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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2009. 12. 17. 22:00

2000년 1월 19일 수요일 제5일, 셀축  파묵칼레  카파도키아의 괴뢰메

 

아침 8시 20분, 셀축을 떠나 중간에 있는 파묵칼레(‘목화의 성’)에 들렀다.

이 지역은 온천이 많기로 유명한 곳.

특히 하얀 석회 언덕의 계단식 온천은 흐르는 물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오랜 세월동안 침전,

응고되면서 이루어진 색다른 풍경이었다.

따뜻한 온천물이 산비탈을 타고 흐르면서 만들어진, 층층의 하얀 색 천연 풀이 

마치 목화로 만든 하얀 성처럼 보인다해서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겨울에도 섭씨 35도를 유지한다는 온천물은 지금 갈수기여서 수량이 많지 않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대단하다. 

뒤쪽에 고대도시 히레라폴리스의 유적이 있다.

 

오후 3시 30분, 카파도키아 도착, 중심 마을인 괴뢰메의 수루반 호텔에 체크 인.

이들 조상의 옛 거주지인 동굴 모양을 재현해 놓은 숙소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곳은 현재 16년만의 폭설로 50센티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눈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면서 우리끼리 시내 돌기.

이슬람 국가답게 하루에 다섯 번, 낭랑한 목소리의 무아진은

스피커를 통하여 예배 시간을 알리고 경전을 낭송했다.

 

 

2000년 1월 20일 목요일 제6일, 카파도키아 괴뢰메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고 호텔에서 휴식.

오후에 잠깐 드라이브 나갔다가 길가 가게에서 털양말을 한 켤레 샀다.

손으로 짠 것이어서 투박하지만 따뜻해 보인다.

언젠가 히말라야 트레킹 때 신을 생각이다.

 

 

2000년 1월 21일 금요일 제7일, 카파도키아  이스탄불

 

괴뢰메 야외 박물관은 카파도키아의 상징인 버섯 모양의 다양한 바위와

그 안의 수많은 동굴교회가 구경거리.

독특한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에르지예스 화산이 폭발하면서 쏟아진 거대한 용암은 굳어져 응회암이 되고

오랜 세월의 물과 바람에 깎이면서 동화 속 풍경처럼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예술품이 되었다.

8세기 전후, 기독교도들은 무슬림의 박해를 피하여 이 바위를 파고 들어가 

거대한 동굴 속에 집과 교회, 수도원을 만들었다.

동굴의 수도원과 교회 내부에는 프세스코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근처 우치히사르 성채로 가는 길에도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마을 언덕의 성채에서는 괴레메, 아바노스, 위르귑 마을과 멀리 에르지예스 산까지 보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동굴집에서 사람이 살았다고 했다.

괴레메 마을에서 버섯 바위가 늘어서 있는 파샤바를 지나 

섬세한 그림과 화려한 색이 아름다운 아바노스의 도자기를 구경하고 

 

 

카펫공장에 들렀다가 데린쿠유 지하도시 구경.

비잔틴 시절에 박해를 받았던 기독교인들은 돌산의 석굴에 이어 이 지하 80m까지 파고 내려가

창고, 식당, 우물과 휴게실, 학교, 교회를 만들면서 신앙을 지켰다.

미로 중간 중간에는 비상 시 적의 출입을 차단하는 큰 바위 문과 동굴 속 공기 순환을 위한 환기통도 있다.

지금 개방된 곳은 극히 적은 일부분이라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었다.

눈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많은 일정이 취소되니 

터키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으흐랄라 계곡을 못 본 것이 정말 아쉽다.

위르귑의 와인은 폭설로 교통이 마비된 마을에서 유일한 낙이었다.

 

이스탄불로 야간 이동.

버스 난방이 안 되어서 옷을 여러 벌 껴입고도 밤새 추위에 떨었다.

 

 

2000년 1월 22일 토요일 제8일, 이스탄불

 

새벽 5시 이스탄불 도착, 다시 산타소피아 호텔 첵크 인.

소피아 성당과 고고학 박물관을 돌아 본 후 전철을 타고 매그노뉴의 선착장에서 페리로 

우스크달라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돌마바체 궁에 들렀다.

소피아 성당은 이스탄불과 운명을 같이 한 곳으로 

정식 명칭인 ‘아야 소피아 바실리카’는 ‘거룩한 지혜의 성당’이란 뜻.

4세기 때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아들이 세웠다는 이 대성당은 

비잔틴 문화의 모자이크 성화와 붉은 색 돔형 지붕이 아름다운 곳이다.

1000년 동안 기독교인들이 지켜온 이 성당은 

오스만 터키의 수중으로 들어가면서 500 여 년 동안 셀죽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의 이슬람 모스크로 쓰였고

지금 터키 정부에서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둥의 상당수가 에페스의 아르테미스 여신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라니 

기독교인들은 그리스의 신전을 허물어 그 석재를 가져다가 기독교 신전을 만들었고

여기에 무슬림들은 이슬람식 첨탑(미나렛)을 세운 후 이슬람 사원으로 이용했던 것.

성화 위에 회칠을 하고 그 위에 이슬람식 프레스코화를 그려 놓았는데

원래의 그림으로 복원해 놓은 몇 장면이 보인다.

 

고고학 박물관에는 이번 일정에서 생략된 차낙칼레의 ‘트로이의 목마’ , 그 축소 모형이 있어 반가웠다.

호머의 일리아드,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 왕비 헬레나를 둘러 싼 트로이 전쟁도 결국은 

바다와 두 강을 끼고 있는 천혜의 요새, 트로이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단다.

 

갈라타 선착장에서 먹은 고등어 샌드위치는 신선하고 맛있었다.

 

 

유럽 측 해안가에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궁전을 모방하여 지은 돌마바체 궁전은

강력한 오스만 제국의 자존심이고 영광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매달린 리셉션 살롱은 특별했고 궁전 앞의 시계탑도 화려했다.

 

터키의 명동이라는 탁심 거리를 돌아보고 갈라타 다리를 건너 다시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2층 버스가 다니는 탁심에는 크고 화려한 상가며 젊은이들이 많아 활기가 느껴진다.

전철에서 내려 철시한 그랑 바자르 골목을 지나 왔으니 오늘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다시 아시아로 

두 대륙을 돌아다닌 셈이다.

 

레스토랑에서 전통 민속 춤, 밸리 댄스 공연을 구경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외국인 일색.

테이블마다 여행자들의 국기를 꽂아 놓은 이 레스토랑에서 사회자는 국가 간 노래 대결로 흥을 돋우었다.

 

 

2000년 1월 23일 일요일 제9일, 이스탄불  아테네

 

아침 식사 후 기차를 타고 아테네로 출발, 내일 새벽 도착 예정.

넓은 터키의 평원을 달린다.

이 비옥한 들판은 터키를 식량 자급 국가로 만들었다.

인구의 70%가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관광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단다.

 

터키, 그리스 간의 국경에서는 입국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스는 터키에 침략 당했던 역사적 치욕을 못 잊으면서 두 나라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다.

저녁도 못 먹고 추운 데서 계속 대기.

데살로니카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출입국 수속으로 시간이 지연되면서

아테네 연결 열차를 놓치고 야간 버스를 잡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다.

 

 

2000년 1월 24일 월요일 제10일, 아테네

 

아침 6시, 아테네 도착.

신화와 올림픽의 나라, 그리스의 아테네는 평균 기온이 16도로 견딜 만하다.

화폐 단위는 드라크마. 1달러는 320 Dr.

 

오늘의 일정은 전일 자유로운 도시 관광이다.

 

구도시 신타그마, 신도시 오모니아를 둘러보고

국회 의사당 앞에서 진행되는 오전 11시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았다.

그들의 예복 하의는 주름이 400개로 된 풍성한 스커트.

터키의 지배 400년을 잊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라했다.

 

 

그 앞에 있는 제우스 신전의 문,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지나 잘 가꾸어진 국립 정원과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구경.

이곳에는 다양한 그리스의 신을 표현한 조각이 많다. 

입구의 거대한 항아리, 몇 천 명의 양식을 담아 두었다던 디피론의 ‘암포라’가 특별하다.

최초의 여류 시인인 사포의 두상 앞에서 기념 사진 한 장 남겼다. 

 

국립 경기장은 월요일 휴관.

 

저녁에는 오모니아의 뒷골목, 플라카 거리의 전통 음식점 ‘아크로폴’에서 부주키 연주를 들으며 

증류 포도주인 우조와 그리스 음식 수블라키에 그릭 샐러드를  먹었다.

 

 

남자 4인조의 부주키 연주가 즐거웠다.

1인당 2 만원 정도에 테이블 이용료가 별도.

 

파르테논 신전은 밤의 조명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2000년 1월 25일 화요일 제11일, 아테네  카이로

 

오전에는 파르테논 신전에 다녀왔다.

아테테 영광의 상징인 이곳은 유네스코 지정인류 문화유산 1호.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는 비탈길에는 올리브나무가 무성했다.

이 도시의 수호신인 아테나 신의 이 신전은

길이가 70m, 넓이 31m, 46개 대리석 기둥으로 기원 전 438년에 완공된 것.

박공을 장식했던 조각품들은 지금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집트 카르낙 신전의 양식과 기법 위에 그리스 예술의 정수를 담았다는 이 건물은 

17세기, 터키군의 화약고로 쓰이다가 이후 베니스 해군의 포탄 공격으로 파괴되었고

이어 영국인들의 약탈로 제 모습을 잃으면서 현재는 배기가스에 의한 침식이 심각하다고 한다.

수리를 하기 위한 포크레인이며 철근구조물들로 둘러싸여 접근이 금지되니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여신들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그 옆의 에렉테이온 신전도 규모는 작지만 섬세한 조각이 볼 만하다.

파르테논 신전에서는 멀리 제우스 신전과 아테네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노란색 시내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해안 도로를 달려 수니온 곶에 다녀왔다.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발칸 반도의 최남단 행 버스는 서 있기도 불편한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

그러나 도로변 풍경은 아주 좋다.

간간히 비가 뿌리고 바람이 아주 거셌지만 회색빛 에게 해의 감동적인 일몰이 좋았다.

포세이돈 신전은 기원 전 4세기에 지어진 것.

현재 남아 있는 16개의 도리아 식 기둥은 강한 해풍으로 마모가 심하다.

 

그 한 쪽에서 우리말이 들리며 마주친 낯익은 얼굴.

대학생 딸 서원이와 아버지 고 선생, 부녀가 한 달 목표로 유럽을 도는 중이라했다.

딸 서원이는 엄마인 박 선생과 이미지가 똑 같아서 처음의 대면이지만 낯설지 않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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