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유적지인 와하까, 빨렌께,
올멕과 싸보떽, 떼오띠우와깐과 믹스떽의 문명이 겹쳐있는 몬테알반,
해양도시 베라크루스와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문명이 전시되어 있는 또 다른 도시, 할라빠,
카리브해에 떠 있는 작은 섬, 꼬수멜
애니 깽의 슬픔이 전하는 메리다 들은 지난번의 방문에 거친 도시였지만
나를 멕시코로 이끈 도시, 치아빠스 주의 산 끄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는
그 당시 정부 반군, EZLN(에헤르씨또 싸빠띠스따민족해방군)이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곳이었습니다.
권력과 주 자원을 소수의 부자로부터 가난한 다수에게 재분배한다는 '싸빠띠스따혁명군'은
이제 정부군에게 쫓겨 정글로 숨었다네요.
떨어진 체력으로는 멕시코 시티에서 출발하는 14시간의 버스 이동이 벅차서
한인타운에 있는 여행사, '아리랑'에서 치아빠스의 주도, 뚝스뚤라 구띠에레스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서둘러 교외에 있는 인디오 마을의 차물라 성당으로 택시 이동,
내 마음을 흔들었던, 꽃문양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성당을 만났습니다.
성당을 이렇듯 예쁘게 표현한 사람들의 곱고도 섬세한 정서와 여유, 이런 것들이 보고 싶었지요.
성당 앞에는 십자가와 성모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성인들의 초상화며 동상이 둘러싸인 성당 안에는
솔잎 깔린 차가운 바닥 여기저기에서 맨 발에 남루한 옷차림의 인디오들이
제각기 수 십 개의 촛불을 켜 놓고 절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기도하고 있었지요.
따로 전등도 없고 촛불에서 나오는 그을음으로 더 어두운 실내에는
가난하고 힘든 인디오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있는 듯했습니다.
화려한 외양과 정반대인 내부의 황량한 모습,
인디오의 토속신앙과 결합한 가톨릭의 모습이었네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염원이 이렇게 예쁜 꽃그림을 그리게 한 것일까요?
이 성당의 외양이 실린 가이드북을 보면서 꼭 오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그 초라한 인디오들을 보면서 마음은 착잡해졌습니다.
비 오는 날씨에 마음까지 추워져서 일정을 단축, 일찍 호텔로 돌아왔네요.
잠깐 들른 여행자가 그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무얼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요?
다음날은 시내의 노랑과 파랑 등, 아름다운 파스텔 조의 성당 구경에 나섰습니다.
동쪽에 있는 과달루페 성당에 오르면
이런 예수의 모습에
성당 정면에서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서쪽의 산 끄리스또발 성당은 도심을 지나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성당 옆의 정자에서는
바로 앞에 마을의 남쪽에 있는 파란색, 성 프란시스코 성당이 보입니다.
알록달록, 소박하지만 예쁜 성당을 찾아 하루 종일 성당 순례를 다녔습니다.
종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지요.
중심가, 쏘깔로에 있는 대성당의
레이스 같은 섬세한 장식도 아름다웠네요.
아! 이 성당의 아름다운 꽃그림을 생각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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