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크기라는 모하비사막을 지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숫자 8을 누인 것 같은 미 서부의 관광지역, 중간의 교차점에 있는 바스토우에서
여행사는 행선지에 따라 헤쳐 모여의 형태로 여행자를 분류, 버스에 태웠습니다.
다시 출발하여 오늘 숙박지인 프레노로 가는 길가에는 현대자동차의 성능시험장 표지판이 보입니다.
곧이어 사막을 벗어나 풍요로운 경작지로 들어갔습니다.
여기 캘리포니아 곡창지대의 5대 농산물은 아몬드와 포도, 오렌지와 쌀, 피스타치오라 했네요.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남쪽 출입구 근처에 있는
증기기관차를 타러 왔습니다.
인상 좋은 기관사는
재빨리 성조기와 태극기를 달아 놓는 서비스로
여행자들을 즐겁게 하였지요.
19~20세기 초까지 이 요세미티의 원시림에서 벌목한 세쿼이아, 삼나무를 실어냈던 증기 기관차는
이제 역할이 바뀌면서 여행자들을 태웠습니다.
기차는 아침 햇살 퍼지는 삼나무 숲 속에서
가끔 요란한 기적 소리와 함께 수증기를 뿜어내면서 달립니다.
편도 1시간, 종점에서 잠깐 숲 속을 거닐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
여행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재미있고 고풍스러운 증기기관차(Wood burning shay locomotive)였네요.
초록의 침엽수림 안, 깜찍한 램프며 잣송이에 빨간 식탁보가 깔린 멋진 식탁에서
따뜻한 컵 라면의 점심도 기분 좋았던 일.
여름밤에는 낭만적인 야간열차도 운행한답니다.
드디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왔습니다.
달리던 버스가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곧 '터널 뷰 포인트'!
여기에서는 왼쪽에 엘 카피탄과 멀리 하프 돔을 비롯한 요세미티 계곡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중심으로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깊이 1000m, 폭 1600m, 길이 1100m의 U자 계곡.
빙하에 깎이면서 형성된 여러 개의 화강암 봉우리에 3000개가 넘는 호수와 크고 작은 폭포며
울창한 삼나무 숲,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아래 모형도에는 점선의 트레일 코스와 실선의 자동차 길이 보입니다.
이 계곡에서 시작, 4421m의 북미 최고봉 휘트니에 이르는 아름다운 산길,
341km의 그 유명한 '존 뮤어 트레일'도 있습니다.
존 뮤어는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을 만들어 이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그 원형을 보존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지요.
봄을 맞아 해빙이 되면 설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장관을 이룬다는,
높이 189m의 브라이달 폭포(Bridalveil Fall)는 지금 갈수기가 되어 수량이 줄었고.
높이 739m의 미국 최대 낙차를 자랑한다는 '요세미티 폭포'도
장대한 3단 폭포의 모습 대신 물이 흘렀던 하얀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높이 1098m의 화강암 절벽, '엘 카피탄(El Capitan)'은
19세기 인근 지역을 탐사했던 스페인 군대가 그들의 장군 모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인 이름으로
모든 암벽등반가들이 꿈꾸는 바위.
이름 그대로 돔 반쪽 모양의 특이한 'Half Dome'은
머세드 강변에 서 있습니다.
왕복 23km의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루에 400장만 발급하는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네요.
삼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는
여러 개의 산책길이 있어
여유하게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이 많았습니다.
자그마한 '요세미티 밸리 채플'에
여름철에만 이 공원을 한시적으로 돌아다니는 셔틀버스도 보입니다.
계곡 안에서 잠깐 동안 초입의 몇 개 명소를 돌아보는 것으로 끝낸, 미련이 많은 여행이었지요.
하프돔은 자신 없지만 '존 뮤어 트레일'의 일부라도,
마리포사 지역의 거대한 '자이언트 세쿼이아' 사잇길도 걸어보고 싶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이 자연 속에 들어와 그 상실의 아픔을 치유했던 존 뮤어의 마음이 공감되었던 숲.
그러니 이곳은 그랜드 캐년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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