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6일부터 8월 22일까지 28일 동안, 길잡이 심바가 인솔하고 26명이 동참했던
여행사의 단체 배낭여행에 여행 친구들 3명과 합류하여
남아공,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와 짐바브웨, 잠비아의 6개국을 돌았던 여행일기입니다.
필름 시절의 여행으로
원판은 없어지고 인화해 놓은 사진도 변색되어 자료로 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아예 여행일기를 올려놓았습니다.
2004년 7월 26~27일(월, 화) 제1~2일, 출발. 인천 → 요하네스버그 → 나이로비
저녁 8시 출발, 3시간 비행 후 홍콩에서
South Africa Air Ways로 환승, 12시간 동안 서쪽의 어둠 속을 달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니 시차는 7시간.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기내의 와인 인심이 후했다.
다시 4시간.
창가 좌석의 행운, 말라위 호수 위 비행 15분에 이어 황량한 들판에 우뚝 서 있는 만년 설산,
킬리만자로를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케냐 수도, Nairobi의 조모 케냐타 공항에 도착하니 시차가 줄어 6시간.
공항에서 1달러 당 77.5케냐 실링(Ksh)으로 우선 50불을 환전했다. 1Ksh는 우리 돈으로 15원 정도.
시내까지는 20km로 30분 거리.
케냐(The Republic of Kenya)는 지금 건기로 우리의 초가을과 같은 날씨여서 여행하기 좋은 때.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삼성휴대폰 광고가 연이어 걸려 있다.
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의 이 단체 배낭여행에는 길잡이, 심바에 모두 26명이 동행.
도심의 혼잡한 마타투 버스터미널 근처, Iqbal Hotel에 투숙.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 침대 스프링이 푹 꺼져 있는 더블 룸은 하루 600Ksh,
온수는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호텔 1층에 문지기가 있어 들고 날 때마다 잠근 문을 열쇠로 열어 주었다.
숙소 도착 후 큰 짐을 가지러 버스로 가던 잠깐 사이에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목걸이를 날치기 당할 뻔 했으니 입국 신고를 톡톡히 한 셈.
일정에 따라 사파리 3박 4일 경비로 240달러를 내고 그 준비로 물과 간식을 사러 가는데 길잡이,
안전을 이유로 단체로 움직이란다.
그래도 슈퍼에서 돌아 올 때는 길을 잃고 그 혼잡한 도심에서 한참 헤맸다.
대낮에도 소매치기와 총기를 가진 강도가 판치는 곳으로
100달러 정도의 ‘life money’를 지니고 다녀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곳.
저녁 9시까지 숙소 아래 골목은 노래 소리와 오가는 사람들로 소란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다.
밤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2004년 7월 28일(수) 제3일, 나이로비 →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6시가 되자 음악 소리며 버스 차장의 호객 소리로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
3박4일간의 사파리 준비로 큰 짐은 숙소에 맡기고 필요한 것만 작은 배낭에 챙겨서 10시 출발.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은 나이로비에서 265km 거리로 세계 최대의 사냥용 야생동물 서식지.
사파리 관람용 버스는 일제 닛산 미니의 지붕을 개조해 놓아
차 안에서도 일어나서 벌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5명 씩 승차할 수 있다.
중간에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의 전망대에서 지각의 커다란 균열지대, 폭이 아주 넓고 깊은 긴 계곡 구경.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곳이다.
우리 차의 운전기사는 피터, 조수는 존.
친절한 존에게 케냐 노래를 부탁했더니 스와힐리어로 된 ‘Jambo Song’을 불러주었다.
단순하고 반복적이 멜로디여서 따라 부르기 쉽다.
jambo 잠보 (안녕하세요?)
jambo wana 잠보 와나 (안녕하세요? 여러분)
habari gani 하바리 가니 (어떻게 지내세요?)
muzuri sana 은주리 사나(우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wageni wakari bishwa 와게니 와카리 비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kenya wetu 케냐 웨투 (우리나라 케냐는)
hakuna matata 하쿠나 마타타 (안전하고 평화롭답니다.)
도로는 포장이 거의 깨져 있고 중간중간의 비포장 길은 흙먼지가 날린다.
속도를 못 내고 30~40km의 속도로 천천히 달리던 차는 자주 시동이 꺼지더니 결국 고장이 났다.
오래 기다린 끝에 다른 차를 가지고 온 기사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캠프촌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맸고.
누 떼와 기린, 톰슨가젤 들이 나타나면서
끝없는 누런 풀밭에는 붉은 천을 걸치고 긴 창을 든 채 한 발로 서 있는
길쭉길쭉한 몸매의 마사이족 남자들도 보였다.
사진에서 본 마사이마라의 상징, 우산 모양의 아카시아 나무에 소시지나무,
탑처럼 생긴 개미집(ant hill)들이 반갑다.
캠프에 도착하여 6시부터 1시간 동안 사파리 시작.
1m가 넘는 건기의 누런 풀밭 사잇길을 돌아다니며 사자 몇 마리에 초원의 일몰을 보았다.
저녁식사는 고기볶음에 볶음밥, 국수에 야채볶음으로 음식에 향이 없고 간이 맞아 먹을 만하다.
이 국립공원 캠프장은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에 수세식화장실이 있어 편리했다.
가장자리에 15개의 텐트와 식당이 둥글게 원형으로 서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초가지붕의 라운지가 있어 모닥불을 피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구조.
텐트 안은 30-40cm 높이의 나무판자에 방수천을 깔고 그 위에 싱글 침대를 2개 들여 놓았는데
전기 시설이 안 되어 있어 촛불을 켜야 한다.
멀리 마사이 마을의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밤 하늘의 별 구경.
2004년 7월 29일(목) 제4일, 마사리마라 국립공원
좋은 컨디션.
시차를 잘 극복하고 있다.
아침 여명 속을 산책하려고 캠프장을 나서는데 캠프의 경비원이 코끼리가 돌아 다녀 위험하다고 말렸다.
그들은 끝이 뾰족한 마사이 창을 들고 밤낮으로 캠프 주변을 돌았다.
소시지에 빵, 야채 볶음하며 달걀 후라이와 커피의 아침식사 후 2차 사파리 시작.
톰슨 가젤, 코끼리, 수많은 얼룩말에 누(gnu) 떼, 치타, 사자하며 임팔라와 기린, 하마며 독수리까지
그 넓은 벌판에 가득하다.
지금은 탄자니아의 Serengetti에서 많은 누 떼가 건기인 이곳으로 이동해 왔지만
여기 우기가 시작되는 11월에 그들은 다시 돌아간단다.
얼룩말은 멀리 볼 수 있고 누는 후각이 발달하여 육식동물로부터 서로 보호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 동물은 서로 어울려 다닌다고 했다.
사파리 버스의 기사는 야생동물들의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그들 가까이 차를 대주었다.
히포 풀 근처에는 탄자니아와의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이 보인다.
새벽에는 추웠는데 낮에는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아주 더운 날씨.
나무 그늘 속은 시원하니 견딜 만하다.
풀밭 위에서 점심식사.
오후에는 캠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사이 마을을 찾았다.
마른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어 짐승의 접근을 막은 그 안에 몇 가구가 모여 산다.
입장료는 1인당 500Ksh,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잘 차려입은 여자들이 줄지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이어 남자들이 전사들의 높이뛰기 춤, '아두무'로 환영을 해 주었다.
그들이 사는 흙집을 구경하고 한 쪽에 수공예품을 파는 마사이마켓 둘러보기.
물이 부족한 곳에 가축과 뒤섞여 살고 있으니 여기저기 그 배설물로 지저분한데
파리 떼가 아이들의 코에, 눈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다.
그들의 집은 최소한의 공간, 옷 몇 가지를 걸어놓은 횃대가 있고 부엌인듯 한쪽에는 냄비 몇 개뿐.
준비했던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주니 아이들이 서로 갖겠다고 다투었다.
2004년 7월30일(금) 제5일,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 나쿠루
이른 아침 사파리 두 시간.
평원에 끝없이 펼쳐진 누런 풀밭은 마치 추수를 앞둔 밀밭 같다.
여기 선인장은 멕시코의 삼지창 모양이 아니라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서
잎이 무성한 다른 나무와 비슷해보인다.
아카시아는 짐승들이 뜯어 먹은 아래 부분에는 잎이 없고 위 부분만 납작하게 펼쳐진 우산 모양으로
메마른 풀밭에서 강한 생명력을 보이며 서 있었다.
재미있게 생긴 소시지 나무와 꽃이 핀 알로에도 흔하다.
우기에는 초록색 들판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나는 그 풍경이 아주 예쁘다 했다.
오늘 우리 운전기사 피터는 좋은 위치에서 더 많은 사자를 보여 주려고
주행 도로 밖으로 차를 끌고 나가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오프로드 운행이 레인저에게 발각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그는 비서새, 베 짜는 새에 관학이며 타조, 독수리들이 보일 때마다 차를 세우고 설명해 주었다.
big 5(사자, 표범,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 중 표범을 못 보았다.
성질이 예민해서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잘 안 보인단다.
돌아와 아침 식사.
우리 숙소 옆, 문단속이 허술했던 텐트 안으로 원숭이들이 들어가 먹을 것을 뒤지면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떼 지어 몰려다니더니 드디어 사건을 만들었다.
10시 출발, 지난번의 그 Narok에서 점심식사.
우리 일행이 탄 차 5대가 번갈아 가며 고장이 나는 탓에 분승을 하기도 하고 또 수리를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나쿠루를 향하여 흙먼지 길을 달렸다.
깨진 포장도로에 중간중간 비포장이 이어지면서 기사는 곡예운전을 했다.
호텔에 와서 보니 기념품가게에서 500Ksh에 산 기린 한 쌍은 뿔이 부러져 있었다.
저녁 7시 나쿠루 Jenevieve Hotel에 투숙.
저녁을 먹은 후, 녹음해 두었던 존의 ‘Jambo Song’을 틀어놓고 그 노래를 익혔다.
2004년 7월 31(토) 제6일, 나쿠루→ 나이로비
아침 식사 전 호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경비원이 따라나오면서 강도가 접근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했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아주 많단다.
존은 돈 문제로 형제간 살인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7시 식사 후 8시에 나쿠루 호수로 출발.
멀리 호수에 떠 있는 수십 만 마리의 훌라멩고는 수평선에 마치 분홍색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물가에 떼 지어 펠리칸 주변에는 새똥 냄새가 심했다.
풀밭에는 그랜트 가젤에 임팔라, 톰슨 가젤 등의 영양 종류가 많고 개코 원숭이도 돌아다닌다.
View Point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좋았다.
호수 주변 산책하기.
2시 쯤 늦은 점심.
버스가 설 때마다 과일이나 옥수수, 조잡한 목각기념품을 든 장사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며 파는 복사판 Jambo Song CD를 샀다.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야생동물요리점 ‘Carnivore Restaurant’에 저녁 먹으러가는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존의 차를 타고 카렌 박물관에 다녀왔다.
카렌 블릭센이 13년 간 커피 농장을 경영하며 살았던 집이다.
그 여자의 삶을 다룬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왔던 ‘Out of Africa’의 몇 장면 판넬이 현관에 붙어 있어 반가웠다.
안쪽에는 서재와 식당, 침실. 별채에 부엌이 있다.
카렌의 사진 - 젊은 시절부터 주름투성이 노년까지 - 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그 여자의 아픈 사랑, 외로움을 잘 담아냈던 배경 음악,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중의 아다지오 멜로디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200Ksh의 입장료. 기념으로 엽서 1장 구입.
밤에는 존의 안내로 숙소 근처의 조그만 bar에 가서 Tusker맥주를 마셨다.
피터와 존은 나이로비 주변에 많이 키쿠유 족.
케냐에서 가장 현대화된 종족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홀 안에는 현지인 몇 명이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기대했던 바나나 비어, 죽순 맥주는 슈퍼에서 캔으로 판다고 한다.
내일 탄자니아로 가는 버스비가 부족, 근처의 힐튼호텔에서 다시 환전했다.
1달러에 77.5Ksh. 왕복 택시 이용.
3박4일간의 짐 보관료로 1일 40ks씩 3일간 120ks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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