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화요일) 제9일, 아레끼빠 →뿌노 → 띠띠카카의 섬, 아만따니
숙소 앞이 그대로 시장.
그림 속에서 보았던 인디오 원주민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큰 두상에 검은 머리카락, 짧은 목, 작은 키에 갈색 피부,
여자들은 노소 없이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댕기로 묶고 챙이 짧은 펠트 모자를 썼다.
무릎길이의 풍성한 스커트에 수 놓은 하얀 블라우스.
그들은 수명이 단축된다며 사진 찍히기를 거부했다.
띠띠카카 호수 안의 섬으로 들어가면서 캐리어를 호텔 'Las Islas'에 맡겼다.
아침 10시 승선, 3시간 20분 만에 오후 1시 아만따니 섬 도착.
띠띠카카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 같이 넓었다.
우리가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온 곳도 전체 호수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니
해발 3800m에 이런 큰 호수가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초입의 우로스 섬(갈대섬)이 있는 곳은 물이 얕고 맑아 바닥의 수초가 보인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호수의 풍경이 좋아서 내내 갑판 위에 앉아 있었다.
띠띠카카는 잉카의 창시자인 망꼬 까빡이 강림했다는 전설을 담고 있는 호수.
그래서 잉카인들에게 이 호수는 숭배의 대상이다.
민박집에서는 양쪽 창문으로 나무 사이에 반짝이는 호수가 보인다.
아도베 벽돌집의 2층, 침대 4개 놓인 현지인 민박의 우리 방은 깨끗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지저분하고 어두웠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에 들어가 감자를 깎으며 안주인과 어울렸다.
전기불도 없이 연기로 자욱한 어두운 부엌에서 아이는
묽은 국물에 밥알과 감자 몇 개 동동 떠 있는 수프 같은 것을 먹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최상의 대접인 듯 기노아 수프와 감자튀김, 밥과 달걀 후라이를 주었다.
안주인 아마지오는 우리 팔목에 실로 짠 팔찌를 감으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남편과 휄리기스, 엑송, 예그르송, 닐송 등 작은 사내아이들 네 명에
결혼하여 따로 사는 듯한 큰 아들이 또 있다.
오후 4시, 고산증세에 시달리며 힘겹게 올라 간 마을 뒷산 정상은
이들 신앙의 근원지인 듯 정갈하게 꾸며 있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간 사람도 있어 여기까지 오른 사람이 겨우 7명이니 고지대 등반이 이렇게 힘들다면
잉카 트레일은 어떨지 자신 없다.
체력이 걱정되어 1박2일을 신청했는데 그것도 해낼지 걱정.
구름이 잔뜩 끼어 일몰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걸어 내려오니 고맙게도
휄리기스와 엑송이 후렛쉬를 들고 마중 나왔다.
저녁은 스프 속의 알 감자만 건져 먹고 밥은 사양, 가지고 있던 귤로 끝.
고산 증세가 다른 사람보다 가볍지만 입맛을 잃었다.
여기는 지금 건기로 우리의 겨울 날씨.
추워서 오리털 잠바를 입고 다닌다.
그래도 이들은 맨 발에 폐타이어로 만든 샌들을 신고 다녔다.
산꼭대기까지 만들어 놓은 계단식 밭에서 이들 삶의 고단함이 보인다.
밤 8시, 아르마스에서 축제가 있다기에 아마지오의 도움으로
그가 빌려준 전통의상을 입고 같이 마을 회관으로 갔다.
여자는 빨강, 초록, 파랑의 원색으로 만든 무릎길이 스커트에 화려하게 수놓은 흰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에 수놓은 천을 쓰는데 여러 겹의 속치마를 입어서 춥지는 않았다.
남자들은 판초에 색색의 털모자를 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와 원주민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악기 연주에 맞춰
손잡고 원을 만들어 뛰어 노는데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은 인원 탓에 숨쉬기가 답답해서
분위기만 즐기다가 곧 돌아 왔다.
아마지오와는 우리의 짧은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께추아어와 아이마라어를 쓰는 섬사람 중에는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곳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스페인 식민 지배의 잔재가 많지 않은 듯하다
별빛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잤는데 날씨가 급변하면서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제법 굵은 빗소리에 깨었다.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이다가 촛불을 켜 놓고 식탁 앞에 앉아 있는데
어스름한 문 밖, 작은 돌담 안에
양 몇 마리가 서로 체온을 나누듯 붙어 있었다.
7월 30일 (수요일) 제10일, 아만따니 → 따뀔레 → 뿌노
아침 빗속에서 호숫가 산책.
아마지오가 직접 짰다는, 비옷으로 빌려준 사각형 보자기가 마음에 들어 50솔에 샀다.
청색에 자주, 빨강의 가로줄이 배합된 것으로 좀 무겁지만 촘촘한 짜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아침 8시 집합 때에는 민박집 아주머니들이 선착장에 모두 나와 배웅을 해 주었다.
우리도 아마지오와 볼 키스 나누며 작별.
1시간 걸려 따뀔레 섬 도착.
아르마스에는 화려한 의상의 집단 원무가 펼쳐지고
그 가장자리에 노점이 늘어 서 있는 활기찬 분위기가 흥겨웠다.
남자들이 뜨개질을 하면서 장사를 하는데 진열된 물건에서 보이는 그들의 색채 감각이 아주 좋다.
남자들은 그들이 쓰는 털모자의 색으로 결혼 여부를 구분한단다.
미혼의 경우 털모자 꼬리의 방향에 따라 ‘연애 중’, ‘애인 구함’의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레스토랑, ‘Las Amigo’에서 점심.
띠띠까까의 숭어(truca)튀김에 기노아수프와 후라이드 포테이토가 나오다.
아만따니 사람들은 케추아어를 주로 쓰고 따뀔레 사람들은 아이마라 어를 쓰는데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였는지 두 섬 사이는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멀리 아만따니 섬 정상이 하얗게 변한 것을 보니
어젯밤의 비가 산꼭대기에서는 눈으로 변했던 듯하다.
따뀔레 섬은 여기 저기 아름다운 곳이 많아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작은 우로스 섬에서 내려 섬을 한 바퀴 돈 후 갈대로 만든 배, 또또라를 타고 큰 우로스로 이동,
떠 있는 학교 구경.
늦은 시간이어서 모두 하교했는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깔아 놓은 갈대가 약했던 듯 발이 빠지면서 젖은 운동화에서 썩은 풀 냄새가 난다.
3개월마다 새 갈대로 다시 덮어 주어야 한단다.
뿌노 귀환, 오늘의 야간 이동에 대비하여 간식을 준비한 다음 아르마스 주변 산책.
많은 사람들이 고산증으로 힘들어한다.
몇몇 사람은 식사도 못하고 누워있다.
나도 코카잎을 씹으면서 조심스럽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7월 31일 (목요일) 제11일, 뿌노 → 꾸스꼬
새벽 3시 꾸스꼬 도착, 여행사 '비바 라틴'의 숙소에 첵크 인 후 곧 취침.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이곳은 해발 3400m의 고지.
10시부터 투어 시작.
바람이 불고 꽤 추웠다.
대규모 시장이 열린 삐삭에서는 잉카 트레일 준비로 물통가방 한 개를 2솔에 샀다.
화, 목, 일요일에만 장이 서고 평소에는 상설시장으로 운영된다는 이 원주민 시장은 아주 크고 넓다.
작물의 시험 재배지였다는 모라이 계곡은 현재 복원 작업 중인데
원형경기장 모양의 계단식 밭 세 개가 나란히 있다.
터키 파묵칼레 모양의 계단식 천일염 생산지, 살리나스는 하얀 소금밭이 가득한 계곡.
산 위에서 짠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래 전, 바다표면이 융기한 곳이다.
저녁은 우루밤바에서 현지식 뷔페.
옥수수 알이 엄지손톱만 하다.
옥수수, 감자, 토마토가 이 곳 중남미에서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해마다 인티라미 행사가 벌어지는 삭사와망은 각기 다른 바위를 빈틈없이 쌓아 올린 놀라운 기술로
그 옛날에는 3층의 높이로 도시를 지켰던 요새였다.
어두워지면서 삭사이와망의 Light Show와 꾸스꼬의 야경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아르마스에 내려 까떼드랄과 주변의 야경, 아툰 루미요꾸 거리의 12각 돌을 확인하고
꼬리깐차 구경.
드디어 세계의 배꼽에 왔다.
숙소에서 3박 4일 일정의 몇 사람을 위한 잉카 트레일 설명회.
1박2일 트레일은 간단한 산책 정도라며 설명도, 주의사항도 없다.
이어 그들의 내일 장도를 축하해주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호박부침에 삼겹살,
상추쌈에 꾸이가 나오는 풍성한 저녁 식사.
식용쥐를 통째로 요리한 꾸이는 닭고기 맛인데 생김새 때문에 손이 안 갔다.
비바의 손님맞이 축하 무대, 한국 진출을 꿈꾸며 연습 중이라는
페루아노들의 연주와 노래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은 1박2일 팀은 대체 프로그램으로 프레잉카 시대의 거주지 Pikillata와 경작지 Pipon을 도는 투어를 예약했다.
기사 딸린 렌터카는 1일 60달러.
8월1일(금요일) 제12일, 꾸스꼬
일찍 일어난 사람들과 꼬치칸차에 다시 갔다가 미사 중인 대성당의 내부를 한 바퀴 돈 다음
고풍스런 로레또 거리를 걸었다.
3박4일팀 배웅.
거리에는 우리나라의 티코가 많이 보인다.
그 옛날 잉카 시대에 조성된 돌포장 길은 좁고 일방통행인 거리가 많으니 이곳에 딱 맞는 자동차인 듯.
남은 사람들은 예약한 기사 딸린 렌터카로 꾸스꼬에서 30km 떨어진 프레 잉카의 유적지이며
잉카의 기반이 된 Pikillata(입장료 5솔)에 들렀다.
높은 산의 비포장 길에 올라 거대한 성벽, 무수한 돌로 쌓은 지하 주거지며 도로,
계단식 밭이 남아 있는 Pikillata를 돌고
복원작업 중인, 수로가 확보된 경작지 Pipon(입장료 5솔)을 거쳐
채색 종교 벽화가 환상적인 안다와일랴스 마을의 성당(입장료 3솔) 내부를 구경.
시골동네의 어떤 집에서는 긴 장대 끝에 붉은 천을 매달아 치차(옥수수술)를 판다는 표시를 해 놓았다.
세 군데를 구경하고 꾸스꼬로 돌아오려던 계획을 수정,
운전사 카를로스에게 20불을 더 지불하기로 흥정, 땀보 마차이, 푸카푸카라, 겐꼬에 들리면서
밤늦게 꾸스꼬에 돌아 왔다.
땀보마차이는 잉카 시대의 목욕탕으로 그 샘의 근원은 지금까지도 모른다 했다.
높은 언덕에 세워진 푸카푸카라는 '붉은 요새'라는 뜻의 잉카 시대 유적지.
어제 삐삭을 다녀오는 길에 본 유적이다.
겐꼬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쳤던 곳.
바위 속 거대한 돌 의자라든가 묘하게 구멍이 뚫린 바위덩어리가 신비스러웠다.
여러 유적지에서 물을 신성시했던 농경민족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문자가 없었지만 직물의 문양으로 기록을 남겼고 ‘카푸’라는 매듭으로 숫자를 표시했었다.
땀보마차이와 겐꼬는 10달러의 일주권이 있어야 입장을 할 수 있어서 그 표를 구입한 나 혼자 돌고 나왔다.
부수입으로 신난 기사, 카를로스가 과속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잔소리를 해야 했다.
며칠 동안, 방안의 빨래가 마르지 않아 세탁소에 맡겼다(5솔).
2일 간의 방 값에 1인당 10달러씩 20달러와 오늘 투어비 정산.
8월 2일 (토요일) 제13일, 꾸스꼬
이 나라는 어디를 가도 돌출간판이 없는데다가 우리나라처럼 원색이나 형광색을 쓰지 않아
전체적으로 시내 분위기가 편안하다.
우리가 얼마나 요란한 간판의 홍수 속에 살고 있었는지 실감이 난다.
오늘은 구름이 끼고 가끔 비가 왔다.
맑은 날에도 한낮에는 덥지만 그늘 속에 들어가면 추우니 거리의 사람들 옷차림도 다양.
오전에는 혼자 시내 관광.
꼬리칸차 박물관과 멋진 돌길의 로레토 거리를 걷고 12각돌을 보면서 정교한 목각 예술 설교단으로
유명한 산브라스 성당에 들렀다.
아툰 로미요꾸 거리는 잉카 시대의 석축과 그 앞의 식민지 시대 석축이 뚜렷이 비교된다.
12각돌을 토대로 만들어진 종교예술박물관은 전형적인 콜로니얼풍으로 300년 전에 사용된 생활용품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고고학박물관에서 미이라며 가죽 공예품들을 보고
부근 카페테리아에서 치즈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시내 중심가와 가까워서 돌아다니기가 편하다.
오후에는 일행들과 다시 꼬리칸차(6솔)와 로레토 거리, 라메르쉐(3솔) 성당을 거쳐 중앙시장에 다녀왔다.
침략자들은 태양의 사원, 꼬리칸차를 부수고 그들의 신전인 산토도밍고를 세웠지만
그 성당은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지금은 꼬리칸차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중이어서 개방된 곳이 많지 않다.
원주민의 피부와 복색을 한 성모와 예수, 화려한 금장식의 내부를 보면서
외래 종교가 토착화할 수 밖에 없었던 타협의 긴 세월을 생각했다.
이 지역의 정복자 피사로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던, 황금의 수호신 꾸스토디아가 있는 라메르쉐를 거쳐
중앙 시장을 돌았다.
소매치기를 많다는 말에 복대를 하고 배낭을 앞에 멘 채 돌아 다녔지만
군데군데 순찰경찰이 많아서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커다란 시장에는 조잡한 중국 물건이 많아서 살 만한 것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잉카 뮤직 CD 1장을 35솔 주고 구입.
저녁에는 페루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꼬치구이 안티쿠쵸를 먹었다.
긴 꼬치에 통감자와 양념한 고기를 꿰어 놓은 것으로 맛은 괜찮다.
8월 3일 (일요일) 제14일, 잉카 트레일 1일
5시 30분에 픽업 나온 버스로 열차역까지 이동, 6시 10분 우르밤바로 출발.
그 새벽에도 여행사인 '비바' 식구들이 밥과 김치가 든 점심 도시락을 건네며 배웅해주었다.
열차는 표고를 올리기 위해 여러 번 지그재그 앞뒤로 가다가 섰다를 반복한다.
평화로운 들판을 지나고 몇 개의 굴을 지났다.
붉은 황토로 빚은 아도베 벽돌집마다 지붕 한 가운데에 복을 기원하는,
흙으로 빚은 소 두 마리를 앉혀 놓았다.
4시간 만에 우르밤바 도착, 입장권과 여권을 제시하는 등 수속을 한 후에 12시부터 코카잎을 씹으며
트레킹 시작.
모기가 많아 여러 군데 물렸다.
큰 산 중턱에 길게 이어진 평탄한 길을 걸어 3시 40분쯤 목적지 도착.
계단식 경작지에 몇 개의 땀보, 한 군데의 폭포를 지나는 길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4시쯤 3박4일 팀과 해후.
한국인만의 팀 구성으로 식단이라든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서 한결 수월했단다.
두 번째 날에 비가 와서 밤에는 추웠지만 잉카 시대의 차스키들이 다져놓은 길이어서
산행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지레 겁을 먹고 1박2일로 끝낸 것이 아쉽다.
3박 4일 팀은 우리 롯지 근처에 텐트를 쳤다.
1박 2일 팀의 숙소, 롯지에는 넓은 방 빼곡하게 3층 침대가 놓여 있다.
냄새가 나는데다가 어둡고 스프링이 꺼져 있어 침대 안으로 들어가기가 내키지 않아
오랫동안 밖에 나와 와이나피추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산들은 구름에 싸여 있고 간간히 비가 온다.
내일은 새벽 5시에 마추피추로 간다.
여기서는 안개 끼는 날이 많아 일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샤워실도 복잡하니 오늘은 씻는 것을 포기하고 옷을 입을 채
침낭 속에 들어가 자야할 것 같다.
롯지 식당 안에서는 여러 개 트레킹 팀의 해단식에 이어 늦은 밤까지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8월 4일 (월요일) 제15일, 잉카 트래킹 2일 마추피추 → 아구아스 깔리엔떼 → 꾸스꼬
4시 30분 아침 식사, 5시 출발.
트레킹 시즌에 맞춰 올라 온 많은 사람들이 새벽 어둠 속에서 후렛쉬를 들고 줄줄이 마추피추로 올라간다.
숲의 맑고 향기로운 아침 공기가 좋았다.
2시간 40분 쯤 모습을 보인 마추피추, 그 옆의 젊은 봉우리 와이나피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설명을 들은 후 미진한 부분은 가이드북을 들고 다시 돌았다.
깊은 산 속의 공중도시, 이 유적은 거대하고 신비스럽다.
단체 사진 남기고
1시에 아구아스 깔리엔테의 마을 식당에서 가이드와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져서
일행 몇 사람과 차스키의 길을 따라 지름길로 내려왔다.
오늘 같이 궂은 날씨에는 돌길에서 다칠 염려가 있어 차스키들이 돌아다니지 않는단다.
중간에 우리 팀이 탄 버스를 만났기에 그들 대신 우리가 차스키가 되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입구의 마추피추를 알리는 입간판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기.
온천마을, 아구아스 깔리엔테에서 점심을 먹고 몇 명은 수영복을 입고 노천온천으로 가고
남은 사람들은 길을 따라 인디오 마을의 예쁜 식당들을 구경하면서 쇼핑.
3박 4일 팀과는 별도로 4시 30분 기차를 탔다.
꾸스꼬에 도착, 미국비자가 없이는 귀국길의 LA 환승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911테러 여파로 미국 환승 규정도 엄격해졌다는 이야기.
몇몇과 어울려 로레타 거리를 걸어 아르마스 광장의 ‘Crossing Keys’로 가서
이 고장의 명물 맥주 꾸스께냐를 마시며 꾸스꼬와 작별하기.
노란 가로등이 켜진 광장은 그대로 전설 속의 황금의 도시였다.
고산증 탓인가 금방 취하기에 많이 마시지 못하고 곧 바로 돌아와 짐을 쌌다.
내일 아침 6시, 비행기를 타고 리마로 갈 예정.
8월 5일 (화요일) 제16일, 꾸스꼬 → 리마
오늘은 7시 20분 국내선을 타려고 공항에 나왔지만 20명 중 14명만 먼저 떠났다.
어제 리컨펌을 끝냈다는데도 좌석 확보에서 밀린 듯한데 무작위로 6명을 걸렀다니 할 말이 없다.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 좌석을 확인하고 비바 꾸스꼬로 돌아 갔다가 다시 찾은 공항.
그러나 이륙도 못한 비행기는 리마 날씨가 나빠 운항을 못한다며 탑승객을 하차시켰다.
꾸스꼬 발 리마 행 비행기는 늘 오전에만 운항되면서 공항 내 면세점도 일찍 문을 닫기에 점심도 못 먹고
내내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버스로는 저지대 해안을 따라 24시간을 돌아서 가야 하니 항공만이 유일한 교통수단.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고 사무실로 쫓아가는 소동 끝에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특별기가 떴다.
그러나 이륙 직후에는 너무 낮게 날아서 산과 부딪힐 듯 위험했고
엔진 소리가 유난히 큰데다가 요동이 심해서 불안하더니
리마 쪽에 진입했을 때는 시계가 흐려 오랫동안 구름 속을 돌았다.
6시 20분 도착.
호텔에 도착 후, 한식당 ‘노다지’에서 저녁식사.
새벽부터 하루 종일, 기다림에 지치면서 입맛도 잃었다.
11일간의 페루 일정이 끝나고 내일은 멕시코로 간다.
페루는 아마존의 깊은 정글과 안데스의 설산, 사막과 바다 등 볼거리가 많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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