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사완으로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방비엥에서 미니 밴으로 6시간 거리에 요금은 11만 낍.
버스는 산 허리를 돌아 오르고 내리면서
점점 깊은 산 동네로 들어왔지요.
정상의 휴게소,
화장실의 탁 트인 전망은 감동적이었네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화장실 중에서 최고의 전망을 가진 곳, 사용료를 받을 만한 멋진 장소였습니다.ㅋㅋ
라오 비어 한 잔으로 기분 전환 후 다시 출발합니다.
좁고 불편했던 미니 버스 안에서
멀미 때문에 파스를 이마에 붙였던 흐몽족 아줌마와는 간식을 나누며 손짓과 눈치로 친해졌지요.
두 번째 휴게소에서 그들 부부와 같이 점심을 먹는 중입니다.
먼 길에 미리 준비한 점심, 바나나 잎으로 싼 삶은 닭고기를 같이 먹자고 풀어놓기에 우리 것 싸들고 합석했네요.
베트남 국경 근처에 산다는 그들은 폰사완에서도 한참 먼 자기 집으로 우리를 초대했지만
우리 일정 때문에 마음만 받았습니다.
헤어지면서 눈물이 글썽했던 정 많은 사람입니다.
폰사완 도착, 터미널 뒤편의 콩께오 GH에 투어 신청, 다음날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돌 항아리 평원 투어'에 합류했습니다.
초입의 비지터 센터에는
이 지역을 소개하는 사진과 자료가 많습니다.
이곳에 사는 소수민족과 그들의 문화,
그들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뒤뜰에는 이 땅에 투하되었던 폭탄의 잔해가 일부 전시되어 있습니다.
라오스는 베트남 전쟁에 연계되어 '호찌민 트레일'로 알려지면서
북부와 동부의 이들 거점이 미군의 엄청난 공습을 받게 됩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9년 간 58만 번, 계산 상으로 매 8분마다 연달아 투하된 200만 톤의 폭탄은
이 지역 인구 80%가 희생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지요.
전쟁은 끝났지만 곳곳에 묻혀 있는 불발탄으로 희생되는 사람은 여전하답니다.
미국이 그 폭격을 부인했던 이 '비밀 전쟁'은
2016년 이 나라를 방문했던 오마바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 불발탄 제거 비용으로
3년간 9000억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구내매점에서 포탄의 잔해로 만든, 비둘기 모양의 알루미늄 열쇠고리를 하나 사 들고
항아리 평원으로 들어갑니다.
불발탄의 위험 때문에 이런 표지 안쪽으로 걸어 다녀야 합니다.
'MAG'는 불발탄 제거를 위해 활동하는 글로벌 단체로 1994년부터 이 지역에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보이는 항아리들은 먼 옛날, 승전 축하주를 만들던 그릇이었다는 전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2500년 전부터 장례 의식에 사용되었던 항아리라는 학설이 더 우세하다지요.
다양한 형태의 4,000여 개 돌 항아리, 60 군데의 항아리 평원에서
여행자들에게 개방된 곳은 1~3 평원으로 1 평원에 돌 항아리가 가장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큰 것은 이 '왕의 잔'.
언덕과 들판에 산재한 돌 항아리 중에는 폭격으로 부서진 것도 보입니다.
다국적의 일행 중에서 프랑스 할머니들은 그 짧은 시간에도 화구를 펼쳐 놓고 돌 항아리를 그렸습니다.
그런 노년의 여유가 보기 좋았네요.
군데군데 폭탄이 떨어져 움푹 파인 구덩이와
지역 주민들이 폭격을 피하느라 숨었다는 작은 동굴도 보입니다.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까오비약센으로 점심을 먹고
3 항아리로 이동하는 길,
비어있는 논 사이를 걸어 들어갑니다.
이곳은 1~3 평원 중 폰사완 시내에서 가장 먼, 34km 거리에 있습니다.
나무가 무성한 숲 속에 있어서 무더위 속에서 산책하기가 좋았네요.
2 평원으로 이동,
비탈길로 올라서면서
보았던 특별한 광경은
그 단단한 돌 항아리를 뚫고 거목으로 자라난 나무들로
캄보디아 앙코르 왓의 경이로움이 생각나는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폰사완은 라오스 현대사의 아픔과 고대 유적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 평원에도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꽁께오 GH의 주인이며 가이드였던 콩의 유머에 다국적 젊은이 몇 명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분위기 좋은 하루를 보냈지요.
오늘 원데이 투어에 합류하면서 친해진 사람들, 프랑스와 몬테네그로, 한국 할머니들이 같이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배려가 서로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빨간 스카프를 두른 스타카는 자신의 이름에 '딸은 그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소개하여
모두를 웃겼던 몬테네그로의 여행자였습니다.
투어가 끝난 후, 그들과 헤어져 저녁거리를 사려 들른 버스 터미널 뒤쪽,
우리 숙소 앞에 있는 큰 시장, 커사캄 마켓에는
우리네 풀빵 같은 음식, '까놈꼭'을 굽는 수줍은 아가씨가 있습니다.
말 없이 웃으면서 덤을 듬뿍 주었던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지요.
한 개 1000 짯, 우리 돈으로 약 130원이지만 코코넛 우유가 들어가서 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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