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 항구의 상징을 보면서
오늘은 나오시마에 갑니다.
선착장에서 나오시마,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는 사진 왼쪽에서 승선하고
고속정은 오른쪽에서 출발합니다.
몇 달 전,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 관람을 오늘 오후 2시로 예매했기에 좀 일찍 가려고 서둘러 나왔더니
대기장에 있는 매표소에서는 출항 40분 전부터 표를 판다고 했지요.
사전 예약 불가에 왕복 990엔, 편도 1시간 거리입니다.
다카마쓰에서는 나오시마(直島, 직도)의 미야노우라(宮浦, 궁포) 항과
쇼도시마(小豆島, 소두도)의 도노쇼(土庄, 토장) 항으로 가는 페리가 있고
혼슈 지역으로도 나갈 수 있습니다.
다카마쓰에서 출발하는 나오시마의 미야노우라행 선박은 7:20, 8:12, 9:20, 10:14, 12:40, 13:35, 18:05, 20:30.
다카마쓰로 나올 때는 6:45, 7:00, 8:40, 9:07, 11:30, 14:20, 17:00, 19:45의 하루 8회로
30분 걸리는 고속정 운항 시간은 녹색으로 표시해 놓았네요.
구사마 야오이의 그림에 나오는 빨간색 도트무늬의 우리 페리는 500명 정원의 큰 배로
다카마쓰 항구 출발,
1시간 후에 나오시마(直島, 직도)의 미야노우라 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섬을 대표하는 구사마 야오이의 빨간 호박은 사진 한 장으로 남기고
그의 노란 호박과 도트무늬가 그려진 마을버스에 승차.
지도상의 빨간 노선은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로
미야노우라(궁포) 지역에서 혼무라 지역(이에 프로젝트 마을)을 거쳐
미술관 지역의 무료 셔틀버스로 환승하는 지점까지 20~30분 간격으로 오갑니다. 1회 100엔.
파란 선은 미술관의 셔틀이 오가는 길입니다.
아래 빨간색 시간표는 항에서 출발하는 환승 장소 행 시간표,
파란색은 미술관 지역 행 셔틀버스 운행 시간표로
상행과
하행 시간의 시각이 나와 있습니다.
일본 현대 아트의 성지라는 나오시마는 아름다운 세토내해에 있는 둘레 16km의 작은 섬이지만
미술품 콜렉터인 베네세 하우스 출판사 회장과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함께
'나오시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섬 전체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만들었습니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지중미술관(지추뮤지엄), 이우환미술관과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 등
유명한 건축과 미술관이 있는 일본 제일의 문화적인 섬이 되었지요.
산업폐기물 처리장이었던 나오시마는 1989년부터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이렇게 변신,
지금도 재생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 중이랍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은 한 해 수십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가가와현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습니다.
지중미술관 관람 시간에 여유가 있기에 우선 노쿄마에(농협 앞)에서 마을버스 하차,
안도뮤지엄 등 나오시마의 일반적인 가옥을 리모델링한 상설 아트 프로젝트로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여 아티스트의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든 지역, 생활공간 속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혼무라 마을을 돌았습니다.
입장료는 한 장소 당 520엔.
그중에서 안도 타다오가 지금까지 나오시마에서 활동하며 설계한 건물들의
모형과 스케치, 사진 등을 전시한 안도뮤지엄입니다.
100년 목조 민가를 개조한 건물로 개방 시간은 10:00~16:00, 입장료 520엔.
용도를 알 수 없는 유리 원뿔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특징인 콘크리트와 나무, 철과 유리에
틈 사이로 들어온 광선이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질박하지만 강렬한 울림이 있는 건물이었지요.
사진 촬영 불가.
안도 타다오는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활동이 시작된 당시부터 건축가로서 이 일에 관여,
1992년 미술관과 숙박 시설을 조합한 베네세 하우스를 완성하고
1999년에는 혼무라 지역의 집 프로젝트를 시작, 다른 예술가들과 계속 협업을 하면서
2004년에는 지중미술관, 2010년에는 이우환미술관들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건축에 일관되어 나타나는 장소와의 대화, 자연과의 융합의 정신이
이 박물관에 압축되어 나타나고 있었지요.
과거와 현재, 나무와 콘크리트, 빛과 어둠 등 대립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고색창연한 전통 목조 가옥과
이런 문패도 예술!
골목길에서 보이는 나오시마의 동사무소,
태양광, 바람, 지하수 등의 자연에너지를 도입한 설계로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했다는 나오시마 회관도 예술가의 협업이 성공한 프로젝트랍니다.
어선이 보이는 혼무라 쪽의 나오시마 포구에는
이런 형태로 지어진 어부들의 휴게소가 있습니다만
현재 이 마을에는 영업 중인 음식점이 몇 되지 않아 긴 줄에 서 있다가 재료가 소진되었다기에 점심을 포기,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미술관 지역으로 가는 환승 정거장에 왔지요.
많은 이들의 소망이 담긴 도리이가 바다를 향하여 서 있고
근처에 구사마 야오이의 노란 호박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곳입니다.
미술관 지역으로 들어가면 길가에도 많은 작품이 보입니다.
길은 미술관과 호텔이 일체가 된 시설, 현대 아트 컬렉션을 전시 중인 베네세뮤지엄을 지나
이우환미술관, 지중미술관으로 이어집니다.
베네세하우스(1,050엔)는 안도 타다오가 전체 설계를 담당한 호텔이자 미술관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리조트.
일본을 대표하는 모던 아트 작가와 전 세계 예술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
여기 역시 건물 자체가 작품인 종합 문화 예술 시설입니다
08:00~21:00, 최종 입장은 20시.
유럽에서 활동 중인 우리나라 예술가, 이우환의 미술관도
베네세뮤지엄과 같이 건너뛸 수밖에 없어 아쉬웠지요.
이 미술관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으로
설계할 때부터 이우환과 의견을 조율, 작품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지었답니다.
개방 시간은 3~9월 10~17시. 10~2월 10~17시. 1,050엔.
지중미술관의 티켓센터에서 예약 확인 후 입장권과 간단한 작품 설명서를 받았습니다.
개방 시간은 3~9월 10:00 18:00, 10~2월 10:00~17:00
시간 별 입장인원의 제한이 있기에 사전 예약을 했었지요.
사용일 한 달 반 전부터 예약 링크가 오픈됩니다.
입장료는 2,100엔.
지추의 정원을 지납니다.
모네가 사랑한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의 꽃과 나무, 수련과 연못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지추미술관의 모네 그림 감상도 이렇게 화사한 정원으로 시작되었네요.
이곳은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장소'라는 주제로
안도 타다오가 2004년에 만든 지하 2, 3층의 미술관입니다.
세토내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건물 대부분을 지하에 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이 미술관은 자연과 건축, 예술 작품의 조화가 특별했습니다.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 되는 곳으로
지금은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마리아 등 엄선한 아티스트 3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중.
언덕으로 올랐다가 다시
지하로 들어갑니다.
게이트 이후 모든 사진 촬영 금지.
클로드 모네의 회화, 수련 다섯 점이 있는 방에서는
작품을 보호하는 방편이라며 그 앞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7명씩 들어가도록 통제합니다.
작품을 포함한 벽, 유리에 절대로 손을 대지 말라 했지요.
땅 속 공간에서 자연 채광 만으로 모네의 그림 5점을 감상했습니다.
방의 크기와 인테리어, 소재는 모두 모네의 회화와 전시 공간을 일체화하기 위하여 선정하였다네요.
그러나 이 모네의 말년 작품들은 젊은 시절의 그림에 비하면 필력도 윤곽도 없고 색채도 흐릿해서
아주 실망스러웠지요.
월터 드 마리아의 설치미술, '시간/ 정원/시간 없음'도, 제임스 터렐의 작품도
다시 실내화 차림으로 5명씩 들어갔다가 한 바퀴 돌고 나왔습니다.
햇빛의 변화에 따라 원구에 비치는 그림자가 달라집니다.
잠시 계단에 앉아 명암에 따른 작품의 분위기를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참선의 공간같은 엄숙함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불편해졌습니다.
이 미술관 안에서는 모든 공간이
노출 콘크리트, 자연광을 이용한, 빛과 어둠이 대조되는 설계와 감상으로 이어집니다.
지나친 통제에 대한 갈증은 지추 스토어에서 2024년도의 달력을 사면서 다소 해결되었지요.
달력에는 내가 못 본 그림도, 장면도 있었거든요.
모네의 수련부터 다시 차근차근 즐기고 있습니다.
미국인 설치미술작가,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시간/영원/시간 없음'은
그가 세밀한 칫수의 이런 공간을 요구,
2.2m의 구체와 금박을 입힌 27개의 목제 조각을 배치하고 작품 공간의 입구를 동쪽으로 두면서
일출에서 일몰 사이에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느낌을 표현했다네요.
베네세 미술관에 있는 타원형을 모티브로 한 건물, '타원'은
원과 같은 완성도를 주면서도 깊이감 있는 기하학적 형태인 타원을 사용,
타원 안에 동일한 타원형의 안뜰을 만들고 그 주변에 호텔의 객실을 배치했는데
이는 타원 바깥의 넉넉한 바다와 풍경이 서로 대조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으로
이렇듯 미술관과 호텔로 구성한 이 뮤지엄의 작품 대부분은 작가들이 오직 여기 만을 위하여 제작하였다지요.
설치미술과
세토내해 지역의 경관, 풍토, 민속과 역사들을 보여주는 미야노우라 항의 '미야우라 갤러리',
혼무라의 안도 타다오 박물관과
미야노우라 항구의 동네 목욕탕, 'I ♥ 湯'도 등장합니다.
지중미술관을 나와서는 들어올 때와 달리 30여 분, 항구로 가는 산길을 걸었지요.
아침에 셔틀버스를 타고 온 길의 반대쪽에 있는 뒷길로
여기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하고 편안한 내리막길입니다.
지중미술관 옆의 방파제와
멀리 다카마쓰가 보이는 이 예쁜 길의 끝에는
마을의 작은 해수욕장도 보였지요.
마을 안에는
27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오시마에서 28번째 섬이라는 콘셉트의 '나오시마 파빌리온'과
나오시마의 전통 예능, '여문악'에 등장하는 인형의 움직임과 기모노 옷자락에서 착상했다는 작품인
'죠제 대 기마란이스'가 있습니다.
출발을 늦추고 미야노우라항에서 보도 3분 거리의 'I LOVE 湯'에 들어갔습니다.
나오시마의 이 공중목욕탕 또한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일본의 아티스트,
오오타케 신로의 제안 따라 새롭게 단장했답니다.
몸으로 예술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네요.
개방 시간은 평일 14시~21시, 휴일 10~21시. 660엔
한껏 화려한 장식을 해 놓은 외관에
높이 3m 정도의 담 위에 거대한 코끼리를 세워 남녀칸을 구분한, 작고 오밀조밀 재미있는 이 목욕탕은
달력에서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 천장화와 욕조 바닥의 그림이 화려했습니다.
즐거운 목욕 시간입니다.
주인내외도 친절했네요.
오늘은 오전에 혼무라 마을의 골목을 돌면서 보낸 시간이 길었기에
정작 메세네 하우스 방문과 거기서의 점심은 생각도 못하고 티켓센터에서 산, 작은 마말레이드 몇 개로 해결했지요.
그러니 혼무라 방문은 짧게, 거기에 시간 여유가 되는 분들은
메세네 하우스에 숙박하면서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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