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에 왔습니다.
'배론 성지'에서 '의림지', '청풍문화재단지'에 들렀다가 관광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탔고
괴산의 '조령산휴양림'에서 1박 했던 여행입니다.
갑자기 숙소가 잡히면서 곧장 짐 싸들고 나선 번개 여행이었네요.
먼저 배론성지입니다.
계곡 사이에 있는 지형의 모습이 배의 밑창을 닮았다 하여 '배론(舟論)'이라 부르는 가톨릭 성지로
주차장에서 피정 시설인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로사리오의 길', '성모 동산'과 '미로 공원',
직진하면 '대성당'과 '소성당', '최양업신부 조각공원'이,
오른쪽으로 가면 '순례자의 집'과 '신학당 터'에 '황사영 토굴', '순교자 피정의 집', '십자가의 길', '최양업신부 묘소'가 나옵니다.
개방은 10~2월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9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 옛날 박해와 순교의 현장은 이제 평화와 은총으로 가득했습니다.
첫 번째로 만나는 '미로공원'은
미로를 따라 묵상과 기도를 하며 천천히 중앙을 거쳐서 다시 돌아 나오는 경건한 의식의 순례길(라브란스),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인생 여정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참고 견디면서 묵묵히 걸으면 반드시 약속은 이루어집니다'라는 격려의 글이 보이네요.
여기서 시작하는 '묵주의 기도길(로사리오의 길)'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누워 있고
그 뒤로 대천사 가브리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알리는 장면의 부조에
성모자상이 있는 '마리아 동산'으로 이어집니다.
'동산에 오르면서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고
내려가면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며 걷는 길'이라네요.
거기서 내려와 작은 시내를 건너면
'마음을 비우는 연못', 십자가의 예수가 둘로 보이는 맑은 연못이 나오고
거기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무명 순교자의 묘'를 지나면
'황사영 현양탑', 그 뒤로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이 8개월 동안 숨어 지내면서 조선 교회의 박해 상황과 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백서(帛書)'를 작성하였던 토굴이 있습니다.
백서는 베이징의 주교에게 가던 중 발각되었고 황사영은 그 해 11월에 순교하였지요.
항아리를 굽던 가마 옆, 작고 어두운 토굴 안에는 아주 작은 십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신학당 터'는 1855년 천주교 프랑스 신부인 '메스트르'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가 있던 자리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입국, 천주교를 전파하면서 로마 교황청의 신학교 설립 승인을 받았고
이후 제천 구학리의 '장낙소' 집을 빌려 개교하였지요.
조선 최초의 근대 신학교육 기관으로 신부 '푸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가 중심이 되어
사제를 양성하고 일반 신도를 교육하는 요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종 3년(1866) 박해 때 많은 교직자들이 순교하면서 신학생들도 흩어지고 학교는 개교 11년 만에 폐쇄됩니다.
신학당은 이후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로 이어졌습니다.
그 앞으로 신학당을 재현한 초가집과 1866년 순교한 신부 푸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 두 분의 동상,
1791년 박해를 피해 배론으로 이사하여 신앙공동체를 이끌었고 자신의 집을 신학당으로 제공했다가 역시 그 해에 순교한 요셉, 장낙소(1803~1866, 일명 장주기)의 흉상이 있습니다.
신학당 안에는 그 당시 촬영한 듯 지붕에 박이 매달려 있는 초가를 배경으로
두 신부님과 신자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었네요.
성모동굴까지 갔다가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신부였던 '최양업(~1861)'을 기리는,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에 왔습니다.
이곳에는 그의 일대기가 글과 그림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최양업신부는 부모가 순교했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1836년 김대건,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 신학교에 들어가 신학을 공부하였고 김대건 신부의 순교 이후 비밀리에 귀국하여 그 참혹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진천의 배티성지를 기반으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127개 공소를 돌아다니며 고해성사과 미사를 집전하다가 1861년 과로와 장티푸스로 별세하였답니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그를 '땀의 순교자'라 불렀고 이후 흠모와 공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 앞에는 최양업 신부의 동상이 있습니다.
천주교 원주 교구의 순례길, '님의 길'은 박해와 순교, 세상의 빛을 따라 걷는 3개 노선, 14개 구간, 234km의 거리.
그중 1-7, 3-5의 도착지가 이 '배론성지'입니다.
'순례를 마친 분들은 미로의 한가운데에서 기도를 드리며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삶의 순례를 시작하라'는 마무리 당부가 인상적이었지요.
삼한 시대 축조되었다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最古의 저수지인 '의림지'입니다.
여기를 중심으로 하여 서쪽은 호서지방, 남쪽은 호남지방이라고 불렀지요.
현재까지도 저수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천 10경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농경문화를 상징하는 곳입니다.
국민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군강산 삼선수석'에는 사각형의 이 저수지 모습이 남아 있었네요.
'사군강산 삼선수석'은 청풍부사로 재임 중이었던 안숙(安淑)이 사군(단양, 영춘, 제천, 청풍)을 유람하면서 그 감흥과 견문을 기록하고 조선 후기의 산수화가, 이방운이 그림을 남겼던 도화동, 수렴폭, 합벽류, 금병산, 부용벽, 도담 3봉, 석문, 구담,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북벽, 의림지 등을 그린 16면의 서화첩입니다.
저수지 안에는 각종 철새들의 서식처인 '순주'라는 이름의 섬이 있습니다.
노송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둘레길 한쪽에는 '의림지 역사박물관'이 있고
그중 나무데크 길에서는 인공폭포를 화면으로 하는 '빛을 품다', '우주를 품다'는 제목의 미디어사파드를 상영하고 있으며
시원스럽게 물을 쏟아내는 30m 높이의 용추폭포도 있습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각종 용수 공급, 홍수 조절과 발전 목적으로 한반도 중심인 한강의 본류에 건설된 국내 최대의 충주댐 건설로 제천시 관내 5개면 3301 가구가 수몰될 당시 청풍면 지역의 주요 문화재와 고가를 옮겨 조성해 놓은 관광지입니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문물이 번성했던 이 지역에는 문화유적도 많았기 때문에 1983년부터 3년간 그 문화재를 원형대로 이전, 현재의 자리에 복원해 놓았지요.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이 인공호수를 놓고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불렀네요.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
조선 고종 때 부사 '민치상'이 청풍명월의 8경을 시제로 '팔영시'를 지으면서 유래한 '팔영루'로 들어가면
몇 채의 고가를 지나 관아를 드나들던 문, '금남루'가 나옵니다.
실물대의 인형이 등장하는 청풍부의 동헌 장면을 지나면
'한벽루'가 있었지요.
고려 충숙왕 4년(1317)에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되자 이를 기념하여 세운 독특한 양식의 부속 목조 건물로 우암 송시열이 쓴 현판이 보입니다.
밀양의 '영남루', 남원 '광한루'와 더불어 조선 3대 누각의 하나랍니다.
멀리 정상에는 정자, '망월루'가 서 있습니다.
한낮의 더위로 땀범벅이 되어
'관수정'을 지나고
'망월산성'에 올랐습니다.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교통로, 특히 남한강 수운을 통제할 수 있는 요충지였던 해발 373m의 망월산 정상에 돌로 쌓아 올린 산성입니다.
계단식으로 쌓은 것은 고구려와 백제, 수직 벽면은 신라 성벽의 특징이어서 삼국이 각축을 벌이던 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측한다네요.
중앙의 '망월루'에서는 '청풍호'와 '청풍대교'가,
왼쪽으로 '비봉산'이 보입니다.
거기에서 모노레일 탑승장이 있는 '도곡리역'에 왔습니다.
비봉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이 모노레일 카는 12대로
대당 탑승인원이 6명, 1,2km 편도 23분 거리에 대인 왕복 12000원, 경로 왕복 9000원.
인터넷 예약 및 현장발권 모두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예약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http://tour.jecheon.go.kr. 전화 043) 653-5120~4. 동절기와 매주 월요일은 휴무.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타보려고 모노레일 카는 상행만 이용, 비봉산역 1층에서 하행의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요금으로 경로 1인당 2만 원의 티켓을 구입하였지요.
거기 물태리역에서 여기 도곡리역의 주차장까지 되돌아오는 셔틀버스 요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노레일 카는 처음부터 45도의 각도로 올라갑니다.
이슬비가 오면서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모노레일 카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특별한 체험이었지요.
해발 531m의 비봉산은 사방이 청풍호로 둘러싸여 있어 섬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거기 '하늘전망대'에 올라가면
뒤쪽으로 희미하게 월악산, 청풍호반의 왼쪽에는 '악어섬'과 중앙의 '참실리 마을'이,
우리가 모노레일 카를 타고 온 동네, '도곡리'도 보입니다.
거기서 눈길을 끌었던 모멘트 캡슐(Moment capsule)은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소망을 담아 보관하는 곳'이라 했네요.
자동판매기에서 구입(1만 원), 타임캡슐을 열고 추억과 소망을 써넣은 후 스티커로 밀봉하여 상자 안에 투입하면 끝!
연, 월 별로 캡슐을 담아놓은 이 모멘트 캡슐은 그것만으로도 근사한 조형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봉산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물태리역으로 내려갑니다.
이동 경로를 알기 쉽게 표시해 놓은 지도가 있어 같이 올립니다.
청풍면 물태리역과 비봉산 정상을 오가는 케이블카의 운행 거리는 편도 2.3km, 10분 정도 걸립니다.
왕복 요금은 대인 일반 캐빈 18000원 크리스털 캐빈 23000원.
도곡리역(모노레일)에서 물태리역(케이블카)으로 오는 셔틀버스는
10:50, 11:30, 13:00, 14:00, 15:00, 16:00, 17:00,
물태리역에서 도곡리역으로 가는 버스는 11:10, 12:30, 13:30, 14:30, 15:30, 16:30, 17:30로
각각 하루 7회 운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들어온 조령산 휴양림 안의 숙소,
내 방에서는 천창으로 하늘과 나무가 보이는데
산책길, 문경새재 '제3 관문' 뒤쪽의 '조령관' 뜰에는
과거길에 나선 어느 선비가
벗어 놓고 간 해진 짚신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