡 사이를
보트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16세기 중반, 스페인 정복자에 맞서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수백 명의 인디오 전사들이
전쟁에 패하면서 모두 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처절한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지요.
버스를 타고 Chiapa de Corzo로 이동,
거기서 배를 타고 동굴과 폭포, 원숭이와 악어, 물총새, 왜가리 등 동물들을 보며
협곡을 돌아다니는 2시간의 투어였지요.
벼랑 안쪽에 모셔놓은 성모 마리아,
강변의 악어를 보면서
인디오들의 서러운 역사가 담긴 깊은 협곡 사이를 돌아다녔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Corzo 시내, 소깔로의 멋진 정자와
그 주변의 소박한 성당,
그 앞, 거목 아래 낮 더위를 식히던 주민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기억합니다.
다시 돌아온 산 '끄리스또발 데 라스 카사스'의 숙소는
식민 시절, 통치자들이 거주하던 하시엔다를 개조한 곳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예쁜 타일로 장식한 세면대 하며 친절한 스태프들 때문에 좋은 인상이 남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거리로 나가면 호텔 앞 소깔로, 카페에서 벌어지는 경쾌한 라이브 연주도 들를 수 있습니다.
수미데로 협곡을 유람하며 배 안에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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