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항에서 1시간 거리, 쇼도시마의 도노쇼항(池田港, 지전항. 22km)으로 갑니다.
나오시마행 승선장의 왼쪽에서 출발하는 490인승 페리입니다.
여기 역시 출항 40분부터 매표를 시작하고 예약은 불가.
일반 페리는 하루 15회 운항에 요금은 편도 700엔, 왕복 1330엔입니다.
선수의 올리브 열매 그림이 행선지를 알려 주었네요.
방문을 환영하는 올리브 남매, 역시 쇼도시마입니다.
그 옆에는 이 섬의 특산물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항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섬 관광을 시작합니다.
운전석 위치가 우리와 달라 불안하기에 렌터카 포기, 나오시마보다 훨씬 큰 이 섬 관광을
일반 버스로 돌기에는 시간 소모가 많을 것 같아서 현지투어를 예약하였지요.
9시 45분에 승차하여 오후 3시 30분까지 다섯 장소를 방문하는 6시간의 투어입니다.
1인당 투어비는 6800엔, 정보의 바다에서 보았던 가격, 4200엔에서 대폭 올랐네요.
버스는 잔잔한 세토내해를 옆에 두고 달렸습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쵸시케이(銚子溪, 요자계)의 원숭이 나라.
입구부터
이 근처에서는 음식을 먹지 말라,
원숭이와 2m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등의 주의 사항이 많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햇빛 속에서 아기를 돌보는 어미들 몇 마리 외에는 볼 수 없었고
거기에 이 황량한 원숭이 방목장 또한 별 흥미 없어 곧 퇴장,
그 옆의 가을로 접어드는 쵸시 계곡을 산책하는 중입니다.
다음 행선지인 간카케이(寒霞溪, 자하계)는
200만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일본 3대 계곡의 하나랍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긴 기암괴석과 수직의 절벽, 우뚝 솟은 암벽 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이라 했지요.
전망대에 서면 갖가지 모양의 화려한 이름을 달고 있는 바위들 틈으로 등산로가 보입니다.
저 아래까지 걸어 내려가면서 이 숲을 즐기고 싶었지만 집합시간에 매어있으니
투어의 한계가 실망스러웠습니다.
벌써 이 계곡의 나무들도 색이 달라지고 있었지요.
저 앞으로 섬 깊숙이 들어온 만이 호수처럼 보이면서
산과 계곡, 바다와 마을이 어울린 풍경도 좋았습니다.
이런 원형의 골대가 보이기에 가게에서 흙으로 빚은 작은 접시(5개 200엔)를 사다가
골 안에 넣는 행운을 시험했지만 네 사람 모두 노 골!
ㅎㅎ
일본에는 유원지마다 이런 놀이가 있었네요.
아래쪽 전망대로 가는 길은 단풍이 더 곱습니다.
거기 전망대에서는
저 아랫동네, 세토내해(瀨土內海), 내해만(內海灣) 주변으로
오후 방문 예정인 24瞳映畵村(동영화촌, '24개의 눈동자' 영화촌), 장류마을인 丸金醬油(환금장유)에
다카마쓰에서 들어오는 또 다른 페리 선착장인 쿠사카베항(草壁港, 초벽항)이 보입니다.
깊은 계곡의 바위틈을 빠져나가는 로프웨이(코운역에서 산초역까지 5분 거리, 6분 간격 운행 08:00~17:00)
화보가 그럴듯해 보여서 편도 거금 1300엔으로
나도 승차,
실제로 바위틈을 지났지만 광고처럼 '스릴과 감동이 극적'은 아니었네요.
깊숙한 내해만을 돌아서
끄트머리에 있는 '24개의 눈동자' 영화 촬영지에 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영화로 '일본 역대영화 베스트 100 작품 중의 하나'랍니다.
원작을 쓴 작가의 문학관 안에서는
그 소설을 영화화한 흑백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옆에는 선생님과 12명의 아이들이 조형물로 서 있었지요.
소학교 1학년을 담당했던 여교사와 12명 아이들의 20여 년 세월을 담은 소설은
감동적인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람을 울렸다네요.
그러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작은 어촌,
달랑 두 개의 교실이 있는 분교입니다.
교실의 1학년 시간표를 보면서 돌아가신 내 어머니를 추억합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눈이 큰 아이'였을 어머니도 이런 교실에서
창가 시간이 되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창가를 부르셨겠지요.
나도 그 유년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을의 저 소방서 망루에서는 사이렌 소리로 정오를 알리고
밤 10시가 되면 한꺼번에 강제 소등이 되던 시절이었네요.
거기서 나온 다음 코스는 장류공장 거리.
섬 이름 그대로 콩이 많이 소출되면서 일찍부터 이런 사업이 번창한 듯합니다.
여기서 만드는 간장은 일본 제일의 특산품이랍니다.
올리브가 무성한 올리브 공원에서는
이 섬의 상징적 풍경인 올리브 20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었지요.
지금은 올리브 수확철.
인부들은 사다리로 올라가 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에서는 밑에 넓은 천을 깔고 기계로 나무를 흔들어 열매가 털어내던데
여기서는 관광객을 의식해서인지 조용히 옛날 방식으로 거두고 있었지요.
그리스풍으로 꾸며 놓은 올리브 농장입니다.
오래 전의 천황 방문 기념식수에
올리브 시배나무도 보이고
풍차언덕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젊은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습니다만
아, 이 늙은 마녀는 그만 턱에 걸려 고꾸라지고 말았답니다.
방문 기념으로 받은 엽서 한 장과 구매 필수라는 올리브 핸드크림 몇 개 사들고
도노쇼항으로 돌아오면서 투어가 끝났습니다.
점심 식사와 케이블카 요금이 별도인, 한꺼번에 50% 정도 오른 투어비와
우리나라 사람 몇과 대부분 중국인이었던 참가자들을 배려한
한글과 중국어 설명서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거기에 원숭이나라 방문은 시간이 아까웠지요.
기존의 가이드 형태, 코스 선정에 변화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그러니 자유스럽게 움직이고 싶으면 렌터카로 돌아다니시기를!
항구 한쪽에는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조각가, 최정화의 작품인 ‘태양의 선물’이 서 있습니다.
마을 100여 명 어린 학생들의 기원이 올리브잎에 새겨 있었네요.
근처 약속의 언덕 아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에인젤 로드는 출항시간이 임박하면서 통과!
화보로 대신합니다.
오늘(10/25)의 간조 최대 시간은 16:40, 전후 3시간 동안은 저 끝까지 걸어서 다녀올 수 있습니다.
에인절 로드는 도노쇼항에서 ‘쇼도시마 올리브 버스’로 10분, ‘쇼도시마고쿠사이호텔 마에’에서 하차해야 합니다.
9박 10일의 일본 가을여행이 끝났습니다.
3박의 다카마쓰 기간에 자주 다녔던 식당, 24시간 영업의 '수키야'가 그리울 듯합니다.
500엔 안팎으로 깔끔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왔었지요.
밥은 대 중 소로 선택 가능.
우리 호텔이었던 다카마스 도큐 REI 호텔에서 길 건너 항구 방향으로 2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호텔 앞에서 5분 거리에는 커다란 백화점이, 호텔 뒤로 7분 거리에는 슈퍼마켓이 있고
다카마쓰역, 페리 선착장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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