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 키나발루 산에 왔습니다.
이 산은 사전에 입산과 가이드,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하는 곳이라서
출국 전에 우리나라 여행사 혜초 트레킹에 이 부분을 의뢰,
한국에서 출발한 팀의 도착 시간에 맞춰 공항에서 합류, 버스로 3시간을 이동하여
등산이 시작되는 해발 1558m의 Mesilau nature Resort에 들어왔지요.
여기서 입산료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 마을에는 여러 형태의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선물가게가 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산에 오르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은 후 작은 배낭을 메고
사진이 인쇄된 입산증을 목에 걸었습니다.
침낭과 여벌 옷, 우비와 랜턴도 이 고산에서는 부담이 될까 걱정되어
우리 네 명 공동으로 포터 한 사람 고용했지요.
짐 1kg에 3달러를 받는 그들은 정확하게 20kg을 짊어지고 산에 오릅니다.
말레이시아 국립공원인 코타 키나발루 산은 해발 4095m의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동남아시아의 최고봉입니다.
저지대는 열대 우림, 중부는 온대성 기후로 다양한 식물이 분포되어 있어서
전 세계의 식물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찾아온답니다.
두슨족과 카다잔족 등, 소수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Orang Asli)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주변에는
여러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한 단체에서 만들어놓은 지도를 보고
현지 가이드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건기는 5월부터 9월, 우기는 11월부터 3월까지.
그러니 지금은 코타 키나발루 등산에 좋은 시기가 아니었네요.
고온 다습의 열대 우림 속에 비가 내리면서 질퍽거리는 오르막에도 우비를 입고 걸어야 했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으면서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지요.
그러나 점심 시간을 지나 산 중턱에 도착할 무렵에는 날씨가 개면서 몸도 등산 모드로 돌입,
즐기면서 산에 오를 수 있었네요.
쾌적한 중산간 마을에는 드문드문 전통가옥에
야생화들이 보입니다.
중간중간에 한자가 쓰인 숙소와 레스토랑들이 많았습니다.
본토에서 이주한 중국계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라네요.
이 나라는 주류인 말레이계에 화교와 인도의 타밀족하며 소수 원주민들인 오랑 아슬리 들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지만 상권은 화교들이 쥐고 있다 했지요.
우림과 산 중턱 마을을 거치는 6km의 산길, 8시간의 걷기 끝에
군팅 라가단 캠프(Gunting Lagadan Hut, 3292m)에 도착하였습니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지만 비와 안개로 시계는 아주 나빴네요.
다음날 새벽 1시 50분 기상, 2시 40분의 어둠 속에서 걷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숙소에서 모인 등산객들이 줄줄이 정상을 향하여 헤드랜턴을 끼고 나섰습니다.
모두의 목표는 Low's Peak(4095.2m)의 일출.
마지막 검문소인 사얏사얏을 지나면 거대한 화강암 지대가 나옵니다.
정상까지 4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대했던 멋진 일출과 사바 주의 밀림 풍경은 흐린 날씨로 볼 수 없었지만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안갯속의 Low's Peak는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서서
내려오는 사이에야 그 뾰족한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지요.
캄캄한 새벽, 랜턴에 의지하여 걸었던
가파른 돌계단과 긴 자일은 이제야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오늘 하루, 정상에 올랐다가 팀폰 게이트까지 내려온 시간은 거의 12시간.
계속 내리는 비로 길이 미끄러워서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등산객들은 메실라우 게이트와 사얏사얏에서 오르고 내릴 때, 출구 팀폰 게이트까지
모두 네 번의 확인을 거치면서 팀폰에서 두 장의 '정상 등반 기념 증명서'를 받습니다.
고산증세가 걱정되어 계속 다이아막스를 먹으며 대비했던 터라 탈없이 잘 끝났네요.
2박 3일의 등산이 이 두 장의 예쁜 그림이 담긴 증명서로 끝나면서 기분 업!
흐린 날씨에 이런 엄청난 바위산 전경을 제대로 못 본 아쉬움을 사진엽서로 대신합니다.
공원 안의 Botanical Garden에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열대의 식물과
화려한 버섯 꽃, 래플라시아의 모형도 있습니다.
전통 양식의 건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같이 산에 올랐던 팀과 헤어진 후
다음날 아침, 우리는 에어아시아를 타고 쿠알라 룸푸르로 떠났습니다.
'12. 말레이시아,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메론 하일랜드 투어 (0) | 2007.10.20 |
---|---|
페낭(Palau Penang)의 풍경 (0) | 2007.10.19 |
멜라카에서 (0) | 2007.10.16 |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KL) (0) | 2007.10.12 |
코타 키나발루에서 (0) | 2007.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