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계단에 가득한 라벤더꽃,
벽마다 화려한 꽃밭 사진이 맞아 주는,
후라노(富良野)의 즐거운 봄날입니다.
오늘은 '나카후라노역(中富良野驛)'로 이동, 하차 후 대기하고 있던 셔틀버스(편도 1인 200엔)를 타고
후라노의 대표적인 라벤더 꽃밭이 있는 관광농원, '팜도미타'에 왔습니다.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관광열차인 '노롯코 열차'가 이 근처의 임시역, 'JR 라벤더 바타케 역'에 정차합니다.
안내판에서는 각 계절의 꽃밭과 꽃의 색깔, 용도에 따라 이름이 서로 다른 꽃밭들,
주차장 뒤쪽의 거대한 라벤더 밭과 전망대 등의 위치를 알리면서
카페와 갤러리 등의 부속건물도 소개하고 있었지요.
지금은 6월 초.
라벤더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7월 중순부터 8월 초라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봉오리만 보이는 초록의 풍경에서는 그래도 실망스러웠네요.
그런 마음을 챙겨준 것은 '루피너스'와
'버들마편초', 'Carpet bugle', 'Oriental poppy', 'Iceland poppy', 'Nepeta faassenii' 등
낯선 이름의 보랏빛 꽃들이었지요.
보랏빛의 농도에 따라 심어놓은 색의 조화가 멋집니다.
오랜 수령의 가로수길,
양 옆으로 이제 막 이식해 놓은 화초를 보면서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
작은 온실,
제라늄이 만개한 이 그린하우스에서
'라벤더'와 '버들마편초'의 차이를 확인하며
전망대에 오르니 넓은 꽃밭과
주변의 농촌마을이 보입니다.
예술 작품이 된, 말린 꽃다발을 보며
갤러리에 들러
내가 볼 수 없는, 이 농원의 화사한 사계 풍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본다면 더 환상적이겠지요?
거기서 20여 분, 동네를 구경하며 걸어 나와 열차로 후라노까지 이동.
후라노의 또 다른 관광지인 '카제노 가든(바람의 언덕)'과 '닝구르 테라스'를 찾아 '신후라노'로 갑니다.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아사히카와 공항, 비에이, 후라노역을 거치는 '라벤더 버스'가
후라노의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11:38, 13:08, 14:23, 15:23, 17:38, 19:23, 21:13
종점인 신후라노의 '프린스 호텔' 앞에서 후라노로 나오는 시간은
06:0, 08:00, 09:15, 10:15, 12:30, 14:15, 16:05.
호텔의 아래쪽에 '닝구르 하우스'가 있습니다.
여기는 아이누족 민화에 등장하는 요정, '숲의 지혜자'라는 '닝구르' 이름이 붙은 숲 속의 예술가 마을로
그들이 수공예품을 만들면서 판매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오전 시간에는 그 닝구르들을 볼 수 없었네요.
여기저기 작은 가게 안을 기웃거리다가
'피크닉 가든'에 왔습니다.
여기에는 빨간 줄의 산책로와 노란색의 '카제노 가든' 외에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이 있습니다.
'카제노 가든(바람의 정원)'은 매표소에서 작은 셔틀버스를 타고 1km 정도 가야 합니다.
입장료는 1,000엔.
이 정원에는
메인 가든을 중심으로 압화공방, 염소 농장, 바람의 정원, 야생화 산책로, 장미의 정원들이 있습니다.
'오늘 피는 꽃'을 전시해 놓은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압화공방.
잎과 꽃을 말려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재현해 놓은 압화도 아름답습니다.
'중앙 정원'을 지나면
일본 영화의 촬영 세트장이었다는 하얀 집.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이 집 내부의 벽난로와 서재 풍경,
테라스의 감성이 즐거웠지요.
새 봄의 신록이 가득한 이 정원은
꽃이 많지는 않았으나
산책하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니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매표소가 있는 입구부터 이 숲길을 걸었더라면 더 나을 듯했네요.
'아사마치선(西達布線, 서달포선)'의 '이쿠토라(畿寅, 기인)'로 가는 버스는
하루 5회.
후라노 역 앞, 버스터미널에서 종점인 이쿠토라 역전(畿寅驛前)까지 갑니다.
산으로 산으로 계속 고도를 올리던 버스가 1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오래 전의 영화, '철도원'의 촬영장인
'호로마이 역(幌舞驛)'.
1999년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주연남우상을 받았던 '다카쿠라 켄'의 이 영화,
자잘한 줄거리는 잊었지만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광복과 한국 전쟁 참전, 4,19와 5,16 등
그 격동의 시대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직업과 자식 교육에 헌신하셨던
내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서 가슴 뭉클했던 영화였지요.
그 폭설의 고장이 홋카이도라는 것만 알고 있다가 후라노 인포의 안내로 다녀올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었던
저 기차와 그 옆의 작은 식당도 그대로 남아 있고
빨간 우체통이 보이는 역무실 안에는
그 서러웠을 시대를 안으로 삭히며 묵묵히 살아냈던,
이제는 뵐 수 없는 내 아버지 모습의 주인공 사진이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영화를 찍었던 '이쿠토라'는 현재 폐역이 되면서
역을 중심으로 양쪽 철로의 일부만 남겨놓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주었지요.
이제는 '다카쿠라 켄'도 저 세상 사람!
그에 대한 애도와 영화의 감동을, 내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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