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텔롭을 지나 도착한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는
주차장에서 지그재그의 붉은 모랫길로 1.2km,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강풍이 불면서 입과 눈, 머리카락 속으로 사막의 모래가 마구마구 들어왔지요.
입장료는 없습니다.
여기도 역시 평지 아래에 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서야 보이는 곳.
말발굽처럼 생긴 절벽의 높이는 300m라지만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그 높낮이가 전혀 실감 나지 않습니다.
해발 980m의 거친 콜로라도강이 만든 경이로운 사암 예술입니다.
그러나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는 안전 시설이 전혀 없어서 위험했습니다.
근처에 세워진 경고판의 아래쪽에는 한국어도 한 구절, '가장자리에 서 있지 말고' 가 쓰여 있었지요.
사암의 바위가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네요.
저 강물은 이제 파월 호수로 흘러갑니다.
주차장에는 하얀 설산과 모래사막이 그려진 네바다 주의 자동차 번호판과
태양이 이글거리는 뜨거운 땅에 선인장이 드문드문 서 있는 애리조나 주 번호판을 단
차들이 많이 보입니다.
각 주의 특징이 담긴 재미있는 그림을 보면서 네바다와 애리조나의 땅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드디어 대망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에 왔습니다.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개 여행지'에서 1위를 차지한 장소답게
연간 45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면서 '모든 미국인이 꼭 봐야할
단 하나의 장관'이라 했다지요.
일주일간 출입할 수 있는 자동차 한 대의 입장권은 35달러로 관광하기 좋은 최적의 시기는 9월 중순.
이스트 림. '리판 포인트'의 그랜드 캐년이 시작되는 '데저트 뷰(Desert View)'에서는
사막이 갈라지면서 협곡이 생성되는 초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사우스림의 '마더 포인트'!
그랜드 캐년의 총길이는 450km,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로
깊이 1,600m, 평균 폭은 16.5km, 30개가 넘는 폭포와 지하수가 암벽에서 흘러 내리는,
그 크기가 상상이 안 되는 대협곡.
1,300만 년 전, 해저가 융기하면서 지상으로 돌출, 균열이 생긴 곳에
사막의 거친 바람과 콜로라도 강물의 침식 작용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자연의 위대한 걸작입니다.
아득히 펼쳐지는 깊고 황량한 저 계곡!!!!!!!!!!!
감개무량이었네요.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녹색의 콜로라도 강이 흘러갑니다.
강의 물빛은 날씨가 계속 맑을 때는 녹색, 비가 올 때는 노란 색, 비가 갠 후에는 빨간 색으로 보인다지요.
오늘은 맑은 날씨, 강물은 짙은 녹색을 띄고 있지만 엷은 안개가 끼어 시계는 그리 좋지 않았네요.
그늘 하나 없는 저 아래 콜로라도 강까지 걸어서 다녀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왕복 16시간 정도로
물살이 워낙 거세어 위험하기 때문에 강변에서 캠핑을 하려면 반드시 '오지 허가증'이 있어야 한답니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사우스 림의 야바파이(Yavapai Point) 포인트에 왔습니다.
근처의 나무들은
이 극한의 땅에서 힘겹게 생존 중이었지요.
야바파이 포인트 근처에 있는 지질박물관 안에는
그랜드 캐년의 지형과 역사 자료,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그중에서도 분지에 강이 흐르고 바람이 불면서 침식이 이루어지는 긴 과정을 간단히 표현한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감도에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가는 협곡의 전망대와 안내소, 캠핑장들이 요소요소에 표시되어 있고
캐년 입구에서 나눠준 한글 지도는 아주 요긴하였지요.
두 군데의 전망대에서 이 거대한 지역을 잠깐 훑어 보는 것으로 끝난 여행,
짧은 시간의 조망 후 인증 사진을 찍는 것으로 여행이 끝났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왕복 10시간이 걸린, '세상에서 가장 큰 협곡' 여행은 이렇듯 실망스러웠네요.
애초에 현지 한인 캠핑카 여행사에 '그랜드 캐년 트레킹과 공원 내 캠핑'을 제시한
'캠핑카 투어'를 신청했는데 출발 전, 성원이 안 되었다기에 그들이 권한 '오토카 캠핑'으로 바꾸었더니
실상은 서로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참가한 8명이 합류한, 엉뚱한 이름을 가진 여행사의 미니버스 투어.
도로변의 살풍경한 캠프장과 낡은 캠핑카부터 실망스러웠던 여행은
대충대충 형식적인 진행에 참가자마다 다른 투어비 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웠지요.
오토 카 캠핑도 성원이 되지 않으면서 우리를 하청 여행사에 넘긴 듯합니다.
비싼 투어비에 일반 여행사 패키지와 다를 바 없었던 여행,
그 실망과 분노를 지질 박물관에서 이 그림을 사며 달래야 했습니다.
귀국 후 여행사에 이의 제기, 여행비 일부를 환불받았지만
부푼 마음으로 떠났던 그랜드 캐년 여행은 내 마음에 갈증을 남기면서 또하나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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