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를 떠나는 6월 8일의 오후, 역 구내에는 올해 처음으로 '노롯코 열차'가 등장하였습니다.
일반 열차보다 창문이 훨씬 커서 개방감이 느껴지네요.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를 오가는 보통열차 중,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팜도미타' 인근의 임시 정거장, 'JR 라벤더 바타케 역'에 정차하여 여행객들이 쉽게 그 농원까지 갈 수 있는 관광열차입니다.
우리는 아사히카와로 돌아서 왔던 처음과는 달리 '타키카와 역'까지 보통 열차로 간 다음 환승,
지정석을 선택한 특급 '카무이'를 타고 지름길로 삿포로에 돌아왔습니다.
삿포로 역에서 3박 4일간의 '삿포로-후라노 에리어 패스' 사용을 끝내고
역 근처에 예약한 숙소로 들어왔지요.
지방을 돌 때의 거점으로 캐리어를 맡기면서 들락거렸던 호텔입니다.
밤에는 삿포로의 야경을 보려고 38층의 홋카이도에서 제일 높은 빌딩, 'T38 JR 타워 전망대'에 갔습니다.
'스텔라 플레이스 센터'에서 2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이동, JR 타워전망대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벽에는 173m의 JR 타워와 세계 주요 고층 건물을 비교한 그림이 보입니다.
아랍레미리트의 828m인 버즈 칼리파, 일본 도쿄의 634m인 스카이트리 등 높은 건물 중에서 우리나라의 555m인 롯데월드타워도 만만치 않아 흐뭇했지요.
삿포로를 소개하는 벽보 앞으로
바둑판처럼 곧게 정비된 삿포로 시내가 펼쳐졌습니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의 화려함이 없어서인지 차분한 분위기였네요.
맑은 날, 낮에는 바다에 면한 북쪽으로 멀리 항구도시, 오타루까지 보인답니다.
남쪽에는 '삿포로 TV탑'과 오른쪽 스스키노 역이 있습니다.
그 근처에는 대 관람차, '노리아'가 돌아가고 있었지요.
여기는 다이마루 백화점 옆으로 JR 삿포로 역이 있고 그 위에 쇼핑몰과 식당이 있는 '스텔라 플레이스'에 JR 타워가 있는 삿포로의 중심가로 지하에도 동과 서, 남과 북으로 상가가 연결됩니다.
대형쇼핑몰이었던 '에스타'는 현재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재건축 공사 중이었습니다.
JR 타워 전망대 앞, 레고로 만든 작품에는 이 부근의 볼거리인
홋카이도 구 본 청사와 다이마루 백화점, JR 삿포로 역과 스텔라 플레이스, JR 타워와 '에스타', 시계탑이 보이고
거기서 JR 삿포로 역 뒤, 북서쪽으로는 '홋카이도 대학교'가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역을 중심으로 시내 구경에 나섰습니다.
홋카이도의 섬과 숲으로 돌아다니다가 대도시에 들어오니 모든 것이 낯설었네요.
삿포로의 현관이라는 '이시카리만'까지 가는 직선도로를 보면서
스텔라 플레이스 센터의 한국음식점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삿포로 시의 모든 도로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찰황시 도로원표'를 보면서
1888년에 완공하였다는 홋카이도 구 본청사, '붉은 벽돌 청사' 앞에 섰습니다.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 청사는 현재 보수 공사 중.
2025년의 완공 예정으로 실제 크기의 사진을 프린트한 커다란 휘장 안에서 공사를 하는 중이라 내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 앞, 작은 연못이 있는
정원에는
우리나라 서울의 계절보다 한달 반 정도 늦는 듯, 이제야 붓꽃이며 영산홍이 한창입니다.
아기 토끼가 사슴의 뿔을 달고 있는 홋카이도 관광 캐릭터, 귀여운 '큔'이 맞아주는 신청사 입구에는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쿠릴 열도의 4개 섬 반환에 대한 의지가 불타고 있었고
그 앞의 구청사 앞에서는 '요사코이 축제', 봄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지요.
남녀노소, 학생과 동호회, 가족 모임 등 다양한 단체들이 등장,
손에 나무 딱딱이를 들고
거대한 깃발을 휘두르며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네요.
그들은 여기서 한바탕 신명풀이를 하고는
오도리 공원으로 나가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았네요.
일본에서 이런 축제는 처음이라서 덩달아 나도 그 분위기에 빠졌지요.
그 앞을 인도하는 차량에도
노소가 어울려 더 보기 좋았습니다.
오도리 공원은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었고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포장마차로 인산인해였지요.
중간중간 지방을 돌다가 삿포로를 거치면서 5월 말에는 라일락 축제(5/18~5/28) 뒤끝에
여기에 들른 적이 있었지요.
일본의 유명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인 거대한 미끄럼틀, '블랙 슬라이드 만트라'와
그 뒤의 하얀색, '고래의 숲' 미끄럼틀도 그때와 같았고
삿포로 TV탑이며
분수도 전과 다름없었네요.
이 도심 속의 축제 공간인 오도리 공원에서는
봄이면 라일락 개화에 맞춰 '삿포로 라일락 축제',
6월 초에는 딱딱 소리가 나는 타악기를 들고 홋카이도 민요에 맞춰 춤을 추는 '요사코이 축제'가 벌어집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의 여름 축제에서는 공원 전체가 노천맥주파티장, 비어가든이 된다네요.
8월 15일 무렵의 오봉은 1954년부터 시작된 오랜 축제로 유카타를 입고 거리를 돌며 전통 춤을 추는 봉오도리가 되어
보랏빛 라벤더 등 수많은 꽃으로 가득한 후라노, 농작물과 초록 벌판이 어우러진 패치워크, 비에이와 함께 하는 대규모 축제가 되었답니다.
9월 초에서 10월 초까지의 '오텀페스트'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축제로 수확의 계절을 맞아 홋카이도 각 지역의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구경하며 맛볼 수 있고
겨울의 2월 상순 경에는 세계 3대 눈축제의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면서 눈과 얼음으로 만든 수백 개의 조각을 볼 수 있다지요.
11월 말에서 12월 25일까지는 대형 트리와 겨울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 전구 장식이 화려한 일루미네이션 등 눈과 트리, 조명을 이용한 축제가 열리면서 눈의 왕국, 홋카이도의 겨울은 설경 속에서 더 아름답다 했네요.
복합상가인 '카렌가 테라스'의 10주년 기념 '꽃 카펫'이 예뻐서 사진 한 장 찍으며
시계탑에 왔습니다.
1869년 홋카이도 개척시대,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설치되었던 이 '삿포로농학교(홋카이도 대학교의 전신)' 자리에는 현재 '국가 중요문화재'인 시계탑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진자식 탑시계로 매 시각 정각에는 종이 울립니다.
정부에서는 이 학교에 농업전문가인 미국인 클라크 박사 등 외국인교사들을 초빙,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전하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 홋카이도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답니다.
지금의 장소로 이전한 홋카이도 대학교 구내에는 클라크 박사의 흉상이 있고
그가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면서 'Boys, be ambitious!'라 했던 명언도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토자이선의 오도리역에서 니시주핫초메역(西18丁目)으로 이동, 4 출구의 5분 거리에 있는 '홋카이도 근대미술관'에 왔습니다.
일본인 조각가, 'Hongo Shin'의 모성애를 표현한 '폭풍 속의 모자상'을 보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홀,
옆의 1층에서는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까지 파리에서 활동했던 외국인 화가들, '에콜 드 파리, 파리 派'의 작품이 보입니다.
그중에는 '모딜리아니'와 '샤갈'의 그림도 있다기에 기대를 했었지요.
그러나 샤갈(1887~1985)의 작품은 'Flawers above Paris' 하나뿐,
그 외에 그 시대에 활동했던 '모리스 유트릴로(1883~1955)'의 '몽루주 거리(세느)'
'모이즈 키슬링'(1891~1953)의 '네델란드의 처녀'
'키스링'의 '생 제르맹 풍경(1914)'들이 보입니다.
화려하고 섬세한 유리공예 작품도 많았습니다.
폐관 시간에 임박하여서 서둘러 나오면서 비 오는 숲 속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여유, 이 정적이고 편안한 풍경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네요.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5월 20일 삿포로 도착, 쿠시로에 가서 습지를 걸었고 아칸 코엔에 들렀으며
시레토코 5호를 걸었고 아사히카와를 거쳐 레분섬을 걸은 후 리시리섬, 왓카나이에 갔다가
다시 항공 이동하여 삿포로, 오타루와 샤코탄을 돌고
아사히카와, 비에이, 후라노에서 보내고 삿포로에서 귀국했던 22일간의 홋카이도 일정이었지만
여행의 끝에는 언제나 미련이 남습니다.
'36. 일본, 홋카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에이(美瑛) (0) | 2024.07.01 |
---|---|
후라노(富良野) (0) | 2024.06.29 |
아사히카와(旭川) (0) | 2024.06.27 |
샤코탄(積丹)의 '카무이 곶(神威岬)'과 '시마무이 해안(島武意海岸)' (0) | 2024.06.25 |
오타루(小樽, 소준) (0) | 2024.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