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터키, 그리스, 이집트

터키 1

좋은 아침 2009. 12. 15. 12:30

2000년 1월 15일부터 2월3일까지 20일 동안 터키와 그리스, 이집트에 항공권, 도시간 교통편,

호텔과 식사, 여행자 보험에 길잡이가 포함된 단체여행에 

여행 친구 세 명과 합류했던 여행일기입니다. 

필름 시절의 여행으로 

원판은 없어지고 인화해 놓은 사진도 변색되어 자료로 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아예 여행일기를 올려놓았습니다.

 

 

2000년 1월 15일 토요일 제 1일, 출발

 

김포공항에서 3시 20분 출발, 홍콩에서 2시간 대기, 런던 히드로우 공항에서 또 대기 4시간.

터키까지 모두 28시간이 걸렸다. 

이코노미의 긴 시간 고된 여행.

 

기내에서 일상적인 터키어를 익혔다. 

안녕하세요? - 멜 하바,  굿모닝 - 구나이든

안녕히 가세요 - 귈레귈레, 감사합니다 - 테쉐규르 에드름

실례합니다 - 뤼트펜, 얼마입니까 - 부 네 카다즈르

전철 - 라렐리,  모스크(사원) - 자미

바케트빵 - 예그맥, 너무 비싸요 - 촉 파하르

 

 

터키는 지중해, 흑해, 불가리아, 이란과 접한 나라로 우리나라 7배 정도의 면적.

국토의 3%는 유럽, 나머지는 아시아에 붙어 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을 잇는 해상 실크 로드의 거점 도시로

동서양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진기한 예술품이 몰려 들었다. 

메소포타미아, 오리엔트의 무수한 문명이 발생하고 전파되면서

기원 전에는 이집트 람세스 2세와 맞섰던 카데슈 전투의 철기 문명, 힛타이트가 앙카라를 중심으로 번창했고

그 뒤로 에페스 일대의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 이스탄불 등의 비잔틴, 이슬람 문명들이 명멸했다. 

남서부 지대에는 초기 기독교 교회의 흔적이 남아 있고

동부 에르즐름에는 6세기 경 번성했던 셀죽 터키, 이스탄불에는 오스만 터키 제국의 모습이 남아 있다.

역사, 종교, 문화, 건축, 자연 등의 다양한 유적이 많은 나라로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이스탄불.

국민의 99%가 무슬림이며 우리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 계통의 터키어를 쓴다.

지역에 따라 기후 차이가 심하고 서머 타임 실시로 여름에는 6시간, 겨울에는 7시간이 우리나라보다 늦다.

비자 면제국.

 

 

2000년 1월 16일 일요일 제2일, 이스탄불

 

오후 2시, 터키의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제1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터키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케말 아타튀루크를 기념해서 붙인 이름이다. 

시내로 들어오는 오른쪽으로 마르마라 해가 왼쪽으로 거대한 성벽 시타델이 이어진다.

호텔에 첵크 인 후, 숙소에서 가까운 

술탄 아흐멧트 모스크의 정원으로 가서 아름다운 아야 소피아 성당을 마주 보며 산책.

 

눈이 왔다.

 

터키의 통화 단위는 터키 리라.

인플레가 심하여 환율이 수시로 달라진다기에 환전은 필요할 때마다 하기로 한다.

단위가 어마어마하다.

 

 

2000년 1월 17일 월요일 제3일, 이스탄불

 

진눈깨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우유와 달걀이 신선하고 바케트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신맛이 강한 요구르트, 아이란도 괜찮지만 커피는 쓴맛이 너무 진하다.

설탕을 듬뿍 넣은 차, 차이를 마시는 일이 일상적인 것 같다.

 

식사 후 이스탄불 시내 관광.

유적지는 올드 시티를 중심으로 모여 있어서 편리하다.

이스탄불은 ‘뷔자스의 도시’에서 로마의 자유 도시인 ‘비잔티움’으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에는 동로마의 수도로 바뀌면서 ‘콘스탄티노플’로,

1453년 오스만 터키 제국 시대에는 ‘이스탄불’로 이름을 달리 하며 발달한 도시.

갈라타 다리로 신도시와 구도시가 나누워진다.

근대와 현대,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와 분위기가 섞여 있다.

 

성 소피아 성당은 월요일인 오늘은 휴관.

이슬람 사원인 맞은편의 술탄 아흐멧트 모스크(블루 모스크, 겉은 회색이지만

내부의 벽이 청색과 백색의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되면서 붙은 별명)에서는

여름철에 'Sound and Sight Show'가 열린다.

 

 

로마 제국시대의 마차경기장 히포드롬, 델피 신전에 서 있던 청동 뱀 장식의 원주, 

이집트의 카르낙 신전에서 가져 왔다는 오벨리스크와

메두사 머리를 조각한 기둥이 거꾸로 박혀놓은 예라바탄 지하 저수조를 돌았다.

지하 저수조는 이렇게 각기 다른 유적지의 대리석 기둥을 가져다 만들었기 때문에

337개 기둥의 모양도 제각각.

입장권은 두 장을 주는데 이것은 표를 인쇄할 틈이 없이 인플레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 했다.

입장료는 기본적으로 동그라미가 5,6개로 십만, 백만이 예사.

 

톱가피 궁전에서는 아름다운 마르마라 해협이 보인다.

실크로드를 통하여 들어온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도자기에 오스만 제국 역대 술탄의 화려한 침실과 가구,

크리스탈 샹들리에와 각종 보석과 무기 들이 볼 만했다.

86캐럿의 스푼 다이아몬드(스푼 3개와 바꾸었다는)도 구경거리이고 

이스탄불을 찾아온 예언자 마호멧의 유적도 볼 수 있는 곳.

할렘 관광은 별도의 관람료를 낸 후 일정한 수의 관광객이 모여야 안내원이 인솔한다기에 시간 때문에 생략.

모든 미술관과 유적지에서 카메라 피를 내야 한다.

 

점심은 터키식당에서 먹었다.

터키는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 국가.

이슬람 교리에 따라 할랄을 거친 양고기에 생선을 주로 먹는다.

도뇌르 케밥은 회전 원통에서 익힌 양고기 덩어리를 칼로 저며 얇은 빵(난)에

여러 가지 야채를 섞어 싸 먹는 것으로 보기에도 푸짐하다.

쉬쉬 케밥은 우리의 꼬치구이.

 

오후에는 자유 관광.

우리끼리 갈라타 다리 근처의 돔형 지붕이 덮인 대형시장, 이집션 바자르의 꼬불꼬불한 시장을 돌았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이 바자르는 4000개 이상의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펫, 차, 도자기며 공예품과 은제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활기찬 시장 분위기는

마치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같았다.

실크로드의 중간에 있어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던 도시답게 온갖 물산이 풍부하다.

터키의 유명한 건축가 미미르 시난이 지은 아름다운 사원, 슐레마니에 모스크에서는 

마르마라 해협을 낀 이스탄불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전철, 라렐리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길가 쇼윈도우 안에 진열된 빵이 먹음직스러워 들어 간 아르메니아인 가게에서 저녁 해결.

안채에서 딸이 나와 영어가 서툰 어머니를 도와주었다.

 

숙소 근처 우체국 옆에 하맘이 있다하여 가보려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하맘은 허리에 타올을 두르고 대리석 바닥에 누워 땀을 뺀 후 샤워를 하는 전통 목욕장.

터키는 한국전 때 우리를 도와 준 우방국으로 우리를 ‘꼬리’라고 부른다.

 

터키 서남부에 있는 에페스로 야간 이동.

 

 

2000년 1월18일 화요일 제4일, 셀축

 

비가 왔다.

오전 5시, 에게 해의 항구도시인 셀축에 도착, 'Hitith' 호텔에 첵크 인.

잠깐 눈을 붙였다가 11시부터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셀축과 Efes(에페스) 유적지를 돌았다.

 

 

셀축은 터키 역사의 오래 된 중심지.

고대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아르테미스 신전 터에서는 

그 옛날,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두 배였다는 127개 기둥의 거대한 규모를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방화와 침략자의 약탈, 이교도의 무관심에 버려졌다가 지금은 복원된 돌기둥 하나만 벌판에 서 있었던 것.

한글 안내판이 반가운 ‘성모 마리아의 집’ 앞뜰에는 방문객의 소원이 담긴 흰 종이가 벽에 가득 꽂혀 있다.

예수의 제자, 요한은 십자가에 못 박히던 예수의 부탁으로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이곳으로 피신하여 살았다고 한다.

‘성 요한 교회’는 요한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

 

고대 로마의 유적 도시, 에페스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중요한 무역항으로 발전했지만 

인근 강에서 유입되는 토사로 항구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쇠락한 도시.

1000년 역사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최대의 야외 유적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이곳에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적에는

항구에서 대극장까지 대리석이 깔린 하버 스트리트, 아르카디안 거리의 

당시에도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대극장,

온탕과 냉탕을 구비한 목욕탕에 칸막이가 없는 수세식 공중 화장실의 흔적,

대극장에서 셀수스 도서관에 이르는, 여러 곳에서 모아 온 각양각색의 대리석을 짜 맞춰 놓은 대리석거리.

그 옆의 아고라(에페소의 중앙 시장)와 그 정면에 지혜, 적성, 학문과 지식을 상징하는 여인상이

조각되어 있던 셀수스 도서관,

도서관과 지하로 연결된 환락가(바닥에 새겨진 세계 최초의 이 광고, 하트에 큰 발자국, 지폐와 미인을 새긴 부조는 이 발 크기 이상의 성인 남자가 돈을 가지고 오면 미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단다)에 

하드리아누스 신전도 보인다.

 

도시의 흥망성쇠가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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