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를 타고 니스로 갑니다.
어제 열차표를 예매하면서 실버 할인을 요청했더니 그런 제도는 없다며 거절하는 대신
단체표라며 130유로를 100유로에 깎아 주었지요.
생 라파엘에 들어서면서부터 열차는
녹색의 숲과 빨간 지붕, 파란빛 바다가 어우러진 예쁜 풍경 속을 지납니다
이 동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가 가장 아름답다네요.
니스 역 도착,
택시를 타고 해안가 안쪽에 있는 이비스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곧 산책에 나섰습니다.
이곳 이비스 호텔은 영국 해안가,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glais) 근처여서
골목을 빠져나오면 곧 해변으로 이어집니다.
한쪽에는 오래된 건물과 호텔에
오리지널 '자유의 여신상'도 있고
바다 쪽으로 수 많은 요트와 햇빛 속에서 반짝이는 물결이 보입니다.
바닷가의 멋진 풍경들....
그 속에 우리도 있습니다.
구 항구 쪽 미국 해안(Quai des Etats Unis)을 걸어 성터, Le Chateau가 있는 언덕 위에 올라가니
니스의 풍경화 뒤쪽으로 현재의 시내가,
왼쪽으로는 넓고 아름다운 니스 해변이 보였지요.
뒤편으로는 옛 항구가 보입니다.
어선과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어항입니다.
칸과 앙티브를 다녀온 날의 오후에는
니스 시내에 있는 마르크 샤갈 미술관(Musee national Marc Chagall)에 들렀습니다.
마침 특별전이 열리는 중이어서
입장료 10유로가 아깝지 않은 좋은 그림에 연주까지,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영상실에 들어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으로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만년에 생 뽈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그의 일생을 일별한 후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독창적으로 해석, 그 서사를 특유의 텃치와 색으로 표현했던 샤갈의 대형 연작인
12점 유화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파라다이스-에덴동산',
'낙원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
'인류의 창조',
'노아의 방주'와
'노아와 무지개'.
'아브라함과 세 천사',
'이삭의 희생'.
'야곱의 꿈'과
'천사와 싸우는 야곱',
'모세와 불타는 가시떨기나무'에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모세',
'바위를 내려치는 모세' 같은 대형의 연작 유화가 감동적입니다.
그림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여론 탓에 샤갈이 작품의 전시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당시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작가, 앙드레 말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 전용 미술관이 만들어졌다지요.
신에 대한 헌신과 경배를 남녀 간의 사랑으로 빗대어 표현한 유대인들의 전통시,
아가(雅歌, Songs of Solomon) 내용을 그린 따뜻한 톤의 다섯 점의 연작도 있습니다.
모두 샤갈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환상적인 터치에 그의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그림입니다.
그의 이런 화풍이 두드러지는 '푸른 서커스',
'에펠탑의 신랑 신부'도 있었지요.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나와 마을'에 보이는 신비와 환상의 이미지는
시인 김춘수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로 생동감 넘치는 봄날이 재탄생되었습니다.
샤걀의 마을에는 삼월에도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만 수천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걀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실내의 작은 연못가, 12개 별자리가 둘러싼 가운데에 예언자 이사야가 승천하는 모자이크 벽화,
'예언자 이사야'에
피아노 덮개,
의상 도안과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넘나들었던 그의 폭넓은 작품세계에 감동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컬러가 빚어낸, 화려한 빛을 받으며 콘서트 홀에서 진행된 작은 연주회는
눈과 귀가 황홀한 시간!
미술관 뜰에서 마신 한 잔의 커피까지, 오늘은 아주 행복한 날이었네요.
우리가 니스에 다녀온 얼마 후, 니스 해변의 트럭 테러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깅을 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그 해변은 우리도 자주 오가던 길.
평화로웠던 도시가 공포로 뒤덮여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죽은 사람들에게는 명복을, 다친 사람들에게는 빠른 쾌유를 빕니다.
'26. 스페인, 남프랑스, 이탈리아 북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스에서 칸과 앙티브 다녀오기 (0) | 2017.03.20 |
---|---|
니스에서 생 뽈과 방스 다녀오기 (0) | 2017.03.20 |
마르세유에서 엑상 프로방스 다녀오기 (0) | 2017.03.17 |
아비뇽 → 마르세유. 마르세유에서 (0) | 2017.03.16 |
아비뇽에서 퐁텐블로 데 발쿠제와 고르드, 루씨옹 다녀오기 (0) | 2017.03.15 |