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325

백합 왕자의 크레타

산토리니에서 쾌속선 밤배로 2시간 거리인 크레타 섬에 왔습니다. 뱃길이 거칠어 멀미로 고생했네요. 섬의 가장 큰 도시, 이라클리온 항구에는 어선과 요트들이 정박에 있고 저 멀리 베네치아 시대의 요새가 보입니다. 크레타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제우스의 탄생지이고 그리스 문명이 태동된 땅으로 기원전 700년 무렵에 헤시오도스가 지은 서사시, '신들의 계보'에는 세상의 기원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화적인 상상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맨 처음 틈새가 벌어져 무한히 넓은 공간, 카오스가 생겼고 그 뒤 가슴이 넓어 모든 영원한 것들이 앉을자리, 가이아가 생겼다지요. 카오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우라노스와 산맥, 바다가 나오지만 가이아가 우라노스와 동침, 잉태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우라노스는 가이아를 독점하려는 ..

예쁜 섬, 산토리니

아테네에서 지하철을 타고 피레우스 항구역에서 내려 밤배를 타고 산토리니 섬으로 갑니다. 다음날 아침, 지중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하선 준비, 드디어 산토리니에 왔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산토리니로 알려져 있지만 정식 명칭은 '티라'입니다. 키클레스 제도의 가장 남쪽에 있는 이 화산섬은 여러 번의 화산 폭발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가 지금은 모두 복구되었습니다. 배에서 바라본 티라는 검은색 절벽 위에 눈처럼 하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동화 속 풍경같이 아름다웠습니다. 항구 아티니오스에서 절벽 위의 마을, 피라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예전 여행자들이 걸어 올랐던 옛 항구의 계단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짐을 운반하는 나귀들이나 오가는 옛길이 되었습니다. 피라에 있는 우리의 숙소 'Blue..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수도인 아테네에 도착하여 지하철로 산타그마 광장에 나오면 국회의사당, 무명용사의 묘 앞에 큰 규모의 위병 교대식이 있습니다. 일요일 11시의 정례적인 행사입니다. 무명용사의 묘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다가 전사한 분들도 있었지요. KOPEA(Korea) 글자가 보입니다. 위병이 입은 스커트는 터키의 400년 지배를 잊지 않도록 400개의 주름을 잡아 만들었다지요. 그들의 신발, 앞부분도 특이했습니다.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목에는 행위예술가들이 많았고 신전 아래에 있었던 야외음악회에서는 뒤숭숭한 그리스의 분위기가 그대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자유 복장 연주자들의 왼쪽 팔, 하얀 띠가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는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의 유적지 무료입장일에 몰려든 인파와 뒤섞여 음률도 혼란스러웠지요. 여름이면 '아테네..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여러 유적들

펠레폰네소스 반도는 고대 문명의 고향, 그리스의 고향이라 불리는 곳으로 코린토스, 올림피아에 미케네, 나프플리온, 스파르타, 에피다브로스, 미스트라 등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명멸했던 곳입니다. 한때 크게 번영을 누렸던 코린토스, 올림픽의 탄생지 올림피아와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아가멤논이 잠들어 있는 미케네와 나프플리온, 코린토스를 돌아보았습니다. 델피에서 올림피아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델피에서 직접 아테네로 내려갔다가 거기서 올림피아로 가는 것이 더 나았을 듯. 가까운 거리라 하여도 작은 도시 간에는 대중교통 이동이 더 어려운 유럽의 특징을 잠시 잊었으니 이 여정도 델피, 암피사, 나프팍토, 파트라, 피르고스를 거쳐 올림피아에 도착하는 복잡하고도 피곤한 일정이 되었지요. 그래도 이 계절에는 '오렌지..

그리스의 테살로니키와 델피

그리스의 북부 도시 테살로니키는 올림포스 산에서 델피로 직접 연결되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연결 차 잠깐 들렀던 곳이지만 도시의 명물인 에게해 해안도로의 '하얀 탑(The White Tower)'는 담당 공무원들의 파업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요. 되돌아서는 여행자들이 많았습니다. 높이 33.9m, 6층의 이 탑은 15세기 베네치아인이 세운 방어벽의 일부로 이 도시의 상징입니다. 터키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는 감옥으로 쓰이면서 '피로 얼룩진 탑'이라 별명도 있었지만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그 거리에는 기원 전 부족 국가에서 출발하여 대제국의 기초를 마련했던 필립포스 2세의 동상에 그의 아들, 알렉산더 대왕의 기마상도 있었지요.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방 정벌에 나서면서 페르시아를 무너뜨리고 마케도니아 대..

신들이 사는 곳, 그리스 올림포스 산을 오르며

신들이 사는 곳, 올림포스 산의 정상, '미티카스'에는 5월에도 흰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신들은 여기에서 그들의 음료인 '넥타'와 그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으며 수많은 신화 속의 일들을 만들어냈다지요. 아래 동네는 설산, 올림포스('높은 산')에 오르는 거점 마을인 '리토호르('신들의 도시'라는 뜻)'니다. 이 광장이 메인인 작은 마을. 마을 외곽으로 나가 국립공원인 올림포스로 들어갑니다. 정상 미티카스는 6월부터 개방을 하기 때문에 지금같은 비수기에는 마을에서 Prionia(1100m)까지 차를 타고 갔다가 거기서부터 2100m 지점, Refuge A까지 6.1km를 걷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을에서 Preonia의 아래, 디오니소스 수도원까지 5시간을 걸어 올랐다가 거기..

메테오라에서

그리스 정교회의 성지인 메테오라에는 높은 바위산 꼭대기에 지은 수도원이 많습니다. 이 수도원들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생활물자를 운반하는 수단으로 도르래만 있을 뿐 올라가는 사다리도 떼어버렸던 수도사들의 공동생활체였답니다. 그들은 속세에서 떨어진 고립무원의 이 바위산에서 혹독한 수련의 신앙생활을 했던 것이지요. 현재 6개의 수도원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갔던 5월은 여행 비수기여서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제일 큰 메가로 메테오른 앞에 도착, 입구의 기념품 가게를 지나 매표소를 거쳐 긴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메가로 메테오른(메타모르포시스) -발람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루사누 -아기아 트리아다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을 거쳐 칼람바카로 걸어서 내려왔지요. 웅장한 대자연, 그 ..

알바니아

알바니아는 남한의 1/3 쯤 되는 작은 나라로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나라, 인구는 360만 명이지만 살기 위하여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 그 이상이라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입니다. 이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로 한동안 한국인은 비자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무비자 국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아주 친절했네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스칸더르베그 광장'에는 '용의 아들'이라는 알바니아의 건국 영웅, '스칸더르베그 장군'의 동상이 서 있고 내부 벽화 장식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Etheym Bey 모스크'와 시계탑, 오페라 극장도 보입니다. 보수 중인 '국립 역사박물관'에는 이런 대형 모자이크 그림도 있었지요. 놀이공원과 그 길의 끝에 있는 국회의사당까지..

에게 해 연안의 나라들, 마케도니아

에게 해 주변의 네 나라와 그 에게 해에서 명멸했던 세 문명의 현장, 미케네와 크레타, 트로이를 찾아서 2011년 4월 17일 출발, 5월 25일까지 여행 친구 셋과 떠난 여행이 39일이었습니다. 이스탄불 In, out으로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를 거쳐 그리스를 훑고 에게 해의 여러 섬들을 돌면서 터키의 서해안으로 나오는 일정. 여행 준비로 항공권을 사면서 그리스의 신화를 공부하고 동선을 짜며 여행 정보를 찾는 그 과정도 즐거웠지요. 패키지여행의 빡빡함과 가이드의 횡포며 비싼 여행비에 질린 친구와 직장동료들이 뭉친 여행입니다. 그리스 위쪽, 알바니아의 동쪽에 있는 나라, 마케도니아는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근거지였다는 일로 국명과 국기 때문에 그리스와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

스리랑카의 시기리야와 수도, 캔디

누와라 엘리야를 출발, 캔디에 도착하여 버스 터미널 락카에 짐을 넣고 담불라 행 버스 승차, 중간에 내려서 시기리야에 왔습니다. 때늦은 비바람이 요란하여 도로에는 흙탕물이 넘치고 큰 나무들이 쓰러져 통행이 마비되는 일도 있었지요. '시기리야'는 1600년 전 밀림 속의 거대한 바위 위에 세워진 성채, '사자의 성'입니다. 입장권을 산 다음 뜰을 거쳐 돌계단을 지나면 거대한 사자의 발톱 위, 정상에 오르는 철계단이 보입니다.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도 철창 안에 놓아야 할 정도로 날카로운 절벽. 그러나 우산도 쓸 수 없을 만큼 거친 비바람 맞으며 힘들게 올라간 정상은 구름과 안개의 잿빛 풍경이었지요. 옛 왕조의 영토는 어렴풋이 보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었던 카사파의 왕궁 자리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