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에 있는 아카이시산맥(赤石山脈), 히다산맥(飛騨山脈), 기소산맥(木曽山脈)의 3개 산맥을 하나로 묶어서 일반적으로 ‘일본 알프스’라 부릅니다.
그 시작은 19세기에 이곳을 찾았던 영국인 선교사 월터 웨스턴이 히다 산맥의 풍광을 두고 유럽의 알프스와 비슷하다 하여 붙인 별명에서 유래되었다네요.
공식적인 이름은 중부산악국립공원.
유럽의 알프스처럼 4000m 이상의 설산고봉은 아니지만 3000m급이 줄지어 있는 고산지대로
아카이시산맥(남알프스, 미나미 아루푸스)은 나가노(長野) 현과 야마나시(山梨) 현, 시즈오카((靜岡) 현에 걸치면서 일본 최고봉인 후지산(富士山, 3,776m)과 그 두 번째인 기타다케(北山, 3,193m)로 이름을 알렸고
히다산맥(북알프스, 기타 아루푸스)은 기후(岐臯) 현, 나가노(長野) 현과 도야마(富山) 현, 니가타(新瀉, 신사) 현에 경계를 이루면서 호다카다케(穗高岳, 3190m) 중심의 연봉이 늘어서 있으며
기소산맥(중앙알프스, 츄오 아루푸스)은 기후(岐臯) 현, 나가노(長野) 현, 아이치(愛知) 현의 경계 일대에 2956m의 고마가타케(駒岳, 구악) 같은 고봉을 품은 곳입니다.
그러면서 아카이시산맥(남)의 주변에는 후지산과 가와구치코,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 후지 큐랜드와 시즈오카, 하코네와 오부치 사사바 차밭 등이 있고
히다산맥(북) 주변에는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 루트, 쿠로베 협곡철도, 신호타카 로프웨이, 시라카와고, 가미코치 들이,
기소산맥(중앙)일대에는 나가노, 마쓰모토, 고마가네의 센죠지키, 나가센도(中山道) 역참마을인 마고메, 쓰마고, 나라이 들의 명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유명 온천이 숨어 있는 지역입니다.
올 가을 일본 여행은 이런 중부산악지대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나고야 IN, OUT의 15박 16일 일정이었습니다.
10월 29일 아침 7시 30분 비행기로 두어 시간 만에 나고야 도착, 거기에서 11시 17분 출발의 메이테스 특급을 타고 1시간 정도 메이테스 기후(岐臯)로 이동한 후, 800m 거리의 JR 기후역으로 걸어가서 다카야마(高山)행 열차에 탔습니다.
곧 역 앞의 다카야마노히버스센터에서 시라카와고 오기마치(白川鄕 荻町)까지는 출국 전에 예매했던 버스로 오후 3시 20분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흐린 날씨, 길가의 쇼가와 강변에는 비구름이 잔뜩 내려앉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먼저 찾아온 곳은 시라카와고 오기마치의
카페 오추도(落人).
중년의 부부가 음식을 만들고 할머니 한 분이 서빙하는 분위기 좋은 작은 카페에서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단팥죽과 토스트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여기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처럼 많은 강설량에 적합한 갓쇼즈쿠리 양식(못을 쓰지 않고 합각으로 엮은)의 뾰족한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입니다.
그 모양이 마치 두 손을 모은 것 같다 하여 합장촌(合掌村)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카페 안의 화덕에서는 무한 리필의 단팥죽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지요.
오픈은 아침 11시이고 마감은 오후 4시, 마지막 주문은 3시 40분까지.
내일 아침 도야마로 떠날 계획이라 이 카페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서운했네요.
갓쇼즈쿠리 집의 내부를 유료 공개하는 근처 '와다가'에 전등이 켜지면서 높고 낮은 히다 연봉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도 어둠이 일찍 찾아왔습니다.
마을의 가게와 식당은 오후 4~5시가 되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거리는 곧 정적에 싸입니다.
거기에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시차가 없지만 위도 상으로 차이가 있어 실제 체감은 1시간 반 정도 이릅니다.
화사한 꽃들이 맞아주던 우리의 민박집, '文六(분로쿠)'는 조석식을 제공하는 8조 다다미의 갓쇼즈쿠리.
친절한 안주인과 꽃장식이 맞아주는 예쁜 집입니다.
작년 봄, 다카야마(高山)에 머물면서 이곳을 당일 여행으로 끝냈던 것이 너무 아쉬워서 이번에는 1박을 하려고 아예 전통가옥의 숙소를 예약했지요.
이 마을의 숙소 예약은 https://shirakawa-go.gr.jp/stay/?category%5B%5D=3#refine
https://shirakawa-go.gr.jp/?_ga=2.262688396.1643863233.1673169444-1885102927.1672502197
다음날 아침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번화가가 아닌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시라카와 하치만 신사'를 지나
이슬비 속에서
비구름에 둘러싸인 풍경을 바라보며
합장촌 마을의 이국적인 모습을 즐기고 있습니다.
추수가 끝난 논은 떨어진 벼 알갱이가 다시 싹을 틔워내면서 초록의 잔디처럼 보이고
집집마다 화재 진압용의 사다리와
소방호스를 보관해 놓은 듯, 방수총 함을 구비해 놓은 것도 눈을 끌었지요.
목조의 초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화재 대비가 철저합니다.
새로 이엉을 하려 준비하는 초가의 지붕 두께가 상당했네요.
맨홀 뚜껑에도 갓쇼즈쿠리 조각이 보이는 마을입니다.
빗방울이 맺혀 있는 꽃,
가을 열매와
단풍도 좋았습니다.
아침 식사 후에는 마을 전망대에 올랐지요.
낙엽을 밟으면서 가는 길,
울창한 삼나무 숲속에는 걷고 싶은 오솔길도 보입니다.
전망대에는 여기가 '오기마치 성터'였음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습니다.
구릉에 세워진 16세기의 이 성은 삼면이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 천연의 요새였다네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서면 풍경은 동화 속처럼 현실감이 사라집니다.
쇼가와 강변의 사랑스러운 이 마을에 또다시 아쉬움을 남기면서
도야마(富山)로 가야 하는 시간.
버스 터미널 뒤쪽으로
방금 내려온 전망대가 보였습니다.
알펜 루트에 가기 위하여 1번 플랫폼에서 도야마로 떠납니다.
도야마로 직행하는 첫차, 9시 20분 버스입니다.
이 노선 역시 한 달 전부터 예약 필수.
원하는 시간에 움직이려면 예매를 해야 합니다.
https://www.nouhibus.co.jp
기분 좋은 한글 안내도 있습니다.
근처 안내판에는 이 전통마을이 동네 젊은이들의 노력으로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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